‘비대면 산업’ 성장으로 전력수요 급증한다
​​​​​​​신한울 3,4호기 건설해 경제 활력 불어넣어야

▲ 민병주 한국원자력학회 회장
▲ 민병주 한국원자력학회 회장

[에너지신문] 지난 1월 20일 국내에서 코로나19 첫 번째 확진자가 나온 이후 100여일이 지났다. 다행스럽게도 하루 최대 1000여명까지 폭증하던 확진자 수도 최근 들어 10명 내외로 발생하는 등 안정세로 돌아선 듯하다.

국가적 위기가 의료진의 노력과 헌신, 그리고 국민의 적극적인 협조 덕분에 잘 극복되고 있다. 그렇지만 그동안 코로나로 인해 경제활동의 많은 부분이 멈춰지면서 항공업, 관광업, 요식업 등 서비스업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국가 경제활동 전반이 매우 위축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지난 3일 산업연구원이 발표한 ‘중소·중견 수출기업에 대한 코로나19 영향 분석 및 지원 대책’에 따르면 조사 대상이 된 301개 중소 수출기업 가운데 65.8%가 코로나19로 인해 부정적 영향이 있다고 응답했으며 99개 중견 수출기업도 63.8%가 같은 답변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의 장기화에 따라 예상되는 부정적인 영향은 영업이익률 악화, 원·부자재 부족, 생산 및 영업 중단, 운전자금 부족의 순이며, 중견 기업보다는 중소기업이 더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됐다.

세계 경제의 프레임이 코로나19 전과 후로 크게 변화되고 있다. 경제학자들은 코로나19 전(BC: Before Corona)과 후(AC: After Corona)로 세계 경제 질서가 급격히 재편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즉 전통적인 제조업과 대면(對面) 서비스업 등은 점차 쇠퇴하고, 디지털 기반의 ‘비대면(Untact) 산업’ 중심으로 개편되리라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재택근무 확산과 함께 원격의료, 화상회의, 온라인 교육, 온라인 쇼핑 등 비대면 산업이 급부상하면서 디지털경제가 호황을 누리게 될 것으로 예측된다.

코로나19 이후 대면을 줄이기 위해 온라인 업무나 교육, 배달서비스, 로봇 등을 이용한 디지털 비대면 산업이 활성화되면 이에 따라 전력수요도 불가피하게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현재의 전력공급구조로는 안정적 전력공급이 쉽지 않을 수 있으므로 코로나19 이후를 대비해 정부의 에너지정책에 대한 추가적인 고려가 필요하다.

최근 손양훈 인천대 교수는 “코로나19 여파로 전 세계 에너지 분야가 위험에 직면해 있다”면서 “우리나라 역시 예외가 아닌 만큼 신한울 3,4호기 원전 건설을 재개함으로써 전력수요 증가에 대비할 뿐만 아니라 실업 발생을 줄이고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어야 한다”고 제언한 바 있다.

한편 산업통상부는 2017년 12월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17~2031)을 확정 공고했다. 원전과 석탄발전을 감축하고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전환한 에너지믹스 정책을 지속하며, 앞으로 발표될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바탕으로 미세먼지 및 온실가스 배출 축소를 위해 이산화탄소 발생을 줄일 수 있도록 석탄발전 추가 감축 방안 등에 대한 방향을 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기후변화 방지를 위해 석탄발전을 줄이고 신재생과 수소에너지 개발 확대를 강조했으나, 세계적으로 이산화탄소와 미세먼지 감축에 이바지하고 있는 원자력발전에 대한 언급이 없었던 것은 정부 정책의 공정성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아쉬운 부분이 아닐 수 없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20 세계 에너지 검토’보고서에서 코로나19 판데믹의 영향으로 올해 세계 에너지 소비가 6% 감소하고, 이에 따라 기후변화를 일으키는 이산화탄소(CO2) 배출량도 8% 줄어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발전용 에너지원별로 보면 석탄과 가스 발전량이 모두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소의 주요 원인으로는 △풍력과 태양광을 포함한 재생에너지 증가 △석탄발전을 천연가스로 전환 △원자력발전량 증가 등으로 나타났다. 최근 유럽의회는 ‘기후변화에 맞서려면 원자력을 포함한 모든 기술을 활용해야 한다’라는 결의문을 채택했으며 IEA 역시 “각국은 원전 투자를 강력하게 지원해야 한다”고 제시하는 등 국제 에너지사회에서는 원자력발전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하고 있다.

이에 우리나라에서도 코로나19 이후 시대에 펼쳐질 ‘비대면 디지털 산업’에 따른 전력수요 증가를 대비하는 한편 글로벌 기후변화 문제 해결을 위해 현재의 에너지전환 정책에 대해 경제적·과학적 측면에서의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 

▲ 신고리 3, 4호기.
▲ 신고리 3, 4호기.

최근 국내 원자력산업은 한층 더 큰 위기에 직면해 있다. 신한울 3,4호기 건설사업의 주기기 공급업체인 두산중공업은 신규원전 건설 백지화 방침에 따라 모든 사업이 취소되면서 올해 들어 1000여명에 달하는 대규모 인력의 구조조정 위기에 몰려 있다.

또 2000여개 관련 중소기업들도 지난해 매출액이 에너지전환 정책 도입 전인 2016년에 비해 30% 감소하는 등 ‘한국 원전의 메카’로 불렸던 창원지역의 중소 협력업체들이 고사(枯死)하고 있다는 기사가 속출하고 있다. 이것은 우리나라 에너지산업의 기반이 완전히 붕괴하는 지경에 이르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원전산업 경쟁력을 갖추는 데 30년 이상 걸렸지만, 붕괴하는 데는 3년도 채 걸리지 않았다.

그나마 다행히도 정부에서는 국가 기간산업 지원을 위해 두산중공업에 1조원의 지원을 거론하고 있다. 또 대통령 직속 국가기후환경회의가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에 대한 공론화 진행을 내부 방침으로 정했다는 반가운 소식도 들리고 있다.

원자력 산업계는 UAE로 원전을 수출했으며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로부터 인증을 받아 국제적으로도 안전성이 확인된 APR1400형 원자로가 현재 건설 중인 신고리 5,6호기와 함께 신한울 3,4호기도 건설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이것은 코로나19로 인해 국가 경제가 어려운 이 시점에 원자력산업의 붕괴를 막고 국가 경제 활력의 시발점이 될 것이다.

지금은 ‘생활 속 거리두기’로 완화된 ‘사회적 거리 두기’는 코로나19를 극복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특히 코로나19 발생 초기에 정보기술(IT)은 방역 당국이 발 빠르게 대응하는 데 필요한 기반 기술로 사용됐다.

미국의학협회에서 발간하는 세계 최고 학술지 JAMA에 실린 코로나19 관련 한국 논문에서는 “한국은 입국 제한, 봉쇄, 도로 폐쇄 등 공격적 조치 대신 추적, 검사, 치료 전략을 택했다”며 “첨단 IT 시스템을 광범위하게 활용해 의심 환자와 접촉자를 추적한 것은 확진자와 사망자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됐다”고 평가했다.

한국에서 이러한 기반 기술이 마련된 것은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이후 감염 전파를 막기 위해 방역 당국이 휴대전화 등에서 수집한 위치 정보, 주민등록번호, 진료 기록, 출입국 기록, 신용카드 거래 내역, 대중교통 사용 기록, CCTV 영상 등 7가지 개인정보를 활용할 수 있도록 했기 때문이다. 다만 이러한 광범위한 데이터 공개는 일부 확진자의 사생활을 노출하는 등 부작용이 나타나기도 했다.

이 논문에서는 “한국의 코로나19 극복 사례는 감염성 높은 질병 확산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IT 시스템이 유용하다는 것을 보여주지만, 개인의 사생활을 보호하면서 정보 활용도를 높이기 위한 노력도 함께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6일부터 정부는 코로나 방역을 위한 사회적 거리 두기를 마치고 ‘생활방역’으로의 전환을 선언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우리 사회는 급작스럽게 많은 변화를 경험했고, 코로나19를 극복하기 위해 정부와 국민이 한마음으로 노력해 좋은 결과를 얻고 있다. 이러한 국가와 국민들의 노력에 발맞춰 원자력 분야 종사자들도 코로나19의 결과로 예상되는 국가 경제위기를 이겨내는 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마지막으로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를 통해 원자력 관련 기업들이 오랜 침체의 터널에서 벗어나 국가 경제 발전에 이바지하는 기회를 맞을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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