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류건조기 시장 급성장 中…린나이 vs LG·삼성·SK ‘경쟁’

[에너지신문] 보일러, 에어컨, 세탁기, 냉장고, 청소기 등 삶의 질을 높이는 에너지기기들은 그 기능을 꾸준히 개선해 시시각각 변하는 소비자 필요에 적응한다. 또 일부 제품은 그 효용이 떨어져 시장에서 서서히 퇴출되기도 한다. 그리고 변화된 소비자들의 주거 환경에 따라 시장에 새롭게 등장한 제품들은 소비자의 선택을 받는다.

그동안 가정에 하나씩은 다 있었던 TV가 최근 점점 사라지고 있다. 스마트폰이 그 자리를 대체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1980년대 이후 출생자들을 중심으로 스마트폰을 통한 유튜브(YouTube) 시청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TV의 판매량은 매년 줄어들고 있다고 분석한다.

업계 분석에 따르면 2014년 전세계 TV 수요는 2억 3521만대로 정점을 찍었고 그 후 2017년까지 매년 평균 2%가량 감소했다. 2015년에는 2억 2580만대, 2016년 2억 2270만대, 2017년 2억 1510만대를 기록했다. 2018년과 2019년 2억 2000만대선을 유지했지만 올해 수요 전망치는 2억 350만대로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TV처럼 성장세가 잦아드는 제품도 있지만 새롭게 우리의 삶에 등장하는 제품도 존재한다. 최근 성장세가 두드러지는 가정용 에너지기기는 의류건조기다. 세탁기의 단짝인 건조기는 2016년에는 10만대가 팔렸지만 2017년 60만대, 2018년 100만대가 팔렸다. 그리고 지난해 업계 추정치에 따르면 150만대가 판매됐다. 그야말로 의류건조기는 급성장 중이다.

▶ 의류건조기 시장, LG전자·린나이 ‘양강구도’
2017년까지 의류건조기 시장의 핵심 플레이어는 LG전자와 린나이였다. 양사는 액화천연가스(Liquefied Natural Gas)와 액화석유가스(Liquefied Petroleum Gas)를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가스식 의류건조기로 시장을 양분했다.

뜨거운 바람으로 젖은 빨래를 말리는 의류건조기의 핵심적인 기능을 가장 효율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가스식 의류건조기와 경쟁할 수 있는 의류건조기가 당시까지는 없었다. 전기만으로 젖은 빨래를 말릴 뜨거운 바람을 생산하는 전기식 의류건조기는 경제적인 측면에서 가스식 의류건조기의 상대가 현재까지도 되지 못한다.

이는 90~110℃의 뜨거운 바람을 내뿜어 섬유 속 유해세균도 잡고 짧은 시간에 젖은 빨래를 건조시켜야 하는 의류건조기의 기본적인 성능을 구현하는데 있어서 전기를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것보다 가스를 사용하는 것이 에너지효율이라는 관점에서 월등히 앞서기 때문이다.

국내 전기의 70% 이상을 원자력발전소와 석탄화력발전소가 생산하고 있다. 원자력발전의 원료인 우라늄과 석탄화력발전의 원료인 발전용 유연탄에 비해 천연가스와 석유가스의 가격이 더 비싸지만 의류건조기 내부의 뜨거운 바람을 생산하는 것에서는 2차 에너지인 전기보다 1차 에너지인 가스를 사용하는 것이 효율적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가스식 vs EHP·콘덴싱…의류건조기 기술전쟁
가스식 의류건조기의 생산·유통을 여전히 고수하고 있는 린나이와 달리 LG전자는 가스식 의류건조기 생산을 줄이고 2017년부터 전기히트펌프(Electric Heat Pump)와 콘덴싱(condensing) 기술을 활용한 의류건조기를 주력으로 판매하고 있다.

LNG나 LPG를 에너지원으로 사용해야 하는 가스식 의류건조기는 도시가스 배관망이나 LPG 공급설비 등과 연결을 위해 장소적 제약이 발생한다는 단점이 존재한다. LG전자가 EHP와 콘덴싱 기술을 활용한 의류건조기를 생산하게 된 것은 기존 가스식 의류건조기가 가진 장소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함이었다.

린나이가 생산·유통하는 가스식 의류건조기는 90~110℃의 뜨거운 바람을 계속해서 내뿜는다. 섬유 속 유해세균을 99.9%까지 살균하는 능력과 최소 30분에서 최대 1시간을 넘지 않는 짧은 건조시간은 큰 장점이 있다. 또 국민의 80% 이상이 도시가스의 혜택을 보고 있어 설치에도 큰 어려움은 없다.

LG전자를 비롯해 삼성전자, SK매직 등이 뛰어든 EHP·콘덴싱 의류건조기는 빨래의 수분을 제거하는 방식이 가스식 의류건조기보다 조금은 복잡하다. 가스식 의류건조기가 뜨거운 바람으로 빨래가 머금고 있는 물을 증발시키는 단순한 방식이라면 EHP·콘덴싱 의류건조기는 젖은 빨래의 수분을 수증기(기체)로 만들었다가 다시 물(액체)로 변환하는 과정을 거친다.

가스식 의류건조기에 비해 EHP·콘덴싱 의류건조기가 구동방식에서 복잡한 이유는 장소의 제약을 없애기 위해 EHP·콘덴싱 의류건조기는 가스가 아닌 전기를 동력원으로 선택했지만 전기만을 동력으로 활용할 경우 비용적인 측면에서 가스식 의류건조기와 경쟁을 할 수 없기에 전기 사용량을 억제하는 방식으로 콘덴싱 기술을 활용하기 때문이다.

콘덴싱 기술은 기체가 액체가 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에너지를 활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액체가 기체가 되기 위해서는 에너지를 흡수해야 하고 기체가 액체가 되기 위해서는 에너지를 방출해야 하는 원리를 활용한 기술이 콘덴싱이다.

EHP·콘덴싱 의류건조기는 기체가 액체가 되는 과정에서 방출하는 에너지원을 빨래를 건조시키는데 활용해 전기를 절약한다. 빨래의 수분을 수증기로 만드는 과정과 그 수증기를 다시 물로 만드는 과정에는 전기가 사용된다.

히트펌프는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는 물을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끌어올리기 위해서 필요한 펌프(pump)처럼 고온에서 저온으로 이동하는 열(heat)을 저온에서 고온으로 이동시키는 장치를 말하는 용어다.

▶EHP·콘덴싱 의류건조기, 장소제약 극복했나?
가스식 의류건조기와 EHP·콘덴싱 의류건조기는 경쟁적인 관계를 유지했지만 최근에는 EHP·콘덴싱 의류건조기가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으며 가스식 의류건조기를 크게 위축시키고 있다. 도시가스 배관 등과 연결해야 해 설치 및 이전시 장소의 제약이 다소 있는 가스식 의류건조기보다 어디든 설치가 가능하다는 장점을 강조하고 있는 EHP·콘덴싱 의류건조기를 소비자들이 압도적으로 선택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EHP·콘덴싱 의류건조기가 장소의 제약에서 완전히 자유롭다는 제조사들의 마케팅에는 많은 의문부호가 달리고 있다. 전기를 사용한다는 점에서 어디든 설치가 가능한 것은 사실이지만 EHP·콘덴싱 의류건조기가 가진 기능상의 한계로 인해 어디서도 제기능을 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적인 여론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장소의 제약을 극복했다는 EHP·콘덴싱 의류건조기 제조사들의 설명과는 달리 실사용자들은 소음 때문에 실내에 설치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또 겨울에는 배란다 등에서 설치할 경우 건조 시간이 너무 길어 소음이 불편하더라도 거실로 옮겨 이용하고 있다고 불편함을 호소하기도 한다.

가스식 의류건조기에 비해 장소의 제약이 없다는 EHP·콘덴싱 의류건조기 제조사들의 마케팅과 달리 소음과 주변온도에 따라 늘어지는 건조시간 등으로 어디에도 설치하기 힘들다는 냉혹한 평가를 내리는 실사용자들도 있었다.

소음은 가스식 의류건조기에는 없는 EHP·콘덴싱 의류건조기만의 문제다. 물을 수증기로 그 수증기를 다시 물로 만드는 다소 복잡한 과정을 거쳐 빨래를 건조하는 EHP·콘덴싱 의류건조기는 내부에 압축기가 반드시 필요하다.

압축기 내부에는 실린더가 존재하고 이 실린더는 인버터의 통제를 받아 움직이면서 빨래 건조에 필요한 환경을 조성한다. 실린더 진동에 따른 소음과 흔들림은 가스식 의류건조기에서는 찾을 수 없는 단점이자 소음 유발의 원인이다. 

EHP·콘덴싱 의류건조기가 가진 또 다른 단점은 건조기 속의 온도를 60℃ 이상으로 높이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수증기가 액체로 변하면서 발생하는 에너지를 활용하는 콘덴싱 기술을 활용하기에 높은 온도에서 빨래를 건조하는 것이 힘들다는 한계가 있다.

EHP·콘덴싱 의류건조기는 낮은 온도에서 건조하기에 빨래를 완전히 말리는 데 최소 2시간 이상이 걸리는데 겨울철에는 4시간 이상으로 늘어난다.

EHP·콘덴싱 의류건조기 분야에서 앞선 기술력을 가진 LG전자는 이 치명적인 단점을 다소 극복했지만 3시간에 가까운 건조시간은 겨울에도 1시간 이내에 건조를 완료하는 가스식 의류건조기와 비교했을때 감출 수 없는 단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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