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격한 원유가격 하락에 따른 재고평가손실, 유가회복으로 만회가능"

정유ㆍ석유화학공장 등에서 비산배출되는 VOCs를 저감하기 위해 저장탱크, 냉각탑, 플레어스택 등의 시설관리기준이 강화된다.
정유공장 자료사진.

[에너지신문]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S-OIL, 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 4사가 올해 1분기에 기록한 영업손실이 4조3775억원에 달했다. SK이노베이션이 1조7752억원, GS칼텍스가 1조318억원, S-OIL이 1조73억원, 현대오일뱅크가 5632억원의 영업손실을 올해 1분기에 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벌써 3년째 이어지고 있고 코로나 바이러스의 영향으로 수요가 급감해 정유사들의 영업이익에 직결되는 정제마진이 마이너스까지 떨어지고 있는 상황도 정유사들이 영업손실을 기록한 원인 중 하나지만 올해 1분기 영업손실에서 가장 큰 영향은 준 것은 급격히 하락한 원유(crude oil) 가격이었다.

원유 구매에서 석유제품 생산까지 최소 한 달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는 정유사들의 영업형태를 감안할 때 원유 가격의 급격한 하락은 막대한 재고평가손실을 발생시킬 수밖에 없다.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est Texas Intermediate, WTI)의 배럴(barrel)당 가격이 올해 1월 배럴당 60달러대에서 3월에는 20달러대로 급격히 하락했다. 1월과 2월에는 배럴당 50~60달러 수준에서 안정적으로 움직이던 원유 가격이 3월에 20달러까지 곤두박질쳤다.

정유사들은 원유를 구매해 산유국 현지에서 국내로 들여오는데 약 2주에서 한 달 반 가량의 시간이 걸린다. 또 구매한 원유를 석유제품으로 가공하고 이를 유통시켜 수익을 올리는데는 시간이 더 소요된다. 정유사의 사업구조에 따르면 유가의 급격한 하락은 원료 구매부터 수익 달성까지 최소 한 달 이상의 시간 차이를 둔다. 

1월에 60달러에 구매한 원유는 2월에 석유제품이 된다. 2월에 구매한 원유는 3월에서야 석유제품으로 판매된다. 배럴당 50~60달러 수준에서 구매한 원유를 이용해 석유제품을 생산했지만 판매시기의 원유 가격은 배럴당 20달러대로 하락하고 이에 따라 석유제품의 가격도 하락했다. 

원유 거래가격이 급락하면서 원유 구입비용이 회계상 재고평가손실로 처리되는 상황이 올해 1분기 국내 정유4사에게 모두 발생했다. 실제 국내 정유4사의 올해 1분기 재고평가손실은 3조1513억원으로 추정된다. 정유4가사 기록한 4조3775억원의 영업손실의 71% 이상이 재고평가손실인 것이다.

정유사의 재고평가손실은 원유 가격이 오르면 이내 회복되는 일시적인 현상으로 볼 수 있다. 1분기에 잡아둔 재고평가손실은 원유 가격이 회복될 경우는 재고평가이익으로 변할 수 있기에 업계 일각에서는 큰 위기로 보지 않는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의 상황은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절망할 수준까지는 아니"라며 "단기적으로 원유 가격이 급격히 하락하면서 회계상 발생한 재고평가손실은 장기적으로 재고평가손익으로 전환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은 올해 1분기에 1조 775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지만 원유 가격 급락에 따른 재고평가손실이 9418억원으로 전체 영업손실 중 53%가 재고평가손실에 따른 것이다.  

SK이노베이션과 비슷한 규모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GS칼텍스 역시 원유 가격의 급격한 하락으로 발생한 재고평가손실이 전체 손실의 대부분이었다. 1조31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GS칼텍스는 9000억원의 재고평가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는 전체 영업손실의 87% 이상이다.

S-OIL도 원유 가격의 급격한 하락으로 발생한 재고평가손실이 전체 손실의 대부분이었다. 1조7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S-OIL은 7210억원의 재고평가손실을 기록했고 이는 전체 영업손실의 71%를 넘는 수준이다. 

현대오일뱅크의 경우는 재고평가손실을 빼면 오히려 200억원대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현대오일뱅크는 올해 1분기에 563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는데 유가변동에 따른 영업손실이 5885억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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