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영도 관리도 못받는 친환경보일러 의무화
환영도 관리도 못받는 친환경보일러 의무화
  • 윤희성 기자
  • 승인 2020.04.23 0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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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점들 "주거환경에 따른 설치제약 많지만 정부대책은 미비"
일반보일러 설치 막겠다는 정부…담당공무원 배치도 아직 못해
▲ 가스보일러 배기구.
▲ 가스보일러 배기구.

[에너지신문] 친환경보일러 설치를 의무화하는 대기관리권역법(대기관리권역의 대기환경개선에 관한 특별법)이 지난 3일 시행되면서 그동안 정체됐던 보일러 시장이 다시 한 번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업계 일각에서 증폭되고 있다.

하지만 보일러 유통을 책임지는 대리점들은 정부의 친환경보일러 의무화 정책을 그리 환영하지 않고 있다. 또 이들 대리점들은 친환경보일러 의무화 정책의 집행에도 허술한 점이 많다고 지적했다.

22일 본지가 국내 보일러 제조사 대리점 일부를 직접 방문해 현장에서 친환경보일러를 판매하는 담당자들에게 문의한 결과, 대리점들은 정부가 주도하는 친환경보일러 설치 의무화가 실제 보일러 시장을 변화시키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이들 대리점들은 "새롭게 건설하는 주택의 경우는 친환경보일러 설치에 어려움이 없겠지만 이미 지어진 다수 주택의 경우는 친환경보일러가 설치되기 힘들다"며 "국내 주거형태를 고려치 않은 친환경보일러 설치 의무화는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기 힘들 것"이라는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또 대리점들은 "기존 보일러와 달리 배수구와 상향식 배기구가 반드시 필요한 콘덴싱(condensing) 기술을 활용하는 친환경보일러를 도저히 설치할 수 없는 주거공간이 생각보다 많다"며 "가격이나 설치에서 모두 불리한 친환경보일러를 설치해야 한다는 법은 시행됐지만 현장에서는 일반보일러를 설치하는 경우가 더 많은 것이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업계 관계자 A는 "정부에서 보조금을 준다고 해서 친환경보일러가 일반보일러보다 저렴한 수준이 아니기에 다수의 소비자들은 친환경보일러를 선호하지 않는 상황"이라며 "배수구 문제로 친환경보일러를 달고 싶어도 설치할 수 없는 주거공간이 많은 것이 실제 현실"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 B는 "정부는 친환경보일러를 최대한 설치하도록 요구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이런 정부의 요구가 현실을 전혀 모른다고 밖에 느껴지지 않는다"며 "고층 주거지의 경우는 상향식 배기구 설치 과정에서 사고 위험이 커서 친환경보일러 설치가 어려운데 이에 대해서는 정부가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 C는 "정부가 알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친환경보일러 설치가 불가능한 주거지가 전체 2000가구 중 최소 20%에서 최대 70%까지 권역별로 존재하고 있다"며 "친환경보일러를 설치할 수 없는 주거공간에 대한 파악과 이에 따른 구체적인 대책은 내놓지 못하고 일반보일러 설치를 막는 것은 성급하다"고 말했다.

대리점들은 친환경보일러 설치 의무화 정책을 관리·감독할 정부 담당자가 지정되지 않은 모호한 현실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이는 법은 있지만 이를 집행할 행정부 인력이 제대로 구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설치가 까다로운 친환경보일러를 굳이 고객들에게 추천해 판매할 대리점이나 보일러 전문설비업체가 많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친환경보일러를 설치할 수 없는 주거공간에 일반보일러를 설치하려면 정부 담당자가 직접 나와 일반보일러가 설치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직접 확인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공무원이 직접 나와 관리·감독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것이 현장 설치기술자들의 전언이다.

법은 만들어졌지만 법을 실질적으로 집행하는 역할을 할 지방자치단체가 친환경보일러 설치 의무화를 구현할 인력과 예산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일반보일러 설치를 선호하는 소비자들의 성향을 바꾸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목소리가 현장에서 나오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보일러 설치를 직접 감시할 인력을 확보하는 것에는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일반보일러를 설치한 경우, 대리점 등 설비업체가 관할 구청 등 행정부처에 직접 신고하고 있다. 자발적으로 신고하지 않는 경우에 대해서는 어떠한 대책도 없는 것이 현재 상황이다. 

이미 구축됐어야 했던 보일러 유통 관리·감독 인프라는 늦어도 10월까지는 완성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환경부와 각 지방자치단체는 친환경보일러 설치가 불가능한 대기관리권역 내 주거환경에 일반보일러를 설치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지만 그 기간은 9월 30일까지다. 10월부터 보일러 제조사들과 대리점들은 대기관리권역 내에서 일반보일러를 유통할 수 없게 된다.

환경보일러 설치 의무화 정책을 관할하는 환경부는 보일러 설치 현장을 감시·감독하는 역할은 지방자치단체의 몫이라는 입장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환경부가 정책 전반을 책임지고 있는 것은 맞지만 정책을 관리하는 역할은 지방자치단체의 몫이고 담당 공무원 배치 등은 각 지방자치단체가 판단해서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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