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자들, 급격한 법령 변화·불명확한 허가기준 등 고쳐져야
예측 불가능한 REC 가격변동·분산형전원 위축 등도 문제점

[에너지신문] "대한민국 에너지 산업이 불확실성 앞에 무너지고 있다. 에너지 산업의 정책과 규제는 산업의 발전과 함께 다듬어져야 한다. 정책의 완벽함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신뢰성이다."

태양광 발전사업자들이 정부 정책의 신뢰도 제고를 촉구하고 나섰다. 한국태양광공사협회, 한국태양에너지학회 등에 따르면 국내 태양광발전 산업을 위축시키는 요소는 △급격한 법령 변화 △주관적이고 불명확한 허가기준 △커지는 신재생공급인증서(REC) 가격변동 △대형발전소 편향에 따른 분산형전원 위축 등이다.

특히 현재보다 더 나은 방향의 정책이 제시된다 하더라도 충분한 유예기간이 없다면 기업은 투자를 주저하게 된다는게 이들의 공통적인 지적이다.

태양광발전사업자들은 발전사업허가 신청이 들어간 이후에는 규제 정책이 도중에 변경되더라도 기존의 사업 사이클에 영향을 줘서는 안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규제 변경의 발표시점에 이미 시작된 사업은 마무리 단계까지 기존의 정책을 적용할 수 있는 충분한 유예기간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 전북 부안 태양광 발전소 매도 물량 전경.
▲ 사진은 본 기사와 관련 없음.

부실시공 부추기는 잦은 법·제도 변화

정권에 따라, 때로는 관계자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수시로 뒤바뀌는 제도 및 법령 변화가 부실 시공의 원인을 제공한다는 지적이 늘고 있다. 2017년 12월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 발표 이후 2018년 산업부의 임야가중치 변경 행정예고, 전기사업법 변경 예고 법안 상정, 임야가중치 변경 확정이 차례로 진행됐다.

또 2018년 7월 환경부 육상태양광 환경성 평가 협의 지침 제정에 이어 그해 8월 산림청의 태양광발전시설 일시사용 산지관리법시행령 입법 예고, 9월 산업부 태양광발전시설 임야 안전기준강화(개발행위준공 기준 REC거래), 올해 1월 임야에서 전체로 미준공 발전소 REC 발급 제한 대상 확대, 지난달 태양광 양도요건강화 등 수많은 법령 개정이 이뤄졌다.

사업자들은 농림식품부의 '우량농지 규제 예고' 등 8차 전력수급계획의 발표와 상반되는 각종 규제가 신설됨에 따라 태양광발전사업을 급하게 진행하지 않을 경우 이미 구입한 토지에 규제가 적용돼 처음 계획했던 사업에 차질이 생기게 된다고 불만의 목소리를 높였다.

심한 경우 사업의 진행을 포기해야 하는 사태가 발생해 설계와 시공을 서둘러 진행시킬 수 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발전사업자는 시공사와 설계사무실 등에 무리하게 업무를 진행해 달라고 강요할 수 없는 환경이라는 게 이들의 하소연이다.

'주관적 허가기준' 지양해야

개발행위 허가의 부정확함도 태양광발전의 성장을 가로막는 요소로 꼽힌다. 태양광 개발사업의 기본이자 가장 큰 핵심은 개발행위 허가의 승인 여부다. 따라서 허가 기준이 지자체나 심의위원의에 주관에 따라 달라질 경우 사업 요건을 충족했음에도 사업이 불가능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

최근 들어 개발행위불허가 사유로 빈번히 제시되는 '주변 환경과의 부조화'는 그 대표적 예로 꼽히고 있다.

현재 경관등급과 환경등급의 국가기준이 이미 마련돼 있음에도 이를 기준으로 허가 심의가 이뤄지고 있지 않다는 게 태양광 발전사업자들의 주장이다. 주변 환경과의 부조화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다면 이 조항 하나만으로도 심의위원들의 개인적 판단에 따라 개발행위 가부가 결정될 여지가 높다는 것. 객관적 허가 기준의 정립과 이에 대한 명확한 적용은 부정청탁을 방지하고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하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게 이들의 견해다.

▲ 삼척 주민참여형 태양광 설비 전경.
▲ 사진은 본 기사와 관련 없음.

너무 높아진 REC 변동성

시장에서 정해지는 REC 가격에 단순히 불만을 제기하는 것은 자본주의 논리에 맞지 않다. 그러나 이 시장이 충분한 경쟁시장의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경우에는 얘기가 다르다.

최근 한달 간 REC 가격의 변동성은 40%를 훌쩍 뛰어넘었다. 태양광 사업자들은 매수 주체가 지극히 소수인 REC 시장에서 매수자와 매도자 양측이 다수인 주식시장 거래와 동일한 형태의 매매시스템을 가져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매수 주체가 마음만 먹으면 시장을 조작할 수 있는 여지가 너무 많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들은 가격에 차등을 두더라도 발전차액지원제도(FIT)를 일반인에게 확대하는 것은 현 상황에서 반드시 필요한 정책이며, 시장안정화를 위한 대안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시장의 안정화와 장기지속성을 위해서는 예측가능한 정책의 로드맵도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시장을 예측할 수 있어야 기업이나 사업자가 투자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규모 편향에 소외되는 분산형 전원

분산형 전원은 송배전계통의 운영비를 감소시키고 첨두부하 및 전력부하에 대한 대응력을 향상시킨다. 태양광과 같은 신재생에너지의 최대 장점 중에 하나가 바로 분산형 전원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신재생에너지 정책은 최대한 많은 국민이 참여할 수 있는 방향으로 진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나 현재 우리나라의 신재생에너지 정책은 갈수록 대규모발전소 편향적으로 변해가고 있다는 게 사업자들의 공통된 견해다.

이들은 규제와 절차가 복잡해지면 대형 사업보다는 중소형 사업이 타격을 받게 된다고 지적했다. 절차의 이행 비용이 차지하는 비율은 사업의 크기가 작아질수록 커지기 때문이다.

민원 해소를 발전사업허가의 필수 이행 절차로 인정하게 되면 발전소가 작을수록 그 부담이 커지게 되고, 이는 신재생에너지 시장에서 발전소가 대형화되도록 유도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

따라서 기존 설치된 신재생에너지원의 장기지속적인 유지관리와 시장 안정화를 위해서는 기업이 살아남을 수 있는 정책의 일관성과 장기 로드맵에 의한 사전 예고제가 꼭 필요하다는 게 사업자들의 견해다.

태양광발전사업자들은 이같은 문제들은 궁극적으로 정부, 그리고 정책에 대한 신뢰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입을 모은다.

태양광공사협회 관계자는 "정책은 단번에 완벽해질 수 없으며 조금씩 보완을 통해 진화를 거듭하게 마련"이라면서도 "그 과정에서 신뢰를 잃어버리면 해당 사업은 제대로 성장하지 못해 결국 도태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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