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레인지 '폐암유발' 괴소문부터 '반일감정'까지 도 넘은 마케팅"

▲ 가스레인지에서 나오는 일산화탄소가 사망에 이르게 한다는 거짓을 유포하고 있는 SK매직의 유튜브 영상 캡처.
▲ 가스레인지에서 나오는 일산화탄소가 사망에 이르게 한다는 자극적인 과장 정보를 유포하고 있는 SK매직의 유튜브 영상 캡처.

[에너지신문] 대한민국 가스레인지 시장의 최강자였던 린나이코리아가 지난해 100억원 이상의 손실을 기록했다. 2014년부터 2016년까지 3년간 평균 120억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내던 린나이가 2017년 77억원, 2018년 8억원이라는 다소 걱정스러운 영업이익을 기록한 후 결국 적자로 전환된 것이다.

1978년 LPG(Liquefied Petroleum Gas) 레인지부터 1987년부터 사용한 현재의 LNG(Liquefied Natural Gas) 레인지까지 대한민국의 에너지기기 역사의 한 획을 그은 기업이 최근 잇따른 악재로 경영위기에 내몰렸다. 가스레인지가 폐암을 유발한다는 괴소문에 시달리던 린나이는 현 정권에서 급격히 높아진 반일감정의 영향까지 고스란히 받으며 실적이 곤두박질치고 말았다.

13일 본지 취재에 응한 린나이는 최근 계속되는 악재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했다. 이는 기업의 기술력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가 아닌 음해 수준의 경쟁사 마케팅과 지나친 반일감정 조장 등 손을 쓰지 못하는 조건들로 기업의 실적이 하락하는 상황을 그저 지켜보는 답답한 마음에서 나온 읍소였다.

린나이 관계자는 "가스레인지가 폐암을 유발한다는 괴소문의 출처가 SK매직과 쿠첸 등 경쟁사의 음해성 마케팅이었고, 이 유언비어를 2016년 완전히 바로잡았는데 아직도 이런 괴소문을 SK매직이 앞장서서 유포하고 있는 것에 대해 섭섭한 마음을 넘어선 감정까지 생긴다"고 말했다.

실제 SK매직은 현재도 자사 유튜브(YouTube) 채널을 통해 가스레인지의 일산화탄소가 사망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다소 자극적인 영상을 유통시키고 있다. 2013년 돌기 시작한 해당 괴소문은 2014년부터 2016년까지 3년간 '가스레인지에서 배출되는 일산화탄소는 인체에 무해한 수준'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 유관 기관인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과 에너지기기 업계를 대변하는 한국에너지기기산업진흥회 부설 에너지기기시험원에서 '가스레인지에서 배출되는 일산화탄소는 인체에 해를 끼칠 정도가 되지 못한다'는 결론을 냈다. 산업부는 물론 SK매직이 회원사로 있는 진흥회에서도 동일한 결론이 나온 것이다. 또 한국도시가스협회, 한국가스공사, 환경부까지 가스레인지에서 배출되는 일산화탄소로 공포심을 자극하는 것을 지양해야 한다고 경고한 바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역시 당시 가스레인지가 폐암을 유발한다고 광고를 낸 한 전기레인지 판매업체에게 허위·과장 광고를 하면 표시광고법 위반이라며 시정조치를 통보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SK매직에게 시정조치를 내린 것은 아니였지만 행정조치 이후 온·오프라인에서 가스레인지를 비방하고 소비자에게 혼란을 야기하는 전기레인지 업계의 부당한 홍보활동은 대폭 축소되는 효과가 있었다. 

인덕션(induction)으로 대표되는 전기레인지 시장이 성장하려면 견고한 가스레인지 수요가 흔들려야 했고 2000년대 초반부터 인덕션 방식의 전기레인지를 개발했던 SK매직, 쿠첸 등이 린나이의 가스레인지 시장에서 전기레인지의 수요를 창출하기 위해 마케팅이라는 이름으로 괴소문을 내는 악수를 뒀다는 것이 관련 업계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린나이는 SK매직이 최근에 낸 보도자료에서 반일감정을 마케팅에 이용하려고 했다는 것에도 불편한 감정을 드러냈다. 린나이 관계자는 "반일감정에 편승해 우리를 일본기업으로 자신들을 대한민국 기업으로 강조하며 일본을 꺾고 가스레인지 및 전기레인지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달성하겠다고 보도자료를 내는 행태는 동종업계에서 도무지 할 수 없는 일이었다"고 말했다.

1985년 가스오븐으로 시작한 SK매직은 동양시멘트에서 SK네트웍스로 2016년부터 옷을 갈아입은 후 가스레인지 시장에서 린나이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SK매직의 가스 및 전기레인지의 영업이익은 2017년과 2018년에 100억원대에서 지난해 300억원대로 급격히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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