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여파로 항공산업 초토화…휘발유·항공유 심각한 소비위축

한국석유공사 울산 사옥.
한국석유공사 울산 사옥.

[에너지신문] 국제유가 하락에도 코로나 여파로 석유제품 소비가 감소하면서 재고가 쌓일 대로 쌓인 정유업계가 정부 측에 도움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SK에너지,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S-OIL 등 국내 정유4사와 정부 관계자들이 최근 코로나 확산으로 급격하게 떨어진 석유제품 수요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대책회의를 가졌다. 

정유사들은 휘발유와 항공유 등 재고 문제가 심각한 석유제품을 정부가 구매해 한국석유공사 비축시설에 보관해 주기를 바라고 있다. 한국석유공사는 평택, 울산, 여수 등에 비축시설을 보유하고 있다. 국내 정유사들은 울산, 여수, 대산에서 석유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코로나 여파로 초토화된 항공산업의 영향으로 국내 정유사들이 생산하는 석유제품 중 항공유가 그 수요처를 찾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항공유 외에도 휘발유, 경유, 나프타(naphtha) 등의 석유제품도 세계적인 소비 위축의 영향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

그나마 석유화학제품을 생산하는 원료인 나프타는 석유화학사들과 공장이 파이프라인으로 연결돼 있는 경우가 많아 재고 부담을 석유화학사가 감당하지만 석유제품의 경우는 재고가 고스란히 정유사의 몫으로 남는다. 원유(crude oil)를 수입해 생산한 석유제품을 대부분 수출하는 국내 정유사들은 원유 저장시설과 달리 석유제품 저장 시설이 코로나를 견딜 수준으로 준비돼 있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정유사가 생산하는 석유제품의 30% 정도를 석유화학제품인 나프타가 차지하고 있고 코로나라는 악재에 정유사가 생존하기 위해서는 나프타를 계속 생산해 석유화학사들에게 납품해야 한다. 나프타와 함께 생산되는 휘발유, 경유, 항공유, 등유 등은 부담이 되고 있는 것이다.

국내 정유업계에서는 유조선을 빌려 남는 기름을 저장해 놓거나, 전국 주유소 저장탱크에 휘발유를 선제적으로 저장하는 방안까지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마저도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기 어렵다.

미국부터 사우디, 러시아 등이 원유를 증산하면서 일어난 지금의 저유가 상황에서 유조선 사용료가 높아지고 있고 전국 주유소 사업자들에게 휘발유를 추가로 유통해도 국내에서 생산한 석유제품의 60%를 수출하는 국내 정유사들의 구조를 감안하면 큰 효과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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