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관리‧사후조치 미흡...기획‧위험성 조사는 문제 없어
부당사항 20건 중 주의‧통보 18건...'솜방망이 징계' 지적도

[에너지신문] 감사원이 포항 지열발전 기술개발사업 관련 기관들의 안전관리 및 사후 조치가 미흡했다고 결론지었다. 다만 과제 기획 및 부지 선정에는 큰 문제가 없었다는 판단이다.

감사원이 1일 발표한 포항 지열발전 기술개발사업 추진실태 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관련 기관들이 유발지진 안전관리를 부실하게 했으며, 유발지진 발생 후 조치도 미흡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과제 기획이나 부지 선정 당시 지진 위험성 조사가 불충분했던 것은 아니라는게 감사원의 결론이다.

감사원은 2010년 작성된 과제 상세기획에 스위스 바젤 사례 등이 포함되지 않은 점을 고려할 때 산업부가 기획 단계에서 수리자극에 따른 유발지진 위험성을 인지했다고 볼 근거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스위스는 2006년 바젤에서 규모 3.4 지진이 발생하자 당시 진행 중이던 지열발전소 공사를 중지하고 3년간 조사를 통해 지진 위험도를 분석, 향후 규모 4.5 지진이 예상된다며 사업을 전면 중단한 바 있다.

건설 중인 포항지열발전소 전경.(사진제공: 넥스지오)
▲ 2017년 당시 건설 중이던 포항지열발전소.

또한 감사원은 5개 부지 후보지를 대상으로 설문조사 및 자문위원회 등을 거쳤으며 부지 선정 단계에서 지질조사를 통한 지진 위험성 검토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대한지질학회 연구용역 결과를 고려할 때 부지선정에서 지질조사가 불충분했다고도 보기 어렵다고 봤다.

지열발전 사업을 진행한 넥스지오 컨소시엄이 시추 과정에서 어느 정도 규모 지진이 발생할 수 있는지 파악하기 어려웠다는 부분도 인정했다.

중국 업체가 인센티브를 위해 고압 물 주입으로 수리자극을 실시한 것 아니냐는 의혹에는 지반 특성으로 고압을 사용했으며, 높은 주입 압력으로 지진 규모가 커진다는 일반화된 연구 결과가 없어 고압 물 주입으로 지진이 유발됐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결론지었다.

그러나 감사원은 넥스지오가 관련 기관과 협의 없이 유발지진 안전관리 방안을 만들었으며 지진 규모별 단계 및 조치 내용을 구분한 '신호등 체계'도 부적절하게 변경했음을 지적했다.

보고서에는 넥스지오가 2015년 12월 미소진동 관리방안 수립 과정에서 산업부와 에너지기술평가원, 포항시와 협의를 거치지 않았다고 밝혔다. 적색단계 지진 발생 시 수리자극을 중단하는 등 내용도 반영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2016년 12월 2차 수리자극에서 규모 2.0 지진이 발생하자 신호등 체계에 따라 산업부, 에기평, 포항시, 기상청 등에 지진 발생 사실을 통보해야 했음에도 이를 에기평에만 보고하고 웹사이트 공개도 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 포항시와 기상청은 R&D 관리기관이 아니라는 이유로 보고대상에서 제외하고 웹사이트 게재는 방문자 수 저조 이유로 신호등 체계에서 제외했다. 에기평은 미소진동 관리방안 수립 계획 사실을 인지하고도 사업 기간 연장 승인 과정에서 관리방안 수립 여부를 확인하지 않았으며 신호등 체계 적정성 검토를 하지 않았다.

산업부 역시 미소진동 관리방안 수립 여부를 확인하지 않았으며 2017년 4월 규모 3.1 지진 이후 신호등 체계를 보고받고도 관련 검토를 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보고서는 이로 인해 포항시 등이 지열발전에 따른 유발지진 정보를 제공받지 못했으며, 2017년 4월 지진 이후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한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지적했다.

넥스지오는 2017년 4월 3차 수리자극 과정에서 규모 3.1 지진이 발생했음에도 유발지진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에기평·산업부에 명확하게 보고하지 않았으며 더 큰 규모의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졌으나 지진 위험도 분석 없이 4,5차 수리자극을 진행했했다. 5차 수리자극에선 유사규모 지진 발생 가능성이 있다는 경고가 나왔음에도 당초 계획보다 1400㎥ 많은 물을 주입했다.

에기평은 지진 발생을 보고받고 유발지진 여부를 확인하지 않았고, 산업부 R&D 과제 관리업무 담당자는 유발지진으로 인지할 수 있었던 사항임에도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보고서는 산업부가 지진 발생을 보고받은 후 유발지진 여부 확인이나 지진 위험도 분석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지질자원연구원이 시스템 불안정 이유로 지진계 14개 중 1개만 연결해 사용, 지진 규모 분석도를 떨어트린 점도 확인됐다.

2010년 3월 당시 산업부 A과장은 200kW급 지열발전 과제를 MW급으로 변경하는 과정에서 별다른 조사나 검토를 거치지 않았다. 총사업비 500억원 이내로 진행하기 어렵다는 의견에도 사업을 강행, 중국 업체와 턴키 계약을 맺어 사업 기간이 4차례 연장되는 등 차질을 초래하기도 했다.

에기평은 200kW급 과제에서 영세 규모를 이유로 탈락된 넥스지오를 탈락사유 검증 없이 MW급 과제 수행기관으로 선정했다. 컨소시엄 과제 기간 연장 신청 사유를 충분하게 검토하지 않고 4차례 연장을 승인하기도 했다.

에기평이 시추기 마력 재조정 과정에서 임차비를 감액하지 않거나, 넥스지오가 인적·물적 구분이 불명확한 자회사와 장비 임대차 계약을 체결한 뒤 임차비 총 96억원을 부당 집행한 점도 확인됐다.

감사원은 이번 감사로 밝혀진 위법·부당사항 총 20건에 대해 징계 1건, 문책 1건의 처분을 내렸다. 또 9건은 통보 처준, 9건은 주의요구 처분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감사원의 이같은 처분이 '솜방망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포항 지역구 의원인 김정재 미래통합당 의원은 "이번 감사원 발표는 지열발전사업 진행 과정에서의 안전관리와 대응 부실이 포항지진을 촉발했음을 증명한 것"이라고 환영하면서도 "막대한 피해 규모에 책임자 문책은 솜방망이 처벌에 그쳤다"고 지적했다. 전체 20건의 조치사항 중 18건이 통보와 주의요구에 그친 것에 불만을 토로한 것이다.

김 의원은 "감사원의 솜방망이 처벌이 정부와 공직사회의 안전불감증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공식 출범된 '포항지진진상조사위'가 철저한 조사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감사결과 발표 직후 포항지진 원인 규명을 위한 포항지진진상조사위원회가 출범했다. 총 9인으로 구성된 조사위원회는 이학은 마산대학교 총장이 위원장을 맡고 포항시가 추천한 강태섭 부경대학교 교수가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감사원 감사 결과는 산업부와 에기평 등 관련 기관들의 지진촉발 책임을 명확히 한 것으로 향후 관계자 처벌 수위 등에 영향을 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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