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와 연동되지 않는 유류세…실질적 종량세

석유시장의 효율성 유도를 목표로 하는 알뜰주유소.
석유제품 가격을 낮춘다는 목표로 정부가 주도적으로 만든 알뜰주유소.

[에너지신문] 국제유가가 급락하면서 석유제품 가격의 하락을 기대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실제 휘발유 등의 석유제품 가격은 국제유가의 하락과는 다소 차이를 보이고 있다. 원유(crude oil) 가격의 하락 폭과 달리 휘발유를 비롯한 각종 석유제품의 소비자 가격이 좀처럼 떨어지지 않자 일부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정유사가 폭리를 취한다는 억측까지 등장하고 있다.

1일 기준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1385원이다. 최근 국제유가는 배럴당 20달러 수준에서 그 아래로 향하고 있다. 지난해 평균 국제유가는 60달러대였고 당시 주유소 휘발유 평균 가격은 리터당 1553원이었다. 지난해 보다 올해 국제유가가 60% 이상 떨어졌지만 휘발유 가격은 고작 10% 밖에 떨어지지 않았다. 소비자들이 오해할 소지가 많을 수 밖에 없는 건 사실이다.

석유제품의 가격이 국제유가와 연동되지 않는 것은 정유사의 문제라기 보다는 정부의 조세정책이 원인이다. 석유제품에 부과된 정부의 세금은 원유 가격과 관계없이 늘 동일하기 때문에 국제유가의 하락폭과 연동되기 힘들다.

석유제품에 부과되는 세목은 종량세이거나 종량세의 성격을 가진 형식적 종가세이기에 가격의 변동과는 무관하게 일정한 금액이 고정적으로 유지된다. 

석유제품 중 휘발유에는 리터당 529원의 교통에너지환경세가 부과된다. 경유에는 리터당 375원의 교통에너지환경세가 부과된다. 종량세로 부과되는 교통에너지환경세의 26%가 지방주행세, 15%가 교육세이기에 지방주행세와 교육세는 명목상은 종가세지만 실제로는 고정된 종량세를 기준으로 하기에 결과적으로 종량세의 성격을 가진다. 

휘발유는 리터당 529원의 교통에너지환경세와 137원의 지방주행세, 79원의 교통세가 국제유가와는 무관하게 고정된 금액으로 부과된다. 리터당 745원 이상이 10%의 부가세와 별도로 이미 형성돼 있다. 정유사는 원유 수입액의 3%를 관세로, 리터당 16원의 수입부과금까지 내고 원유를 국내로 들여와 휘발유의 경우 리터당 600원대에 시장에 내놓는다.

국제유가의 흐름과 관계없이 리터당 최소 700원 이상의 세금을 부과하고 있는 정부의 조세정책을 이해한다면 정유사가 폭리를 취한다는 이야기는 아무런 근거 없는 음모론일 뿐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정유사는 국제유가에 따라 가격을 반영하지만 정부는 세금을 원유 가격의 변동과는 무관하게 일정하게 유지하면서 시장에서 싸게 물건을 살 권리가 있는 소비자들에게 희생을 강요한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현재 거래되는 국제유가가 국내 시장에서 석유제품 가격에 반영되기까지는 최소 한달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 현재 배럴당 10달러대를 향해 곤두박질치는 국제유가에 대해 정유사는 반영할 예정이지만 실제 소비자들이 휘발유 등의 석유제품을 구입하는 상황에서 극적인 가격 인하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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