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제5차 집단에너지공급 기본계획(안)의 문제점
[기고] 제5차 집단에너지공급 기본계획(안)의 문제점
  • 정희용 공학박사(한국도시가스협회 상무이사)
  • 승인 2020.02.24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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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복투자로 얼룩진 집단에너지기본계획

한국도시가스협회 정희용 기획팀장.
정희용 공학박사(한국도시가스협회 상무이사)

정부의 제5차 집단에너지공급 기본계획(안)이 발표됐다. 그동안 집단에너지기본계획은 1차에서 4차까지 지속적으로 최대열부하와 열사용량을 축소, 지역난방사업의 확장에 주력해왔다.

그 결과 수도권의 경우, 한난의 지역난방배관은 [그림1]과 같이 파주에서부터 동탄까지 100km가 넘는 광대한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한난의 열배관 경유지역은 대부분 이미 도시가스가 공급중인 지역으로 [그림2]와 같이 중복투자가 발생해 국가경제적 손실을 가중시키고 있다.

◆원칙 없는 집단에너지기본계획

제2차 기본계획에서는 지정공고한 지역 안에서만 지역난방사업을 허용한다고 했다. 3차에서는 가용열원 거리를 5km에서 10km로 확장했으며, 수도권과 비수도권을 구분, 비수도권 보급을 늘렸다. 제5차(안)은 수도권·비수도권 구분을 폐지하면서 독립열원과 가용열원의 열사용량 규모를 대폭 완화했다. <표1>을 보면 정책 일관성이 없고 열수요가 부족하니 대상기준을 완화해 지역난방 사업여건을 맞춰주는 식의 기본계획이 반복되고 있다.

[표 1] 집단에너지 기본계획 변경 현황

◆정부가 스스로 뒤엎은 기본계획의 4가지 문제점

제5차 기본계획(안)은 △지역지정 대상 추가확대 △열부하 및 열사용량기준 대폭 완화 △개발규모에 상관없는 무분별한 공급확대 등 지역지정을 강화하는 방안이 주류를 이룬다.

정부는 지난 2007년 ‘집단에너지사업 중장기 혁신방안’을 발표하고, 열원간 소비자 선택권의 점진적 확대로 사회편익을 극대화하는 등 공정한 시장경쟁여건 조성을 제시했다. 구체적인 실행방안으로 소비자선택권 보호 차원에서 지역지정제를 단계적으로 완화하는 방안을 마련해 최종적으로 지역지정제도를 완전 폐지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이번 기본계획은 공급요건을 더욱 완화해 사업을 확장하는 방향으로 설정돼 정부가 스스로 정책을 뒤엎는 등 여러 가지 문제점이 지적된다.

우선, 15Gcal/h 이상의 열부하를 가진 개발사업지역 인근 1km이내 주 열수송관이 있는 경우를 지역지정 검토대상에 추가한 것은 합리적 근거가 전혀 없다. 공청회에서 나온 에너지공단 답변은 보수적이고 도시가스사 피해가 없는 지역으로 설정했다고 한다. 참으로 무책임하고 비합리적인 설명이며, 인근 소규모 지역까지 열공급을 확대하기 위한 포석일 뿐이다. 규모경제 확보를 위해 열수송관 인접지역의 공급지역지정 타당성 검토절차를 신설해 지역난방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계획도 추가했다.

기존 특혜지역에 추가해 도시가스가 공급중인 인근 소규모 지역까지 묶어 지정하려는 의도로 양사업간 갈등을 더욱 부추기는 형상이다. 지역난방 추가지정의 편익보다는 기존 도시가스배관 사장화와 도시가스 소비자의 지역난방 소비자 교차보조 및 국가경제적 중복투자의 불편익이 휠씬 크다. 대상지역 추가가 반드시 삭제돼야 하는 이유이다.

▲ [표 2] 지역지정 추가내용
▲ [표 2] 지역지정 추가내용

두 번째는 최대열부하와 열사용량 기준은 대폭 완화했다. 수도권·비수도권 구분도 폐지하고, 비수도권의 열사용량을 40%나 줄여 소규모지역도 지역지정을 하겠다는 것은 2016년 지역지정 기준을 주택건설호수 5000호에서 1만호로 상향 조정한 개정취지에도 역행한다.

열수요가 없으면 사업구조조정을 해야지 언제까지 열부하와 열사용량을 내릴 것인가?

열원 구조 및 사업여건이 우수한 공기업과 대기업만 시장을 독식하는 지역지정 완화는 특정기업의 특혜 시비가 불가피할 것이다.

▲ [표 3] 최대열부하 및 열사용량 기준 변경
▲ [표 3] 최대열부하 및 열사용량 기준 변경

세 번째는 기존의 지역지정 대상 검토기준(최대열부하 등)에 관계없이 개발사업자가 원할 경우 어느 지역에서나 지역지정이 가능하도록 지역지정 신청절차를 신설한다고 한다. 차라리 전 국토의 지역난방 공급이 더 좋은 대안일 것이다. 지역지정 검토대상과 기준을 두는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동 계획이 신설되면 개발지역의 규모 등에 상관없이 무분별하게 지역난방이 확대돼 더 많은 분쟁과 갈등이 고조될 것이다. 

▲ [표 3-1] 신규 개발사업 지역지정 신설
▲ [표 3-1] 신규 개발사업 지역지정 신설

네 번째는 대국민 서비스 향상으로 국민 삶의 질 제고를 기본방향으로 설정하면서, 소비자의 연료선택권이 기본계획에 빠진 것은 기본방향 자체가 허구이다. 그동안 집단에너지정책은 소비자의 연료선택권을 보장한다는 이유로 도시가스 공급지역인 지정지역외 지역에 지역난방 공급을 확대해왔다. 공동주택 입주민이 강력히 희망할 경우에는 선택권을 부여, 지역난방 공급을 가능케했다.

반면 집단에너지 지정지역에서는 소비자의 연료선택권이 여전히 제한된다. 집단에너지 지정지역의 타열원 설치제한을 폐지해 타열원과의 공정경쟁 및 소비자의 연료선택권을 보장하는 정책방안이 기본계획에 담겨야 한다.

노후 지역난방 아파트는 10% 이상의 열손실이 발생한다. 서울 노원지역 아파트(지역난방 사용)의 2019년 12월 관리비를 보면, 열손실료가 난방비의 15%에 달한다. 한난 등 지역난방사업자들의 ‘열요금 세대분배방법 안내서’에 따르면 관리사무소가 열요금 부과시 열손실율을 10% 반영토록 안내하고 있다.

난방비 부담과 지역난방 시설개체비 과다 문제로 지역난방에서 도시가스로 전환한 사례도 있다. 도봉구 S아파트(비고시 지역)는 난방설비 교체후 연간 도시가스 개별난방비를 조사한 결과, 지역난방 때보다 26~37% 저렴한 것으로 나타났다.

▲ [표 4] 개별난방 전환아파트 난방비 절감현황
▲ [표 4] 개별난방 전환아파트 난방비 절감현황

1기 신도시 등 지역난방 아파트들은 열배관 노후화로 공동난방비 부담, 난방비 상승, 노후시설 교체비 부담 등 입주민들의 불편이 가중되고 있다. 지역지정 후 일정기간 경과된 지역은 지역지정을 해제해 소비자가 난방방식을 선택할 수 있도록 기본계획에 반영해야 한다.

◆지역지정제ㆍ연료선택권 제약은 ‘위헌 소지’

지역난방이 고도로 발전한 핀란드, 스웨덴 등 북유럽은 물론 미국, 영국 등 대부분의 선진국들은 지역지정제가 없고 시장자율에 맡긴다. 에스토니아 등 발틱 3국만 대규모 지역지정제를 운영중이지만 지정지역 내에서는 연료간 경쟁으로 소비자의 연료선택권은 보장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세계에도 없는 제도를 운영하면서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할까? 문제는 경제성 확보가 가능한 대규모지역만 공급하고 단독주택 등 경제성 부족지역은 공급하지 않는 체리피킹(Cherry picking)식 선별공급방식에 있다.

결국 지역지정제 및 타열원사용 금지는 헌법상 과잉금지원칙에 반하며, 타열원사업자의 영업의 자유와 소비자의 자기결정권 침해는 물론 헌법 제119조 제1항이 규정하고 있는 자유경제질서에 정면으로 배치된다.

따라서 향후 지역지정제는 반드시 폐지돼야 하며, 이미 지역지정된 지역에서도 타열원 사용금지를 해제, 소비자에게 연료선택권을 돌려줘야 한다. 타에너지사업자와 소비자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에 대한 고려없이 집단에너지사업자만을 위한 정책은 더 많은 성찰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번 기본계획이 간과한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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