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산 원유 수입 비중 높았던 'S-OIL' 유독 큰 타격

[에너지신문] 국내 정유 4사가 지난해 모두 저조한 실적을 거둔 가운데 중동 원유 수입 비중이 제일 높았던 S-OIL이 4사 중 가장 심각한 타격을 받았다. S-OIL은 1976년 창사 이래 첫 희망퇴직을 준비하고 있다.

S-OIL은 지난해 4492억원의 영업이익과 1.8%의 영업이익률을 거뒀다. SK이노베이션(영업이익 1조 2693억원)과 GS칼텍스(영업이익 8797억원), 현대오일뱅크(영업이익 5220억원) 등 3사가 2.5% 이상의 영업이익률을 보인 것과 비교하면 유독 저조한 성적이다. 

그동안 고액의 연봉을 제공하며 취업 준비생들의 선호하는 일명 '0순위 직장' 중 하나였던 정유사들 중 S-OIL은 창사 이후 처음으로 희망퇴직을 준비하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S-OIL은 최근 부장급 회의를 열고 100여 명에 달하는 부장급 직원에 대한 희망퇴직 계획에 대해 설명했다. 연령별로 50~54세는 60개월, 55~57세는 50개월, 58세는 40개월, 59세는 20개월의 기본급을 지급한다는 등의 구체적인 내용까지 알려지고 있을 정도로 희망퇴직이 가시화되고 있다. 

▲S-OIL은 정유사 중 가장 큰 규모로 석유화학 분야에 투자했다. 정유사에서 석유화학사로 변신하고 있는 S-OIL이다. 사진은 S-OIL의 석유화학 설비인 잔사유 분해설비(Residue Upgrading Complex)다.
▲S-OIL은 정유사 중 가장 큰 규모로 석유화학 분야에 투자했다. 정유사에서 석유화학사로 변신하고 있는 S-OIL이다. 사진은 S-OIL의 석유화학 설비인 잔사유 분해설비(Residue Upgrading Complex)다.

S-OIL 관계자 역시 "희망퇴직을 고려 중인 사실"이라고 희망퇴직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인정하면서도 "대상이나 범위, 세부 계획 등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하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표했다. 

S-OIL은 정유업계에서 직원 평균근속연수가 가장 높은 회사로 지난해 9월 기준 전체 직원 수 3200명의 평균근속연수는 17년이었다. SK이노베이션(9.3년), GS칼텍스(14.5년), 현대오일뱅크(13.8년)에 비해 평균근속연수가 높다.  

S-OIL의 직원 평균 급여는 1억 3700만원(2018년 기준)으로 국내에서 가장 높은 연봉을 받을 수 있는 회사 중 하나다. 실제 1억 3700만원이라는 연봉은 지난해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시총 상위 100개 기업 중 사업보고서를 공시한 80개사(지주사 제외)의 직원 평균 연봉 중 가장 높은 금액이었다. 

S-OIL을 포함해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모두 지난해 실적이 전년보다 개선되지 않았다. 수요 감소 및 공급 과잉이라는 불리한 조건이 동일했는데 왜 S-OIL이 유독 4사 중 저조한 성적표를 받았는지 업계에서는 다양한 분석을 나온다. 

업계 일각에서는 원유(crude oil) 정제라는 동일한 방식으로 돈을 버는 정유 4사가 기술력에서 큰 차이가 있는 것이 아니기에 원료 수급에서 다변화를 하지 못한 S-OIL이 불리했다는 식의 해석이 나온다. 

실제 작년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등 정유 3사들은 미국산 셰일오일(shale oil)의 수입량을 대폭 늘렸지만 사우디아비아 국영기업인 아람코(Aramco)가 63.4%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S-OIL은 셰일오일을 거의 수입하지 않았다. 

미국산 원유 및 LNG(액화천연가스), LPG(액화석유가스)가 2016년 본격적으로 수출되기 시작하면서 이른바 셰일혁명이 에너지 시장을 강타했고 셰일가스부터 셰일오일까지 국내 LNG, LPG수입사들과 정유사들이 도입량을 늘렸다. 

SK이노베이션과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등은 2017년 미국산 셰일오일의 수입비중이 평균 1.5%였지만 지난해에는 각각 20%, 18%, 16%로 급격히 늘었다. 

중동산 원유의 품질이 미국의 셰일오일에 비해 국내 정유사의 정제설비 스펙(spec)에 더 적합하다는 평가가 업계에서는 지배적이지만 지정학적 위험요소가 큰 중동산 원유에 대한 불안감은 업계에 불안감을 항상 야기했었다. 

특히 지난해는 미국과 이란의 갈등으로 중동 정세가 극도로 불안했던 시기였고 셰일혁명 이후 미국의 중동에 대한 인식이 크게 변화된 상황이다. 실제 미국의 스탠다드 오일(Standard Oil)과의 합작으로 설립됐다 사우디아라비아 정부의 100% 소유가 된 아람코의 기업가치와 생산설비에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저작권자 © 에너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