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민병주 한국원자력학회 회장
[인터뷰] 민병주 한국원자력학회 회장
  • 권준범 기자
  • 승인 2020.01.09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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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에게 신뢰받는 원자력학회 만들 터”

[에너지신문] 민병주 제32대 한국원자력학회 회장은 지난해 9월 1일부터 학회를 이끌어가고 있다. 원자력학회 역사상 첫 여성 원자력학회장인 민병주 회장은 이화여대 물리학 전공, 일본 규슈대 원자핵물리학 박사 취득 후 1991년 한국원자력연구원 여성최초 해외유치과학자로 원자력계에 입문했다.

이후 원자력연구원 연구위원, 대한여성과학기술인회 회장, 원자력연구원 연수원장 등을 역임했다. 민 회장은 특히 2012년 제19대 국회에 비례대표로 진출, 국내 원자력계 및 과학기술분야의 든든한 지원 역할과 함께 27차례 우수 국회의원에 선정되기도 했다. 학회에서는 제19대 총무이사, 제30대 고급정책연구소장을 역임했으며 제31대 수석부회장 겸 원자력이슈위원회 위원장직을 수행했다.

국내에서 탈원전이 본격화되고 있는 현재, 본지는 민병주 회장에게서 우리나라 원전산업의 현주소와 미래를 들을 수 있었다./편집자주

탈원전은 정치적·이념적 판단…부작용 수반
신한울 3,4호기 건설로 원전생태계 유지해야

▶▶▶올해 어떤 활동을 펼칠 예정이신지.

원자력학회는 국민과 함께 하고자 한다. 사회적 갈등이나 정치적 이해관계로부터 중립성을 유지하며 원자력시설의 안전에도 기여함으로써 국민으로부터 ‘신뢰받을 수 있는 원자력학회’라는 말이 나올 수 있도록 힘쓰겠다.

현재 원자력계의 우려 중 하나는 원자력 안전 전문인력의 수급 불균형이다. 원자력계 인력 구조상 연구계, 산업계 및 안전규제전문기관의 전문인력들이 고령화됨에 따라 많은 인원들이 한꺼번에 퇴직을 하게 돼 그간 축적된 지식과 경험의 누수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반면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우수한 청년들이 원자력공학 전공을 기피, 원자력계에 인력공급이 어렵게 됨에 따라 원자력시설에 대한 안전한 운영 및 관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학회는 이러한 지식역량 공백을 채우는 데 기여하고자 산업부와 함께 원전 산업인력에 대한 데이터베이스(DB) 구축을 시작했다. DB 구축을 통해 지식과 경험이 많은 퇴직 인력을 체계적으로 통계화, 원전 안전 등의 문제가 생겼을 때 적기에 대응 할 수 있도록 연계성을 이어 나갈 계획이다.

▶▶▶문재인 정부 집권 절반이 지난 현재까지도 탈원전은 여전히 논란의 중심에 있다.

문재인 정부가 탈원전을 선언한지 곧 3년째가 된다. 탈원전 선언 이후 다행히 신고리 5,6호기는 공론화 과정을 거쳐 건설이 재개됐지만 신한울 3,4호기의 건설은 여전히 중단된 상태다.

이와 같이 신규원전 건설 중단으로 인해 원자력 관련 산업체에서는 계획 또는 추진하고 있던 설계, 건설 및 제작 등 사업들이 중단됨에 따라 사업주관 기관 및 관련 사업기관들이 경제적 어려움에 봉착하게 되고 결국 업종전환과 전문 인력들의 이직 등으로 그간 구축해 놓은 원자력산업 생태계가 붕괴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이러한 탈원전 정책은 수립단계에서 부터 정책적 논의와 절차에 따라 결정된 것이 아니라 정치적·이념적 판단에 따라 결정됐기 때문에 정책시행에 따른 사회적 및 경제적 부작용이 발생될 수밖에 없다.

국가 에너지원을 선택하는 데는 100점짜리도 0점짜리도 없다. 각각의 에너지원에는 장점과 단점이 있으므로 국가의 에너지 정책을 수립하기 위해서는 각 에너지원의 장점을 살려 우리나라 환경에 맞는 에너지믹스를 찾아내야 할 것이다.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의 당위성에 대해 말씀하신다면.
우리나라는 원자력 기술을 도입한지 50년만에 UAE에 국내 독자적인 기술로 설계된 원자로 수출에 성공했고, 최근에는 한국형 3세대 원전(모델명 APR1400)이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로 부터 설계인증을 받는 등 쾌거를 이뤄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에너지 전환정책 시행에 따라 60년간 축적된 원자력 산업기반이 붕괴되고 있어 우려된다. 가동 중 원전을 안전하게 유지하려면 무엇 보다 원자력 산업기반이 안정적으로 유지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신한울 3,4호기의 건설이 재개돼 원자력산업계가 미래를 준비할 시간을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시간을 통해 원자력산업의 생태계가 무너지지 않아야 원자로 수출도 가능할 것이다.

학회가 수행한 ‘신한울 3,4호기 도입에 따른 지역경제 기여효과(2018)’ 분석결과에 따르면 연간 약 67조원의 지역 산출효과(60년간 운영 기준)와 24만 3000명의 고용효과가 발생되는 것으로 추산됐다. 따라서 신한울 3,4호기 백지화는 지역 경제에 큰 손실을 줄 것이다.

▶▶▶고준위 방폐장 건설을 비롯해 사용후핵연료 처리 방안에 대한 견해는.

원전 및 연구용원자로 등 원자력시설으로부터 나오는 사용후핵연료의 저장, 처리 및 안전관리에 관련한 문제는 사회적 수용성을 고려, 국가 차원에서 무게감 있게 다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정부, 원자력시설이용자 및 시민 등 이해당사자들을 중심으로 과학적인 팩트에 근거해 시간을 갖고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측면에서 10여년 전부터 사전 소통과 합의를 위해 협의체 구성을 제안했는데 당시에는 정책적, 사회적 측면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러나 사회적 환경이 변화된 현 시점에서 국가적 현안인 사용 후 핵연료에 대한  안전한 관리를 위한 현안 해결을 위해 원자력학회도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또한 사용후핵연료 소내저장 용량의 포화 문제가 적기에 해결될 수 있도록 후행핵연료주기기술 연구개발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정부는 원전 해체를 새로운 신성장동력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이를 어떻게 보시는지.

정부는 원자력 발전소 신규건설을 축소 및 중단하고 반대로 해체산업을 확대, 이에 대한 기술수출 지원책도 마련하고 있다. 해체산업 육성책은 현재 시점이나 글로벌 원자력 산업전망을 볼 때 미래 기술시장성 측면에서 적절한 정책이라 생각한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원자력시설의 건설, 운영에 집중하고 해체 등 후행핵주기에 필요한 연구개발을 간과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선행핵주기 산업이 없이는 원자력시설의 안전관리를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없다. 따라서 선행핵주기와 후행핵주기간 기술력의 균형을 맞추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해외 수주 성사를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지.

세계적으로 전력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원자력 발전은 저탄소 에너지원으로 중요한 전력공급원으로 미국, 유럽, 아시아의 많은 국가들이 원자력 발전은 지속하거나 신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이런 시점에서 우리나라가 원자력 기술을 수출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인 것은 맞다. 하지만 대형원전 수출은 설계, 건설, 기기제작 등 여러 분야의 산업이 참여하는 대규모 사업이므로 국가의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러시아의 경우 체르노빌 사고가 가져온 부정적 이미지를 극복하고 정부와 기업이 조직적으로 움직여 최근 세계 원전 수출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자국에서 운영하는 원전보다 국외에 수출한 원전이 더 많다. 또 중국은 이미 일본과 러시아를 제치고 세계 3위 원전운영국이 됐으며, 현재에도 9기의 원전을 건설 중에 있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의 경우 자국에도 건설하지 않는 원전을 구매하는 것은 수요국 입장에서 안정적인 건설 및 운영과 유지, 보수 등에 대한 지원에 대한 불확실성에 대해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우리가 더 많은 세계 시장을 점유하고 그 안에서 충분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자국내 지속적인 원전 건설 및 운영을 유지해야 한다.

▶▶▶그 밖에 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다면.

세계 6위 온실가스 배출국인 우리나라는 OECD 회원국 중 최근 20년간 이산화탄소 배출 증가 속도가 가장 빠른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데 원자력의 활용을 중단하려는 등 세계적 추세와 거꾸로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미래에는 탄소배출을 저감할 수 있는 기술이 곧 국가경쟁력이다. 이런 점에서 탈 원전 정책에 대한 수정이 필요할 것 같다. 탈원전 정책으로 인해 우리나라 원전 산업은 전반적으로 힘든 상태다. 이로 인해 원전수출 경쟁력이 위기에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

미래 국가경쟁력 분야에 대한 연구개발 투자에도 적극적이길 바란다. 최근 세계 원전시장에서 관심을 갖는 분야는 중소형·초소형 원전, 핵융합로, 선박용 원전, 우주선에 들어가는 배터리 형식의 원자로 등으로 우리나라가 그동안 대형 원전에서 쌓은 핵심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경쟁력 있는 분야다.

방사선 응용기술, 방사선 의료기기 등 수입대체나 수출 등 비발전 분야도 급속히 발전할 것으로 예상한다. 기존 원자력 기술을 기반으로 다양한 연구에 도전하고 성과를 도출, 우리나라의 미래에 희망을 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인력과 교육에 대한 부분이다. 원자력 발전이 안전하게 지속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도, 또한 다양한 원자력 기술이 응용되는 분야를 생각해서라도 우수한 인력이 들어올 수 있도록 원자력공학교육의 커리큘럼 등도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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