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량 늘었지만 등록대수 줄어 상승세 둔화
신차출시·가격경쟁력·세제 혜택 등 변화 필요

[에너지신문] 미세먼지로 인해 친환경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덩달아 액화석유가스(LPG)차에 대한 시선도 달라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는 37년만에 규제해왔던 판매 제한의 빗장을 열었다.

LPG차 판매가 전면 허용한 이후 급격하게 축소됐던 LPG차 시장이 확장되기 시작했다. 폐지 전 8000여대 판매에 불과했던 LPG차 시장은 족쇄를 풀자마자 그렇게 어렵던 1만대 벽을 쉽게 허물었고 이후 ‘평균 1만대’를 꾸준히 유지, 지난 9개월동안 10만 5396대를 판매하며, 안정적인 시장을 구축했다.

▲ 르노삼성은 LPG SUV 'QM6'를 적극적으로 홍보했다.
▲ 르노삼성은 LPG SUV 'QM6'를 적극적으로 홍보했다.

▲ 누구나 탈 수 있다 ‘LPG차 족쇄 풀다’ 

새롭게 LPG차가 주목받은 데는 그동안 단점이었던 부분을 해결했기 때문이다. 우선 LPG차량에 대한 대표적인 오해였던 출력이 낮아 힘이 약하다는 점을 보완했다. 예전 LPG엔진의 경우 에너지 손실이 커 출력이 낮아 힘이 부족했지만, 기존 LPG 엔진보다 연비와 성능이 뛰어나고, 겨울철에 시동이 잘 걸린다는 장점이 있는 새로 개발된 LPi 엔진을 장착했다. 여기에 기존 스페어타이어 자리에 연료통을 탑재한 도넛탱크로 공간의 문제도 말끔하게 해결했다.

무엇보다 한창 문제인 미세먼지를 발생시키는 대기오염 물질 질소산화물(noX)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친환경’ 이미지를 가져 소비자들에게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다는 점이다. 이처럼 LPG차는 지난 9개월 동안 충분한 매력을 뽐내며, 자동차 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워가고 있다.

▲ 판매 늘고 등록 줄고, 제자리걸음?

부정적이었던 이미지 개선에 성공한 LPG차는 판매량이 대폭 늘었다. ‘친환경차’ 이점이 강해 다소 미심쩍인 전기·수소차로 선뜻 옮겨가지 못하는 운전자들의 선택지로 거론됐다는 점도 LPG차의 성과다.

이만큼 분위기는 좋다. 더구나 노후 경유차를 폐차하고 LPG트럭을 구매하면 400~500만원에 달하는 지원금을 받으 수 있어 소비자들의 구미를 당길 수 있는 호재도 있었다. 

문제는 아직까지 자동차시장에서 LPG차가 그 이상의 성과를 크게 보여주지 못하는 데 있다. 호재 속에 판매량이 증가했는데도 등록대수는 오히려 줄어 변화 폭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등록대수는 기존 등록된 차량의 폐차가 늘어난 영향이 크다. LPG차 등록대수는 지난 2010년 245만대를 정점으로 해마다 몇 만대씩 줄어들었고 2016년 에는 9만대가 줄어들며 LPG차의 위기를 맞기도 했다. 올해 등록대수는 203만 4395대로 8년 동안 40여만대가 감소했다.

업계 관계자도 “LPG차의 전성기 시절을 견인했던 카니발, 카렌스 등의 모델들이 폐차시기가 되면서 등록대수가 자연스럽게 감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올해 등록대수 감소폭은 줄고 있다. 지난해 LPG차 감소대수는 6만 9614대로 월평균 5800대 수준이었으며 올해 1·4분기(1월~3월)에도 월평균 5390대가 감소했다. 이는 LPG차 판매대수가 큰 폭으로 늘어난 데다 2000년대 초중반 급증했던 LPG차의 폐차 물량이 다소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LPG차 시장 흐름에 획기적인 반응을 내기에는 역부족이다. 때문에 LPG차 시장의 또 한 번의 반등을 위한 대책이 절실히 필요한 이유다.

▲ SUV모델 다양화 등 도약을 위한 제언

LPG차의 장점을 알리면서 입지를 다지는 데 성공한 LPG차가 한 단계 더 올라가기 위해서는 ‘차량의 다양화’를 지적한다. 소비자들은 LPG차의 장점을 알면서 선택을 주저하는데, 모델이 한정적이라는 점을 들었다. 이러한 점에서 르노삼성의 SUV 모델인 QM6 LPe가 큰 인기를 얻었던 점은 주목할 만하다.

QM6는 7월 출시 이후 11월까지 5개월 연속 국산 중형 SUV시장에서 월간 판매 2위를 달성했다. 싼타페, 쏘렌토의 양강체제를 깨뜨리고 2위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는 국내 유일 LPG SUV인 ‘더 뉴 QM6 LPe’의 역할이 무엇보다 컸다.

▲ LPG차의 약점을 보완한 도넛탱크.
▲ LPG차의 약점을 보완한 도넛탱크.

QM6 LPG 모델은 세단에 집중된 LPG 모델에 대한 아쉬움을 한 번에 달래준 모델로 2019년을 강타했다. 이처럼 평온한 LPG시장에 변화를 불러 일으킬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 

르노삼성이 QM6로 불붙인 LPG차 시장은 현대기아차는 기존의 인기모델인 그랜저, 쏘나타, K5 등에 도넛탱크를 얹어 출시, 차량의 다양화에 나서고 있다. 2020년에도 이 같은 신차 경쟁이 활발하게 이뤄져야 한다. 특히 최근 트렌드인 SUV모델을 선호하는 만큼 QM6 이후 LPG SUV모델 다양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또한 LPG차가 한단계 더 성장하기 위해서는 ‘가격경쟁력’을 일정하게 확보해야 한다. LPG차를 선택하는 가장 큰 이유는 ‘낮은 연료비’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을 보면, 1500원대를 유지하는 휘발유값에 비해 LPG평균가는 700원 후반대를 지키고 있다. 거의 반값이다.

만약 LPG가격이 크게 뛰어 오르면 그만큼 LPG차의 경쟁력이 크게 흔들린다는 것이다. 사실, 소비자들은 과거 LPG값이 크게 올라 LPG차를 외면했던 경험이 있다. 그래서 ‘LPG차가 잘되면 당연히 LPG값이 오를거야’라고 생각하고 LPG차 구매를 꺼리는 경우도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휘발유’와의 가격차를 유지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때문에 가격경쟁력은 LPG차만의 차별화된 요소다. 이를 위해 LPG충전소 인건비 부담을 낮추는 ‘셀프충전’이 계속 언급되는 이유다. 만약 셀프충전소가 생기면 가격이 하향 안정화될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현재 주유소를 보면, 셀프충전소가 훨씬 저렴하고, ‘셀프는 싸다’는 인식이 있어 도입이 시급하다.

또한, LPG차만의 다양한 세제 혜택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최근 정부는 LPG차에 온실가스 배출 인센티브를 적용하기로 했다. 환경부는 2021년부터 적용되는 ‘자동차 평균에너지소비효율기준·온실가스 배출허용기준 및 기준의 적용·관리 등에 관한 고시’에서 LPG차에 온실가스 배출 인센티브를 주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미 LPG차 선진국인 미국과 유럽에서는 LPG차 확대를 위한 다양한 정책을 쓰고 있다. 미국이나 유럽연합에서는 LPG를 청정 수송연료로 규정하고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미국은 1990년대 대기정화법에서 LPG를 대체청정연로 지정하고 갤런당 50센트의 소비세 감면 혜택을 주고 있고, 유럽연합은 LPG, 전기, 수소, 바이오연료를 대체연료로 지정하고 보급을 촉진하고 있으며, 차량 2부제에서 LPG차를 제외하고 있다. 환경부에서 적용하기로 한 LPG차에 대한 인센티브가 시행된다면, 앞으로 더 많은 LPG차가 보급돼 미세먼지 감축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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