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용 원자로 ‘하나로’, 왜 필요한가?
연구용 원자로 ‘하나로’, 왜 필요한가?
  • 황순관 한국원자력연구원 미디어소통팀장
  • 승인 2020.01.07 17: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산업·의료·과학 분야에 반드시 필요한 핵심시설
발전용과 달리 설계수명 없어…전 부품 교체가능

[에너지신문] 한국원자력연구원이 보유한 국내 유일의 연구용 원자로 ‘하나로’는 1980년대 급증하는 원자력 수요에 부응하기 위해 1985년부터 1995년까지 설계·건설·시운전을 거쳐 완성됐다. 1995년 2월 첫 임계에 도달했으니 올해로 25년째를 맞게 되는 그야말로 ‘혈기왕성한 20대 청년’이다.

하나로는 국내 기술로 만들어졌지만 기능면에서 세계 정상급 연구로로 통한다. 대부분의 연구용 원자로는 특정한 목적으로 지어진다. 원자로에서 생기는 중성자를 이용해 각종 물질 분석 실험을 하는 냉중성자 연구로, 의료용 동위원소 생산이 장기인 동위원소 생산로 등으로 특화돼 있다.

하나로는 이와 달리 원자로의 출력을 높이고, 여러 가지 연구시설을 연결해 다목적으로 지었다. 열출력 30MW급의 고출력으로 각종 연구에 필수적인 높은 중성자 발생 능력을 갖췄다.

지난 20여년간 하나로를 통해 얻은 성과 또한 적지 않다. 발전소용 상용 원자로의 성능 및 안전성 향상을 위한 핵연료 및 원자로 재료 실험, 의료용 산업용 방사성 동위원소 생산, 대전력 고품질 실리콘 반도체 생산, 심지어 요즘 화제가 되고 있는 수소연료전지 자동차 시험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활용돼왔다.

하나로가 정지돼 있던 지난해 9월에는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하나로의 우수성을 인정하며 IAEA 국제연구용원자로센터(ICERR, International Center based on Research Reactor)로 지정했다.

ICERR는 IAEA가 연구용원자로 활용 확대를 위해 교육, 훈련, R&D서비스 제공 능력을 갖춘 주요 연구용원자로를 엄격한 심사를 거쳐 지정한다.

하나로의 ICERR 지정은 프랑스 원자력청(CEA, 2015), 러시아 원자로연구소(RIAR, 2016), 벨기에 원자력연구소(SCK-CEN, 2017) 및 미국 에너지부(DOE, 2017)에 이은 세계 5번째로,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는 최초다. 하나로의 성능은 물론 운영, 교육훈련, R&D 활용 능력의 우수성을 국제적으로도 인정받고 있다는 뜻이다.

이러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하나로는 지난 2014년 7월 원자로 건물 외벽의 내진성능 보강을 위해 가동을 중단한 이후 커다란 난관에 봉착해 있다. 당초 1년 남짓 예상했던 보강 공사는 이런저런 이유로 3년을 훌쩍 넘겼고, 2017년 12월 어렵사리 재가동에 들어갔지만 일주일 만에 수조고온층 이상으로 정지된 이후 재가동과 정지를 반복 중이다.

2018년 7월 원자로제어계통 정지봉 공기압조절기 이상으로 자동정지, 같은 해 12월 냉중성자 계통 이상에 따른 수동정지, 2019년 12월에는 자동정지 기능 프로그램 오류로 자동정지 했다.

연구용 원자로를 발전용 원자로만큼이나 위험한 시설로 인식하는 지역의 반핵시민단체는 “이미 20년 이상 운전에 따른 노후화로 고장이 잦고, 대전 시내 한복판의 인구밀집 지역에 자리 잡은 하나로를 더 이상 가동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전 세계에서 운영 중인 연구용 원자로는 특수한 목적이 없는 한 대부분 설계수명이 없다. 발전용 원자로와 달리 모든 구조물과 부품이 고장나거나 기능이 떨어지면 곧바로 교체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미국 MIT를 비롯해 몇몇 국가에서는 원자로의 핵심인 노심까지도 교체해서 사용하며, “필요성이 없어져서 문을 닫지 않는 한 오래됐다고 가동을 중단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자부하기도 한다.

전 세계에서 운영 중인 연구용 원자로의 가동 연령만 보더라도 하나로가 얼마나 젊은 편인지 알 수 있다. 2016년 기준 약 230여기의 전 세계 연구로 중 20년 미만은 12%, 40년~60년은 50%로, 하나로는 젊은 순서로 약 15% 안에 속한다.

하나로가 인구가 밀집된 도심과 너무 가까워서 위험하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약하다. 원자력연구원이 성능개선 사업을 수주한 네덜란드 델프트공대의 연구용 원자로는 남한의 절반도 안 되는 좁은 네덜란드의 델프트라는 도시 한가운데에서 연구로를 운영한다.

미국 MIT의 연구용 원자로는 주변 30km 이내에 대도시 보스턴을 비롯해 약 480만명 이상의 인구가 밀집해 있다. 심지어 미국 표준연구원(NIST)의 연구용 원자로는 백악관과 미 의사당이 위치한 워싱턴 D.C에서 30km도 떨어져 있지 않다.

▲ 지난해 9월 IAEA ICERR로 지정된 연구용원자로 하나로 내부.
▲ 지난해 9월 IAEA ICERR로 지정된 연구용원자로 하나로 내부.

다만 하나로가 안전하기 때문에 운영해도 문제없다는 것은 그 당위성이나 필요성을 설명하지 못한다. 소위 원자로의 안전성 문제는 원자로를 운영하기 위한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하나로가 우리에게 왜 필요할까? 간단히 말해 우리나라의 산업발전과 의료복지, 과학발전에 없어서는 안 될 핵심 시설이기 때문이다.

우선, 하나로가 없이는 물질구조와 이차전지 연구 등 중성자 융·복합 연구를 수행할 수 없다. 포스코의 후판용접 잔류응력 연구나 현대기아차의 연료전지 연구에서 하나로는 커다란 역할을 수행했다. 국가연구개발 사업이나 핵심 산업기술 연구는 외국의 연구로를 이용하기에는 수많은 위험과 제약사항이 있다.

두 번째, 동위원소 생산기술 연구 및 서비스를 위해 하나로는 반드시 필요하다. 희귀 소아암 치료용 I-131 mIBG, 진단용 Tc-99m 콜드킷, 비파괴검사용 Ir-192 등을 하나로에서 생산한다.

하나로가 정지되기 전, 의료용 I-131은 국내 수요량의 약 70%를 공급했다. I-131 mIBG는 짧디 짧은 반감기로 인해 수입조차 불가능한 방사성의약품이다. 이러한 방사성의약품을 적기에 공급하지 못하면 국민의 의료복지가 그만큼 후퇴하는 것은 자명하다.

세 번째, 상용 원전과 핵융합로 등의 구조재 시험 및 실증에 해외 연구로를 이용하게 돼 시간적·경제적 손실을 낳는다. 하나로는 규소 단결정에 중성자를 조사해 대전력용 고품질 반도체를 생산하는 중성자 핵변환 도핑(NTD) 반도체 세계 3대 생산처다. 국가 무역 신뢰도에 직결되는 표준물질 개발에도 차질이 생겨 국제 경쟁력이 약화될 것이며, 최근 화제가 된 중성자 방사화 분석 연구 및 서비스도 하나로 없이는 불가능하다.

이밖에도 하나로를 이용하는 외부 기관과 학생들의 연구수행에 차질이 생겨 융합연구와 기초과학 경쟁력을 상실할 수 있다. 나아가 연구로 기술 전파의 아시아 허브로 발돋움하는 성장 동력이 약화되고, 세계적인 냉중성자 연구시설의 국제위상이 저하될 수 있다.

이처럼 하나로는 국가 기초과학과 산업발전, 의료복지, 미래 경쟁력 유지에 반드시 필요한 과학 연구시설이다. 세계 10위권이라는 우리나라의 경제규모를 고려할 때, 특수목적에 맞는 전용 연구로를 더 건설해도 모자란 상황이다. 우리에게 하나뿐인 하나로를 소중히 이용해야 할 때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