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기후안보’ 위해 버려야 할 세 가지
‘에너지-기후안보’ 위해 버려야 할 세 가지
  • 김효선 한국탄소금융협회 부회장/북방경제협력위원회 에너지분과장
  • 승인 2020.01.07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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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효선 한국탄소금융협회 부회장/북방경제협력위원회 에너지분과장
▲ 김효선 한국탄소금융협회 부회장/북방경제협력위원회 에너지분과장

[에너지신문] 에너지정책의 근본은 에너지안보에 있다. 가격 면에서나 물량 면에서 원하는 에너지원을 원하는 시기에 원하는 가격으로 공급받을 수 있는지가 바로 에너지안보의 척도이다.

즉 저탄소 에너지원를 원하는 만큼 원하는 시기에 원하는 가격으로 공급받으면 에너지안보와 기후안보는 그 목표를 달성한 것이 된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어떠한가? 톤당 2만원만 넘어도 정부가 나서서 시장을 개입하던 탄소배출권 가격이 이제 4만원을 갱신했다.

우리가 예상한 것보다 탄소배출권 가격상승이 빠른 이유는 바로 우리의 안일함과 시장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되었다. 오락가락 시류에 편승하는 비전문가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느라 기술개발을 게을리 한 탓이다. 즉 대안이 없기 때문에 가격은 상승하는 것이다.

마치 강남 아파트 가격이 요즘 같은 불경기에 가파르게 오르는 것과 같은 원리이다. 강남 아파트의 대안이 없지 않은가? 완벽한 에너지원은 세상 어디에도 없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에너지원도 수요의 100%를 차지하면 안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적절한 포트폴리오 즉 수시로 대체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신재생에너지의 보급확대는 천연가스의 공급을 확보해야 가능하다. 그런 의미에서 천연가스는 에너지-기후안보에 있어 가장 중요한 에너지원이다.

▶‘시베리아의 힘(Power of Siberia)’러-중 파이프라인 연계로 더욱 커지는 아시아 시장

그렇다면 우리의 이웃들은 어떻게 하고 있나? 우선 최근에 러-중 파이프라인 “시베리아의 힘(Power of Siberia)”을 통해 가스공급을 성공시킨 중국을 들여다 보자.

‘시베리아의 힘’파이프라인은 몽골을 거치지 않고 러시아 내륙에 위치한 가스전 두 개에서 출발해 중국 국경까지 3000km를 온 뒤 중국 내륙에서 상하이까지 다시 3000km를 달릴 계획이다. 게다가 중국은 카자흐스탄, 이란, 투르크메니스탄과 미얀마로부터 파이프라인을 연결할 계획이다.      

더불어 중국은 야말에 이어 북극 LNG II 사업에 지분투자를 함으로써 북극항로를 이용한 LNG 사업에 뛰어들었다. 북극 LNG 사업주체는 북극항로의 최대 화주로 조선-해운과 함께 동반성장을 주도한다. 즉 바다를 이용한 경제영토 확장에  큰 획을 그은 셈이다. 이처럼 중국은 해양과 대륙을 연계하는 에너지인프라 구축에 열을 올리고 있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돈줄이 마르면 로맨스 소설로 전락할 수 있다. 중국은 이러한 일대일로 대규모 인프라 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발판으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AIIB는 중국자본이 30%가 넘는다. 세계은행을 미국이 20% 장악한 것과 대비된다. 

이러한 대륙-해양 인프라 연계를 통해 중국으로 향하는 천연가스 물량은 135BCM이 넘는다. 이뿐인가? 결국 중국의 가스인프라는 중국의 경제성장에 지속성을 부여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 거대한 시장 옆에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정책·기술·재원 세 가지 축이 필요한 에너지-기후 안보

이렇게 거대한 가스 인프라 사업이 가능하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첫째는 정책, 둘째는 기술, 셋째는 재원조달. 이 세 가지를 모두 갖췄기 때문이다. 저탄소경제를 견인할 가스수요를 확대하겠다는 정책의지와 신규 가스생산을 가능케 한 기술, 그리고 E&P 단계부터 투입된 재원 없이 불가능하다.

가장 좋은 사례가 바로 중국, 미국, 러시아다. 탈석탄정책을 과감히 추진한 중국, 온실가스 저감을 셰일가스 개발로 한방에 해결한 미국, 중국수요를 기반으로 LNG와 PNG 모두 개발에 나선 러시아.   

우선 중국은 미중관계가  악화되기 전에 파리합의문 체결을 위해 기후변화를 위한 노력을 함께 하자는 기술협약을 맺은 바 있다. 이를 계기로 중국은 탈석탄정책을 정부주도로 시작했다.

석탄을 대체할 에너지원으로 중국은 천연가스를 첫 번째로 꼽는다. 다음 원자력, 그리고 신재생에너지. 따라서 최근 중국의 북극 LNG 투자와 러중 파이프라인 가스 투자 성과는 이러한 정책에 의한 과감한 투자결과이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미국은 민간과 주정부 차원에서 석탄발전에 대한 돈 줄을 막아버렸다.

이 두 국가는 결이 다른 듯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가스 없이 미래 에너지시장이 존재하지 않을 거라는 예측에 공감대를 같이 한다. 즉 미국은 셰일가스 개발을 서두르고 이를 간파한 중국은 러시아 가스개발과 인프라 구축을 일대일로라는 큰 그림 안에 녹여낸다.

이로써 미국은 에너지 수출국으로 자리매김하고 러중 연대를 경제에서 군사외교로 확대한다. 한 술 더 떠 러시아는 어제의 고객보다 내일의 고객에 초점을 맞춘다. 즉, 동방정책의 일환으로 북극 LNG를 개발하는데 있어 중국과 일본의 투자를 이끌어 낸다. 중국, 미국, 러시아 모두 정책·재원·기술 세 가지를 잘 운용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게다가 흥미로운 것은 미국의 태도이다. 미국은 대외적으로는 교토의정서를 탈퇴했지만, 셰일가스 개발을 성공시킴으로써 자국 내 연료대체를 통해 획기적으로 이산화탄소 감축을 실현시켰다. 동시에 탄소포집과 관련한 기술개발을 촉진하기 위해 자국 내 관련 규제들을 풀어왔다.

이산화탄소를 유전에 주입해 유전의 생산성을 제고시키는 EOR(Enhanced Oil Recovery)이라는 원유생산증진기술을 현장에 적용시키기 위함이다. 즉 오염원을 생산증대에 활용한다는 점에서 일석이조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와중에  러시아는 중국을 중심으로 한 아시아 시장을 이용해 유럽시장을 자극해 왔다. 그 결과 노르드스트림 II와 투르크스트림은 유럽의 기존계약 물량을 확대하는 것은 물론 가격 또한 중국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러시아로서는 대안 없이 유럽을 상대하던 과거는 이미 과거가 된 셈이다. 다음 표와 같이 러-중 가스 딜(DEAL)은 기존의 아시아 LNG 가격보다 훨씬 경제적일 뿐만 아니라 유럽으로 향하는 러시아 가스가격보다 낮을 것으로 추산된다. 이후 연결되는 러시아 가스가 더 싸진다는 보장은 점점 약해질 수 밖에 없다.                     
 

▶우리의 반성과 각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에너지-기후안보를 위한 우리의 이웃들이 취한 것이 있다면 공통적으로 과감히 버린 세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안일함이다. 안일함은 바로 가치평가에 대한 무게 중심이 과거에 머무를 때 비롯된다. 중국이 미래 성장가능성을 낮게 책정했다면 에너지 인프라 수준은 과거의 10BCM에 만족할 것이다. 즉, PNG는 필요 없다. 중국이 탈석탄을 정책에 반영하지 않았다면 우리의 미세먼지 문제는 지금이 아닌 앞으로가 더 걱정일 것이다. 결국 주변국들이 중국을 환경문제로 압박한 이후에 인프라 사업을 시작했다면 중국은 미국 LNG 구매로 미국 경제에 종속됐을 것이다.

또한 러시아가 과거의 고객인 유럽시장에만 목을 맸으면 더 나은 시장개척은 물론 더 나아가 유럽과의 협상력에 우월적 입지를 포기해야 했을 것이다. 미국은 어떠한가? 가장 큰 에너지 수요국으로 머물었다면 지금의 에너지수출국으로서의 호황은 물론 대러 제재는 꿈도 꾸지 못했을 것이다.

두 번째는 해묵은 편견이다. 가스 공급자는 공급자로 머물고 수요자는 계속 수요자로 머문다는 논리는 편견이다. PNG는 LNG 보다 싸다 비싸다는 논리는 비즈니스를 이해하지 못한 피상적인 탁상공론에 머무는  편견이다. 해저배관은 비싸다 또한 기술발전을 무시한 편견이다. 요즘 다국적 파이프라인은 모두 해저배관이다.

북한을 경유해야 한다 아니다 또한 북한에 대한 정치적 고정관념에서 비롯된 편견이다. 북한은 적국이 될 수도 있고, 가장 핫한 경제 파트너가 될 수도 있다. 30년 전 PNG 예비타당성 조사를 하던 시절과 지금은 한 세대 차이가 난다. 북한이 가스 밸브를 잠굴수도 있지만, 북한에서 가스를 다 써버릴 정도로 수요가 급증할 수도 있다. 가스가격은 그때 그때 다르며, 경쟁연료가 무엇이냐가 잣대가 된다. 경로 또한 하나 보다는 둘이 안보차원에서 낫다.

셋째는 처음 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다, 우리나라에서 처음 하는 것치고 좋게 평가되는 것은 첫사랑밖에 없는 것 같다. 첫사랑 또한 징크스가 있다. 첫사랑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얼마나 가혹한가? 어디 무서워서 첫사랑 하겠는가? 에너지 비즈니스에서 첫 번째 투자자가 되지 않으면 프리미엄을 지불해야 한다. 당연하지 않은가? 비단 에너지사업만 그런 것이 아니다.

부동산 투자도 그렇다. 강남 아파트 재개발이 추진되면 기존에 살던 주민 외에는 프리미엄을 내야 한다. 그만큼 기득권에 대한 보장 없이 자산을 획득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중국은 아시아 LNG시장의 후발주자이다. 지금은 어떠한가? 아니 앞으로 30년 후는 어떨까? 아시아로 향한 천연가스 인프라를 가장 먼저 개척한 국가는 다름 아닌 LNG 후발주자인 중국이다. 북극항로와 대륙 파이프라인 가스를 실현하는데 가장 앞장 선 국가가 바로 중국이다. 

▶2020에서 2050을 계획하며

우리는 신북방정책을 대외적으로 선언하면서 돈이 드는 일에는 주저주저하고 있다. 역지사지로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 우리를 바라보자.

과연 매력있는 투자파트너인가? 외국인 투자자들이 가장 불편해 하는 요소는 안타깝게도 ‘정책불확실성’이다. 에너지-기후안보를 위한 진정한 솔루션을 모색하고 있는지에 대해 외국 투자자들은 의심의 눈초리로 우리를 바라본다.

정책이면 정책, 기술투자에 대한 재정지원에 대해  다시 한번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5년이 아닌 50년을 준비하는 마음으로 에너지 특히 천연가스 인프라에 대해 백년대계를 준비하자. 그렇다면 우리가 고수해야 할 것과 버릴 것이 있다.

에너지-기후안보에 대한 명분을 잘 이해하고 정책의지를 다지는 대신 우리의 미래를 위해 과감히 버릴 것은 버리자. 그래야 얻는 것이 있을 것이다. 우리의 후손을 위해 더 나은 미래를 선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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