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중동 분쟁·IMO2020 등 다양한 변수 존재
2019년보다 3달러 낮은 60달러 수준 유지할 것

[에너지신문] “2020년 석유시장은 대체로 맑지만, 가끔 난기류 지역을 통과할 때는 흔들릴 수 있다.”

이재승 고려대 교수는 지난해 12월 17일 2019 석유 컨퍼런스에서 2020년 석유시장에 대해 이같이 전망했다. 에너지산업에서 가장 큰 축을 차지하고 있는 석유시장은 ‘공기’와 같은 존재로 대세에는 큰 변화가 없지만, 이따금 발생할 돌발 변수로 미동을 느낄 ‘예측가능한 에너지원’임을 강조한 것이다.

이는 2019년 석유시장만 봐도 알 수 있다. 2019년 유가는 세계 석유시장의 공급과잉과 지정학적 리스크 프리미엄 축소, 세계경기 둔화 우려 등으로 전년보다 하락 등으로 전년보다 하락했다. 두바이유는 2019년 1월 ~11월 가격이 배럴당 63.4달러로 전년 69.66달러보다 9% 하락했고, 브렌트유는 71.69달러에서 64.08달러로, WTI유는 64.90달러에서 56.79달러로 떨어졌다.

다만 OPEC의 감산과 미국의 이란 원유 수출 제재로 유가의 추가 하락을 억제할 수 있었다. 이처럼 국제유가는 다양한 변동 요인들로 가격이 변화한다. 2020년에도 석유시장에는 여러 가지 변수들이 존재한다. 그 변동 요인들은 무엇이 있을지 그리고 영향력은 얼마나 될지 알아본다. 
 

▶미국, 상수가 아닌 변수

이재승 교수는 2019 석유 컨퍼런스에서 2020년 유가 변동의 키(Key)로 ‘미국’을 주목했다. “그동안 미국은 원유 수입국으로 안정자의 역할을 담당했지만 이제는 수출국으로 등극하며 ‘안정자와 교란자’의 능력을 동시에 보유한 태풍의 눈으로 성장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전문가들은 미국 석유 생산량의 증가를 주목하고 있다. 1970년 964만b/d으로 정점을 찍은 이후 감소하던 미국 원유 생산량은 셰일층에서 수압파쇄 공법으로 채굴한 ‘셰일오일(지금은 타이트오일이라 부름)’ 생산 증가에 힘입어 2009년 증가세로 전환했다.

2018년 1096만b/d로 최고치를 경신했고, 2019년은 5월만에 1210만b/d을 넘어서며 엄청난 물량을 쏟아내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미국은 2017년 5월, 에너지원 수입 및 수출을 통한 국제 에너지 시장 내 영향력 확대를 강조한 미국 에너지 지배(An Energy Dominant America)를 선언하고, 원유 생산과 수출량을 크게 늘려 유가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이제는 미국 원유생산량 등 셰일 증산 변수에 주목해야 한다. 셰일업계의 증산폭은 OPEC 뿐 아니라 업계 내에서도 추산하기 힘들어 자체적인 생산량 조절을 통해 전체 수급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스윙 보트의 역할이 미국의 의지에 달렸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미국은 베네수엘라, OPEC+ 등을 흔들며 지정학적 갈등 요소로 부각됐다.

이에 이 교수는 석유시장 불안정성 해소를 위해서 미국의 외교정책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20년에는 미국의 에너지 및 외교정책과 긴밀히 연관돼 있음을 인지하고, 대미 에너지 외교 강화를 위한 대응력 강화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호르무즈해협이 봉쇄된다면?

호르무즈해협의 안전은 국제유가의 가장 큰 변수를 늘 거론되고 있다. 지난해 호르무즈해협 인근에서 사우디, 일본 선박 등이 피습을 당해 국제유가에 심한 타격을 줬다. 석유 유통에 있어 호르무즈해협은 중요한 지점이다.

최근 국제유가는 ‘미중 무역갈등’ 진행양상에 따라 좌우될 정도다. 이란의 호르무즈해협 봉쇄 등으로 원유 수송이 원활하지 않으면 유가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호르무즈해협은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쿠웨이트 등 중동에서 나오는 원유의 주요 수송로로, 세계 석유 소비량의 약 21%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고, 원유 및 콘덴세이트 65%는 이 해협을 통해 한국, 일본, 중국, 인도 및 싱가포르 등 아시아 5개국으로 수출되고 있다. 특히 한국의 원유 수입 의존도는 2018년 73%로 절대적이다.

문제는 호르무즈해협이 봉쇄되면 유가가 급등할 수 있다. 유가가 상승하면 산유국인 미국은 견딜 수 있지만 이란으로부터 원유 수입 비중이 높은 중국은 큰 타격을 받는다. 미·중 무역갈등과 호르무즈해협이 연관된 것도 이 때문이다.

이들의 기싸움에 한국은 안절부절이다. 우리나라로 들어오는 원유의 대부분이 이곳을 통과하는 만큼 호르무즈해협은 2020년에도 예의주시할 대상이다. 또한 국가차원의 석유안보로 다각적인 방안을 모색해야할 수도 있다.

▶꺼지지 않는 다이너마이트 ‘중동’

호르무즈해협 만큼이나 신경 쓰이는 존재, ‘중동’이다. 2019년 9월, 사우디 핵심 석유시설이 드론 공격으로 피해를 입은 사건으로 사우디와 이란 간 긴장이 한층 고조됐었다.

다행히 사고가 휴일에 발생해 국제유가는 소폭 변동했을 뿐 타격은 크지 않았다. 더구나 사우디 정부와 아람코는 피해 시설을 신속히 복구해 생산에 차질이 없게 하겠다는 발표로 유가 정세를 안정시켰다. IEA와 미국도 필요하면 전략 비축유의 방출 계획을 내세우며 석유시장의 안정화에 동참했다. 

이처럼 중동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유가 상승 압력으로 잠재하고 있다. 사우디 vs 이란 분쟁은 단기간에 해결할 수 없는 문제기 때문이다. 오히려 뿌리 깊은 중동의 종파 분쟁을 부채질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들의 분쟁은 통상적으로 유가 급등 요인이 됐고, 지난 드론 공격으로 원유 관련 시설 타격이 발생하면 원유 공급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어 글로벌 금융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중동의 지정학적 위험 요소들은 세계 경제를 괴롭힐 변수들로 가득하다.

▲ 지난해 12월 17일 '석유시장 컨퍼런스'가 열렸다.
▲ 지난해 12월 17일 '석유 컨퍼런스'가 열렸다.

▶새로운 변화 ‘IMO2020’

2020년 가장 큰 화두는 IMO(국제해사기구)의 규제 강화에 따라 모든 선박은 황함량이 0.5% 미만인 해양 연료를 사용해야 하는 IMO2020의 시행이다.

이 규칙의 시행으로 해양연료 믹스는 극적인 변화를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1960년대 이래 가장 널리 해양연료로 사용된 고유황 연료유(HSFO, High Sulfur Fuel Oil) 수요는 크게 줄고, 해양경유(MGO, Marine Gas Oil) 수요가 증가할 전망이다.

새로 도입되는 초저유황 연료유(VLSFO, Very Low Sulfur Fuel Oil) 역시 경유 대비 가격경쟁력이 우위에 있기 때문에 2020~2024년에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해양연료로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이 규칙의 효과가 예상보다 미미할 것이라고 전망하는 측도 있다. 조선업계에서 스크러버 설치 선박과 LNG 추진선 발주가 늘고 있고, 버팀목이 됐던 화학사업이 갈수록 불확실성이 커진다는 점도 IMO2020 효과를 반감시킨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IMO2020 규제 효과는 아직 미미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효과가 날 것인데 황함량이 많은 연료 수요는 떨어지고, 황함량이 적은 연료 수요는 올라갈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어디든 새로운 기준이 적용되면 그 기준에 맞춰 환경이 변하기 마련이다. 때문에 석유업계도 이 규칙의 시행에 따른 변화를 주시하고 있고 IMO2020은 석유업계 판도의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수급 불균형’ OPEC 감산과 비OPEC 공급 증가

국제유가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비OPEC의 수급밸런스 변화가 변수가 될 전망이다. 국제 석유시장은 2018년 2분기부터 2019년 2분기까지 공급 과잉 지속되고 있다. OPEC+의 감산에도 불구하고 세계 석유수요 증가세와 미국의 원유생산 증가로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OPEC과 비OPEC 회원국을 포함한 OPEC+는 지난해 12월 5~6일 열린 산유국 회의에서 올해 3월까지 감산 규모를 170만 배럴로 확대하는 데 합의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OPEC의 감산 계획이 효과를 거둘지 의심하고 있다.

감산 규모가 당초 합의보다 늘어났지만, 사우디 등 일부 산유국이 이미 현행 할당 생산량보다 더 적은 양을 생산하고 있어 공급 축소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 또한 회원국들이 감산 정책을 실제로 이행될 수 있을지를 의심하고 있다. 나이지리아와 이라크 같은 일부 OPEC 회원국은 산유량을 줄이는데 고전해 감산 합의 효과가 과연 있을지 의심스럽다는 것이다. 한편, 세계 경제도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2020년 세계 경제성장률은 신흥국 경기회복으로 2019년보다 상승할 것으로 예측했다. IMF는 지난 10월, 세계 경제전망을 발표하며, 2019년 3.0%였던 경제성장률을 3.4%로 상향 조정했다. 다만 미중 무역분쟁이 지속되고, 지정학적 긴장감, 디프레이션 압박이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렇다면 국제유가는 어떻게 될까?

‘2019 석유컨퍼런스’에서 이달석 에너지경제연구원 본부장은 2020년 국제유가 전망에 대해 발표하며 “국제유가는 예년 수준의 수요 증가와 OPEC의 추가 감산에도 불구하고, 미국 등 비OPEC의 생산 증가로 공급 과잉이 발생, 지난해보다 낮은 수준에 머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본부장은 “만약 OPEC이 충분히 감산하거나 지정학적 사건에 의한 공급 차질이 발생할 경우 배럴당 70달러 선까지 근접할 수 있지만, 반대로, 미?중 무역분쟁 심화와 세계 경기 침체로 수요가 예상보다 둔화되고 OPEC+의 감산 준수가 저조할 경우 50달러 초반까지 내려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해외 석유관련 주요 기관의 2020년 유가 전망은 브렌트유 기준 배럴당 54달러에서 75달러 수준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이 조건을 토대로 내년 두바이유는 배럴당 60달러로 올해 63달러보다 배럴당 3달러 정도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이달석 본부장은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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