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석주 기자

[에너지신문] 올해 먹구름에 휩싸였던 정유업계가 최근 ‘정제마진 쇼크’를 얻어 맞고 휘청이고 있다. 최근 정유업계는 지난달 셋째주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이 -0.6달러를 기록하며 비상등이 켜졌다. 주간 평균 기준 정제마진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2001년 6월 첫째주 -0.5달러를 기록한 이후 약 18년 만이다.

국내 4대 정유사는 울상이다. 미·중 무역분쟁의 장기화로 석유제품 수요가 감소했는데, 중국을 중심으로 공장 설비가 증설되며 공급은 외려 증가해 수급 불균형이 이어졌다.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 규제 여파로 벙커C유(고유황 중유) 수요도 급락했다. 게다가 지난 9월만 해도 배럴당 10달러를 웃돌던 복합 정제마진이 뚝 떨어져 마이너스로 돌아서며 영업실적에 적신호까지 켜졌다.

통상적으로 정유업계의 정제마진 손익분기점이 배럴당 3~4달러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현 상황에선 정유사들이 석유제품을 팔면 팔수록 손해가 날 수밖에 없다. 정제 마진 하락으로 국내 정유사들이 대규모 영업손실을 기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고. 실제 4대 정유사 모두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하락폭이 무려 30~60%라고 한다.

문제는 당분간 이같은 상황이 지속될 전망이라는 것. 더구나 전기?수소차 등 친환경차 시장이 확대되면서 휘발유나 경유 수요가 줄어들 것이 뻔해 ‘본업’인 정유사업은 이제 한계에 봉착한 듯한 분위기다. 거스를 수 없는 시대 변화, 때문에 정유사들은 ‘부업’인 석유화학 사업 확대에 사활을 걸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중국 우한에 나프타분해시설 건설했고, GS칼텍스도 여수에 에틸렌·폴리에틸렌 공장을 신설했다. 현대오일뱅크는 2600억을 투자해 플라스틱 원료를 늘렸고, S-OIL도 울산에 5조를 투입해 석유화학 공장을 준공했다.

여기에 태양광 발전, 전기·수소 충전 등 신사업도 확대하고 있다. 또한 내년 시행되는 국제해사기구(IMO) 2020 규제에 맞춰 발빠르게 저유황유(LSFO) 중심으로 재편, 이를 통해 정제마진 개선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을 기대하고 있다.

정유업계는 지금 팔수록 손해인 석유제품 비중을 낮추고 석유화학제품의 규모를 늘리며 격변하는 시장의 흐름에 발맞추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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