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규제 강화 정책 작용…자동차 산업 생태계 변화 시작
전기차 판매 세계 6위 저력, 경쟁력 확보 위해 협력 방안 모색

[에너지신문] 세계 자동차 수요가 감소하고 있지만 친환경 자동차 수요가 증가세를 유지하자 민간 투자의 증가로 전기차 산업생태계가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친환경차는 내연기관차보다 연관산업 범위가 넓어 자동차산업의 지속적인 성장 기반 강화에 기여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친환경차를 대표하는 전기자동차의 부품 수가 상대적으로 적고, 화석연료 관련 산업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 고용 문제를 유발할 뿐만 아니라 핵심부품 및 소재 관련 자원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산업화에 부정적인 견해를 밝히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은 전기차산업이 자동차뿐 아니라 충전과 관련 네트워크 하부구조 및 대체에너지 등을 포함한 제조업과 서비스업 간 다중융합(Trivergence)을 촉진해 창출할 수 있는 파급효과를 간과한 단견에 불과하다고 볼 수 있다.

자원 부족 문제는 석유가격이 상승하자 경제성이 부족했던 유정 개발과 세일가스의 채굴이 증가하면서 수급 불균형 문제가 해소된 바와 같이 시장기능에 의해 해결할 수 있다. 또한 기술적으로도 대체 소재와 부품의 개발이 가속화되고 있어 문제 해결에 보탬이 되고 있다.

■ 자동차 생태계, 내연기관차에서 친환경차로

세계 자동차 판매는 9년간의 성장세를 마감하고 지난해 전년비 0.6%가 감소한데 이어 올해 상반기에도 전년 동기비 4%가 감소했다. 세계 자동차 생산 역시 지난해 1.1% 감소한 후 올해 상반기에는 5%나 줄었다. 세계 내연기관차 수요는 2018년을 정점으로 내리막길에 접어들었다는 것이 중론이다.

반면 지난 상반기 세계 전기동력자동차 판매는 전년 동기비 42%가 증가한 111만대를 기록했다. 차종별로는 배터리전기차(BEV)가 전체 70%를 차지했고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가 30%를 점유했다.

하이브리드차 판매도 일본과 유럽 판매를 강화한 토요타가 양대시장에서 각각 60만대와 21만대의 판매고를 기록했다. 이를 바탕으로 상반기 일본의 신차 판매에서 친환경차가 차지하는 비중이 처음으로 40%를 넘어섰다.

EU 역시 상반기 전기차 판매가 전년 동기비 35.6%가 증가한 9만 8553대를 기록했다. 이로 인해 신차 판매량의 56%에 달했던 디젤차는 31.3%로 감소했다. 소비자들이 디젤게이트 이후 디젤차 구매를 꺼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신에너지자동차 판매도 52%가 증가한 62만 8000대를 기록, 세계 전기차 수요 증가를 견인하고 있다.

BMW와 아우디, 애스턴 마틴 등 고급차 브랜드도 최근 전기차 모델을 경쟁적으로 출시하고 있다. EU가 2021년부터 시행할 이산화탄소 배출 규제로 최대 수조 원의 벌금에 직면할 수 있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다.

전기차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는 일본의 전기자동차(BEV) 판매가 상대적으로 부진하지만, 후지연구소는 2035년 세계 전기차 판매가 1125만대에 달하고 하이브리드 카의 판매는 420만대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이처럼 전기차 판매가 증가할 것으로 예측하는 배경에는 주요국의 환경규제 강화 정책이 작용하고 있다. EU는 이산화탄소 배출 규제를 2021년 95g/km에서 2025년 81g/km으로 강화한 후 2030년에는 59g/km까지 줄인다는 계획이다.

중국도 최근 환경 규제를 더욱 강화하기 위한 정책 수립에 착수했다. 세계 양대 자동차시장인 중국과 EU가 환경 규제 경쟁에 돌입하자 자동차업체들은 앞다퉈 친환경차 개발과 판매를 확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자동차산업의 공급망 구조가 바뀌면서 기업과 산업생태계에도 변화하기 시작했다.

전기차 판매 세계 6위, 국내 완성차업체 잠재력 충분  
 
2013년 이후 완성차업체들은 전기차 판매가 연평균 50% 이상 증가하면서 500만대 이상(2018년 기준)을 판매했다.

그동안 보수적으로 평가받아 온 국내 자동차업계의 전기차 생산과 판매도 급증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올해 1월~7월 중 전 세계에서 7만 4911대의 전기차를 판매해 세계 6위에 올랐다.

판매량만 따져보면 토요타의 2.4배 상회했고, 중국업체를 제외한 테슬라, 르노닛산미쓰비시 연합에 이어 3위에 해당한다. 이처럼 국내 완성차업체가 내연기관차에서 벗어나 빠르게 전기차로 생산 전환을 하고 있지만 부품업체를 포함한 협력업체의 대응은 부진한 편이다. 국내에서는 아직 친환경차의 범주와 차종별 전과정(life cycle) 친환경성, 그리고 보급 전망에 대한 논쟁이 지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내연기관차 시대의 종언과 판매금지 및 주행제한에 대한 반발도 있고, 학계와 연구기관의 소모적인 찬반 논쟁, 정책의 투명성 부족 등이 기업 투자를 제약하고 있다.

물론 국내 자동차산업은 전기차시대를 주도할 잠재력이 충분하다. 완성차업체들이 본격적으로 전기차 생산을 확대하고 있고, 공급업체들도 세계 최고 수준의 배터리 기술경쟁력을 바탕으로 관련 부품공급 기반을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정부 역시 수소전기차를 포함한 전기차산업 육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앞으로 친환경차산업 생태계로의 전환은 불가피하다. 주요국 정부가 환경과 에너지 문제뿐 아니라 자국민의 건강 보건 문제를 고려해 관련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또한 금융위기 이후 친환경차 관련 완성차업계의 투자계획이 3000억 달러를 넘어서고 있다.

국내 부품업계의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은 시급히 풀어야 할 과제다. 물론 기존 내연기관 부품업체 전부가 전기차로 생산 제품을 변경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파워트레인 등 내연기관차 부품 생산에 특화된 자동차 부품업체는 전기동력화, 자율주행화, 서비스화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는 점을 고려해 핵심역량을 바탕으로 적합한 분야로의 사업 다각화나 사업 전환을 추진하면 된다. 또한 자동차산업의 패러다임 변화에 영향을 받지 않는 제품을 생산하고 있는 부품업체들은 기존 제품의 고부가가치화를 추진하면 된다.

즉, 국내 부품업체들은 자사의 매출 규모, 재무상황(수익성과 자금조달 능력), 제품 포트폴리오, 시장 환경 등을 고려해 사업 구조를 재편해 나가면 된다. 환경규제를 완화하고 있는 미국의 부품업체 중 220여개사가 이미 친환경차 분야로 사업을 전환한 점은 벤치마킹할 대상이다.
 
자동차 전쟁 시작! 지나친 경쟁보다 협력이 필요하다 

자동차산업이 내연기관 개인 운전시대에서 전기동력 자율주행 시대로 전환하면서 전세계적으로 기술, 제품과 산업간 융합을 위한 전략적 제휴와 인수합병 및 창업이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이러한 움직임이 미온적이다.

또한 전기차 보급을 뒷받침하는 전력산업은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췄지만, 재생에너지 생산기반은 상대적으로 취약하다. 물론 정부가 도전적인 재생에너지 보급 계획을 수립했지만, 경제성 확보와 입지환경 문제 등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또 다른 문제는 친환경차 보급과 함께 추진되고 있는 자율주행 관련 기술개발과 상용화다. 국내 자율주행차산업의 경쟁력은 세계 10위권 밖에 머물고 있다.

▲ 국내 전기차 생산 동향(왼쪽) & 수출 동향. 자료 : 한국자동차산업협회(2018, 2019 상반기 기준)
▲ 국내 전기차 생산 동향(왼쪽) & 수출 동향. 자료 : 한국자동차산업협회(2018, 2019 상반기 기준)

이와 함께 일본의 수출규제로 불거진 소재산업의 경쟁력도 해결해야 한다. 자동차산업의 장기 과제인 경량화가 중요한데, 가공기술이 부족해 연비제고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이와 함께 2021년 이후 시행할 정부의 친환경차산업 정책 방향 설정도 매듭을 지어야 한다.

환경부는 2016년 시행 예정이었던 저탄소 협력금 제도를 2021년으로 연기한 바 있다. 이 제도를 운용하고 있는 프랑스의 전기차 보급이 기대했던 것만큼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중국과 미국 캘리포니아주가 운용하고 있는 전기차 의무판매제가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동차업체들이 정부의 정책 방향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자동차업계의 경영이 악화된 상황에서 투자비 부담도 문제지만 관련 기술 상용화에는 3년 이상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정책 결정이 지연될수록 기업이 중장기 투자 계획 수립이 차질을 빚고 이는 정부의 지상과제인 일자리 창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지난해 미국 기업들이 전기동력 자동차 부문에 투자를 확대하면서 고용이 3만 5000여명 증가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전세계적으로 환경규제가 강화되고 소비자들이 완전한 친환경차에 대해 관심을 가지면서 배터리전기차의 수요가 증가하자 성능 향상과 모델 다양화를 추진하고 있다.

디젤게이트의 주범인 독일 자동차업체 역시 전기동력화를 가속하고 있고, 일본 자동차업체들도 포괄적 제휴를 통해 개방형 혁신을 추구하고 있다.

아키오 토요타 사장이 자동차산업의 패러다임 변화에 대해 “자동차 전쟁은 시작됐고 승패의 문제가 아닌 생사의 문제”라고 평가한 점은 깊이 생각해봐야 한다. 

국내 친환경차 관련 업체들은 지나친 경쟁과 대립을 지양해야 한다. 세계 자동차산업의 구조조정이 마무리되는 2021년부터 친환경차시대가 본격적으로 전개되고 업황 지도가 변화할 가능성이 크다.

자동차산업이 수익성 악화 속에 투자 부담 가중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친환경·자율주행차산업 육성 기반 조성이 지연될 경우 국내 자동차산업의 미래 경쟁력을 담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따라서 산학연관이 합심해 자동차산업의 불확실성, 취약성과 복잡성 문제를 해결하고, 다중융합을 촉진할 수 있는 방안을 시급히 도출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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