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수출규제, 발전 업계에게는 새로운 도전”
발전 6사·지역난방공사, 경쟁력 국산화 추진
중소기업 지원 통해 기술개발·동반성장 1석2조

[에너지신문] 일본의 수출제한 조치로 반도체를 필두로 국내 산업분야에서 국산화 움직임이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이 중 발전분야는 일본의 수출규제대상 전략물자에 해당하는 품목이 없어 제한조치에 따른 영향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그러나 현 상황이 장기화될 경우 기자재 수급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게 산업계의 우려다.

이에 발전공기업들은 앞다퉈 발전기자재 국산화에 주력할 것을 천명하고 정부와 유관기관, 기술력을 갖춘 중소기업들과의 협업에 나서고 있다. 국산화를 통해 중소기업 기술자립을 견인하고, 장기적으로는 경기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이라는 사회적 가치에 부응한다는 각오다.
본지는 발전공기업들의 국산화 전략을 소개하고 그 기대효과를 점검해봤다./편집자주

동서발전, 발전산업 국산화 추진 총력

한국동서발전은 발전기자재 부품 국산화 개발과 실증 지원 및 개발선정품 지정을 통한 우선구매를 전사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특히 재생에너지 분야 중소기업 지원을 위해 관련 제작사와 함께 애로사항을 확인, 상생협력 지원방안을 모색 중이다.

▲ 박일준 한국동서발전 사장(오른쪽)이 중소기업 발전설비 국산화 현장을 찾아 설명을 듣고 있다.
▲ 박일준 한국동서발전 사장(오른쪽)이 중소기업 발전설비 국산화 현장을 찾아 설명을 듣고 있다.

동서발전은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에 대응하기 위해 재생에너지 설비 국산화 및 경쟁력 강화 회의를 열고 에스에너지 등 국내 신재생에너지 발전설비 전문기업을 방문, 기술력을 점검했다. 에스에너지와는 지난 7월 25MW급 당진화력본부 태양광설비 설치 공사계약을 체결했으며 이번 공사에 국산 모듈을 포함한 인버터, 변압기 등 모든 주요 기자재를 100% 국산자재로 조달할 계획이다.

동서발전은 재생에너지 분야 산학연 공동으로 총 연구비 425억 6000만원을 투입, 11개 R&D 과제를 수행하고 있다. 지난 2월 울산과학기술원(UNIST)과 함께 기존 태양전지에서 전력으로 전환되지 못하는 태양광을 최대한 활용함으로써 상용급 발전효율을 3%p(19%→22%) 향상시킬 수 있는 페로브스카이트(Perovskite) 활용 초고효율 다중접합 태양전지 개발에 착수했으며 울산광역시 및 울산대 등과 함게 울산앞바다 200MW급 부유식 해상풍력 실증 관련 R&D를 추진하는 등 국내 재생에너지 분야 기술자립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동서발전은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발전설비 부품·소재 국산화 기술개발 과제를 공모하고, 운영 중인 발전소에서 사용하는 외산 부품현황을 중소기업에 공개, 국산화 기술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 3일 발전설비 국산화 및 경쟁력 강화를 위한 T/F를 발족하기도 했다.

동서발전에 따르면 현재까지 발전설비 국산화는 주요 발전부품에 대한 국내 기술력 부족, 국산화 개발품에 대한 낮은 신뢰도, 실증 시 고장 및 경제적 손실 우려 등으로 사업화까지는 활발히 이어지지 못했다.

T/F의 주요 역할은 동서발전이 보유한 발전기의 외산제품 운영 현황과 부품별 국산화 가능여부 전수조사, 체계적인 국산화 추진을 위한 중장기 로드맵 수립, 연구개발 실증절차 개선, 사업화 이후 이력관리 등 국산화 전주기 관리체계를 구축하기 위함이다.

최근 동서발전은 R&D 공모를 통해 우수 과제로 선정한 13건의 국산화 과제를 단기과제로 추진중에 있고, 이달 말까지 700여개 외산품 대체를 위한 추가 과제 공모를 진행 중이다.

박일준 동서발전 사장은 국산화 기술개발 중요성에 따른 기업과의 현장소통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국내 중소기업을 차례로 방문, 산업 현황을 살펴보고 기업별 애로사항 및 건의사항을 청취하는 등 소통경영에 나서고 있다.

남부발전, 국산화 선도 中企 육성 집중

한국남부발전 역시 발전·에너지 분야 기자재 국산화 선도 중소기업 집중 육성으로 일본 수출규제 강화 조치관련 해법 마련에 주력하고 있다.

남부발전은 최근 ‘민·관 공동투자 기술개발’과 ‘테스트베드 지원’을 통해 국산화 선도 중소기업 집중 육성에 나선다고 밝혔다.

▲ 한국남부발전이 발전기자재 국산화 및 수입선 다변화 추진을 위한 착수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 한국남부발전이 발전기자재 국산화 및 수입선 다변화 추진을 위한 착수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민·관 공동투자 기술개발은 중소기업의 기술력 증진을 위해 중소벤처기업부와 남부발전이 공동으로 자금을 조성, 국산화 제품 및 신기술 개발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이 사업의 과제당 연구개발비는 2년간 최대 10억원이며 남부발전과 중기부가 전체 연구비의 75%를 지원하고 중소기업이 25%를 부담한다. 기술개발 수행결과 성공판정을 받은 국산화 제품은 남부발전에서 구매해 중소기업이 개발한 제품에 대한 판로확보도 지원한다.

테스트베드 지원은 중소기업 기술개발제품의 발전소 시범적용으로 제품의 완성도를 높이고 시장 진입장벽을 낮춰 발전소에서 사용되고 있는 외산 기자재의 국산 대체품 발굴을 위해 남부발전이 자체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대상기업은 신청 제품에 대해 최대 1년간 발전소 현장에서 실증기회가 주어지고, 실증 시 소요된 운영경비(운반비, 설치 및 철거비)를 기업별 최대 200만원까지 지원받는다. 정부의 성능인증 취득에 필요한 현장 실증시험 보고서도 제공받을 수 있다.

지난 7월부터 20일간 진행된 공모에는 민·관 공동투자 기술개발 29개 과제, 테스트베드 지원 8개 제품이 접수됐다. 남부발전은 공모 접수 과제와 제품을 대상으로 사내외 심의위원의 평가를 통해 민·관 공동 R&D 7개 과제와 테스트베드 제품 5개를 최종 선정됐다.
최종 선정된 민·관 공동 R&D 과제는 중기부 추천 및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의 최종심의를 거쳐 11월 협약을 체결한 후 기술개발에 본격적으로 착수할 예정이다. 테스트베드 제품은 사업소에 위임, 협약을 체결한 후 현장에 설치해 실증시험을 시작한다.

남부발전은 이를 발전분야 기자재에 대한 국산화로 외산기자재 의존도를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울러 발전기자재 국산화를 선도할 수 있는 중소기업을 지속적으로 발굴, 집중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선제적 대응으로 결실 맺는 서부발전

김병숙 사장 취임 후 외산 발전기자재 국산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한 서부발전은 벌써부터 결실을 맺고 있다.

서부발전은 지난해 발전사 최초로 국산화 관련 전담부서인 ‘국산화부’를 신설하고 국산화를 추진하기 위한 ‘중장기 국산화 로드맵’을 수립했다. 로드맵에 따라 국내외 발전시장의 미래 동향과 핵심부품 기술 트렌드, 국산화 현장수요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 6500여건의 국산화 품목을 선정했다. 제조기술의 난이도와 파급효과 등을 고려, 2030년까지 발전설비 외산 기자재 및 원천기술의 국산화 프로젝트를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 발전설비 국산화 추진 현장 전경.
▲ 발전설비 국산화 추진 현장 전경.

서부발전은 발전산업 신규 진출을 희망하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국산화 현장설명회를 정기적으로 개최, 이를 통해 진입장벽을 과감히 해소시켜 나갈 예정이다. 또한 가동 중인 발전설비를 통해 시제품을 실증할 수 있도록 테스트베드를 지원한 후 실증 확인서를 발급, 판로개척을 지원한다.

‘국산화위원회’를 설치, 국산화 실패에 대한 면책이 가능토록 해 현장실무자들의 국산화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해소시킨 부분은 주목할 만하다. 대신 국산화에 성공한 경우에는 그 성과를 제도적으로 보상하는 ‘국산화 성과보상제도’를 도입, 실패에 대한 부담감은 줄이고 도전 의지는 더욱 북돋아준다는 방침이다. 이는 실질적인 국산화 추진의 원동력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서부발전은 국산화 중장기 로드맵 수립 이후 현재까지 81건의 국산화 개발을 완료, 현장에 적용해 약 74억원에 이르는 유형성과를 창출한 바 있다. 기술개발 난이도 및 중요도가 높은 증기터빈 핵심부품, 미분기 등은 R&D 국산화로 기술개발을 추진하고 주기적으로 현장 교체빈도가 높은 복합화력 발전용 필터, 밸브 등은 현장 국산화 방식으로 추진해나간다.

이처럼 서부발전은 해외 도입 기자재와 기술에 대한 ‘도전적 국산화’를 지속 추진, 기술회사로서의 가치를 격상시켜 나간다는 계획이다.

국산화·산업활성화 ‘두 마리 토끼’ 잡는 한수원

한국수력원자력은 최근 경주 본사에서 ‘부품·장비 국산화 T/F’ 운영을 위한 착수회의를 열었다. T/F는 일본의 수출 규제조치를 계기로 원자력 및 수력발전용 외산자재의 국산화를 추진하기 위해 꾸려졌다.

이날 착수회의에서는 외산부품 사용현황, 공급중단 부품목록, 국산화 추진 가능 부품 및 국산화 추진 시 장애요인 등에 대한 검토가 이뤄졌다.

T/F는 향후 발전소별로 대내외 공모 등을 통해 국산화 대상을 발굴, 우선순위에 따라 향후 3년간 100개과제 총 1000억원의 예산을 투입, 협력중소기업과 손잡고 연구개발을 추진할 예정이다. 아울러 기존 국산화 개발이 완료된 과제를 발전소에 적용하는 방안도 동시에 추진할 계획이어서 관심을 모은다.

한수원은 부품·장비 분야의 기술자립이 중소기업에 달려있는 만큼 협력사들의 글로벌 기술경쟁력을 키울 수 있도록 기술·인력·금융·판로지원 등 한수원 동반성장 지원사업(4개 분야 26개사업)을 통해 협력중소기업의 국산화 개발을 적극 지원할 방침이다.

정재훈 한수원 사장은 “발전소 부품 및 장비의 국산화 비중 확대는 안정적 전력공급의 초석이 될 것”이라며 “이번 T/F 구성 및 운영이 단순히 부품 국산화에만 그치지 않고, 협력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끌어올려 신규 일자리 창출과 산업생태계 활성화로 이어지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中企 금융지원·기업간 협업으로 난관 극복

한국중부발전은 국내 중소기업들의 기술자립을 위한 자금 지원에 앞장서고 있다. 지난달 IBK기업은행과 20억원 규모의 ‘발전설비 핵심부품 국산화 R&D 지원펀드’ 조성 업무협약을 맺은 중부발전은 일본 수출규제로 경영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을 통해 발전설비 핵심 소재, 부품, 장비의 국산화를 앞당긴다는 복안이다. 중부발전은 IBK 기업은행에 20억원 예탁하고 이를 기반으로 중소기업 대출금리가 최소 1.2% 이상 감면된다.

아울러 중부발전은 기업에 대한 애로사항 수렴, 신속한 지원을 위한 일본 수출규제 대응 T/F를 구성하고 지난달부터 본격적인 운영에 나섰다.

박형구 중부발전 사장은 “협력기업들의 피해가 최소화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해 나갈 예정”이라며 “발전설비 국산화를 위한 단계별 연구개발을 지속적으로 추진, 기술자립을 이룰 것”이라고 강조했다.

▲ 재생에너지 분야의 국산화도 활발히 추진되고 있다.
▲ 재생에너지 분야의 국산화도 활발히 추진되고 있다.

한국남동발전은 협력중소기업의 예상 피해를 점검하는 한편 공동 대응방안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지난달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배제 확정 직후 협력 중소기업 대표들과 가진 간담회에서는 일본으로부터 원자재를 수입하는 16개 협력 중소기업 대표와 임직원이 참석, 예상피해상황을 공유했으며 수입품목 확보 대체방안과 수출 다각화를 위한 아이디어도 공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동발전은 해외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는 KOTRA(동경·오사카 무역관), G-TOPS(수출입무역상사) 등 전문기관과의 협업을 통해 일본시장 정보 및 상황을 실시간 공유함으로써 중소기업의 수입처 다변화 방안을 모색할 방침이다.

남동발전 관계자는 “일본의 수출규제가 우리 기업에 새로운 도전으로 대두되고 있다”면서도 “대-중소기업간 긴밀한 소통과 협력을 통해 어려운 난관을 함께 극복해 나가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한편 한국지역난방공사는 최근 서부발전과 발전설비 진단, 국산화 및 안전관리분야 상호 기술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지역난방공사는 현재 열병합발전소 가스터빈 11기를 운영 중이며, 안정적인 시설 운영을 위해 기술진단 강화와 현장 안전관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를 계기로 양 사는 해외기술 의존도가 높은 발전설비 진단 및 기술자문 등 상호 전략적인 협력체계를 구축할 것으로 기대된다. 현장 노하우, 고장사례 공유로 기술진단 능력이 한층 고도화될 전망이다.

특히 발전설비 부품 국산화 공동 추진을 통한 기술역량 강화로 해외기술 의존도를 줄이는 한편 기술경쟁력을 한층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안전관리분야의 상호 기술협력 및 지원을 바탕으로 안전관리체계 고도화를 통한 근로자의 안전한 일터 조성 등 사회적 가치 실현에도 기여할 수 있다.

지역난방공사는 그간 가스터빈(MHPS) 소모품의 국산화를 적극 추진한 결과 약 900여 품목의 국산화를 완료했고, 향후 국내 발전사 및 중소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국산화 대상을 1300여개 품목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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