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생태계·무역 패러다임 변화…생존과 직결
정부·산업계·국민 개개인의 ‘주도적 개척’ 필요

[에너지신문] 필자의 주변을 보면 1년 사이 재생에너지로의 에너지전환에 대해 말하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 그리고 기후위기 해결책으로서 에너지전환에 동의하는 비율도 많이 높아진 듯하다.

하지만 에너지전환이 가져올 산업생태계의 변혁, 무역 패러다임의 변화, 한국 경제에 미치는 파급력, 그리고 마침내 자신의 삶을 향해 몰려오는 쓰나미에 대해 진지하게 주목하는 사람은 드물어 보인다.

어느 나라보다 무역의존도와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의 특징을 살펴보고, 에너지전환이 한국 경제에 미칠 파급력을 집중 조명함으로써 우리가 나아갈 길을 함께 모색해보고자 한다.

■ 한국 경제의 특징

우리나라 경제의 가장 큰 특징은 ‘무역의존도·대외의존도·에너지의존도가 매우 높은 수출주도형 경제’ 라는 것이다.

IMF 주요국 수출입 통계(표1)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18년 말 기준으로 중국, 미국, 독일, 일본, 네덜란드에 이은 세계 6위 수출대국이자 세계 9위의 수입국에 해당된다. 또한 무역협회의 한국 무역의존도 수치(표2)를 보면 수출이 6049억달러, 수입은 5352억달러에 이른다. 이를 종합해보면 한국의 전체 무역규모는 1조 1401억달러로 영국에 이은 세계 9위 무역대국이다. 이는 전 세계 무역규모(약 39조 1000억달러)의 2.92%에 이르는 것이다. 참고로 IMF와 한국무역협회의 수출입 통계에 미세한 차이가 있으나 순위가 뒤바뀔만한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 수출입 통계는 한국무역협회 자료를 기준으로 했음을 밝혀둔다.

표1과 표2에서 보듯 2018년 우리나라의 무역의존도는 70.4%에 이르고 있다. 중국 33.71%, 일본 28.11%, 미국 20.39%에 비해 매우 높은 편임을 알 수 있다(3국 통계는 2017년 기준).

무역의존도가 높을수록 내수시장이 빈약하고, 과도하게 수출에 의존하게 돼 무역환경의 변화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더욱 심각한 것은 우리나라의 대외의존도 지표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국민총소득(GNI) 대비 수출입 비율은 86.8%로 나타났다고 한다. 우리 국민 총소득의 대부분이 수출입 활동에서 발생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우리나라는 에너지 해외의존도가 94%, 쌀을 제외한 식량의 해외의존도가 95%를 각각 넘는다. 에너지 최빈국이자 식량자원 해외의존 국가인 셈으로, 수출을 통해 에너지와 식량자원과 필요물자를 사서 생활하고 있는 것이다.

만약 세계 경기가 둔화된다면 우리 경제와 국민의 소득이 곧바로 직격탄을 맞게 되고, 무역이 무너지면 결과적으로 에너지와 식량 보급능력도 상실될 수밖에 없다. 결국 무역이 한국 경제를 지탱하고, 대한민국의 생명선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표1: 주요국 수출입 통계표(단위금액: 백만불/출처: IMF)

순번

(수출기준)

국가명

2018

수출액

수지

수출

증감률

수입액

수입

증감률

 

세계

19,522,259

-65,045

11.5

19,587,304

10.3

1

중국

2,474,149

338,888

8.5

2,135,261

16.5

2

미국

1,654,007

-878,843

7

2,532,850

8.1

3

독일

1,589,655

299,715

9.8

1,289,940

10.9

4

일본

732,629

-16,220

5

748,849

11.6

5

네덜란드

717,586

97,018

10

620,568

8

6

한국

60,1154

57,968

7

543,186

14.9

7

프랑스

58,6824

-96,438

9.7

683,262

9.2

8

이탈리아

552,773

50,853

8.9

501,920

10.8

9

홍콩

578,141

-51,388

5.1

629,529

6.7

10

영국

482,667

-196,557

9.4

679,224

5.5

▼표2: 한국의 무역의존도(출처: 한국무역협회)

년도

명목GDP

(백만불)

수출

수입

무역의존도

(%)

금액

(백만불)

의존도

(%)

금액

(백만불)

의존도

(%)

2018

1,619,800

604,860

37.3

535,202

33.0

70.4

2017

1,530,200

573,694

37.5

478,478

31.3

68.8

2016

1,414,700

495,426

35.0

406,193

28.7

63.7

2015

1,382,400

526,757

38.1

436,499

31.6

69.7

2014

1,411,000

572,665

40.6

525,515

37.2

77.8

2013

1,305,400

559,632

42.9

515,586

39.5

82.4

2012

1,222,400

547,870

44.8

519,584

42.5

87.3

2011

1,202,700

555,214

46.2

524,413

43.6

89.8

2010

1,094,300

466,384

42.6

425,212

38.9

81.5

2009

902,300

363,534

40.3

323,085

35.8

76.1

■ 에너지전환이 한국경제에 미칠 영향
 
에너지전환은 산업생태계를 변혁시키고, 무역 패러다임의 변화시킴으로써 한국 경제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 결과 당연히 각 개인의 삶을 송두리째 흔들 것이다. 에너지전환이 산업생태계와 무역 패러다임의 변화에 어떻게 작용하는지 우리나라 5대 수출 품목(반도체, 자동차, 석유제품, 자동차부품, 선박해양구조물 및 부품)을 통해 살펴보자.

에너지전환은 5대 수출산업의 생태계를 근본적으로 바꿀 것이다. 예를 들어 자동차 시장은 내연기관 퇴출이 가속화되고 급속도로 전기자동차로 바뀌게 될 것이다. 세계 최대 자동차 기업인 독일 폭스바겐그룹은 10년 동안 전기차 2200만대 판매를 목표로 삼고 2028년까지 100종의 전기차를 출시할 계획이라고 한다. 앞으로 이런 흐름은 더욱 거세질 것이다. 석유소비가 줄어들 뿐만 아니라 화석연료를 쓰는 내연기관 자동차 회사는 설 자리가 없어진다는 얘기다. 전기자동차로 바뀌면 자동차 부품회사가 바뀌고, 전장화와 AI 기능강화로 반도체 시장까지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 모든 부품 및 제품 자체도 재생에너지 전력을 사용해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14일 핀란드 헬싱키에서 열린 EU 경제·재무장관 회의에서는 EU의 기후 및 환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에너지 최저 세율 인상, 화석연료 추가 부담금, 항공·해상교통 세금 면제 중단, 재생에너지 사용 촉진 등의 의견이 나왔다고 한다. 지금까지 EU의 흐름과 정책을 고려하면 조만간 탄소세 부과와 함께 현실화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되면 화석연료는 점점 더 배척되고, 화석연료를 사용해 만들거나 움직이는 제품들은 경쟁력은 곤두박질 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결국 우리나라 5대 수출품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 생산하는 모든 소재, 부품, 장비, 기계, 완제품까지 재생에너지 전력을 사용해 만들지 않으면 수출이 불가능한 상황으로 가고 있는 것이다.

에너지전환은 무역의 기준과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앞으로는 저탄소 제품, 재생에너지로 만든 제품만이 수출이 가능한 시대가 될 전망이다. 수출을 하지 못하면 우리 경제는 순식간에 무너질 것이다. 에너지전환은 수출주도형인 한국 경제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로 접어들고 있다.

■ 어떻게 해야 할까?
 
답은 너무나 분명하다. 그리고 우리가 가야할 길 또한 뚜렷하다고 본다. 에너지전환에 대한 소극적 적응을 넘어 적극적 선도국가가 돼야 한다. 그것이 우리가 사는 길이다.

첫째, 정부는 적어도 2050년까지 ‘탄소중립국’을 만드는 분명한 목표 아래 에너지기본계획을 비롯한 모든 국가계획을 재설계해야 한다. 관련 제도와 법의 제개정으로 에너지전환을 뒷받침해야 한다. 그리고 동원 가능한 모든 자원을 활용, 재생에너지 생태계 구축에 전력투구해야 한다.

둘째, 산업계는 기존의 화석연료 기반 산업시스템을 재생에너지 기반 산업시스템으로 바꿔야 한다. 수출하는 기업부터 생산하는 소재, 부품, 장비, 기계, 완제품을 재생에너지를 사용해 만들 수 있도록 바꿔야 한다. 한마디로 ‘RE100 기업화’를 전사적으로 추진하고, RE100 경쟁력을 극대화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일어나는 기술혁신과 새로운 부가가치는 우리나라가 세계시장을 선도하게 하는 ‘게임체인저’가 될 것이다.

셋째, 국민은 에너지전환의 주체가 돼야 한다. 급변하는 시대의 꽁무니만 쫓거나, 에너지전환의 본질과 영향을 도외시한 채 곁가지를 붙들고 불만과 비난에 몰두하는 어리석음에서 벗어나야 한다. 에너지전환은 이제 그 누구도 피할 수 없는 물결이다. 지구와 우리나라, 개인의 생존이 달린 문제다.

에너지전환의 주체가 돼 개인과 나라,  지구의 운명을 주도적으로 개척해야 한다. 앞으로 기능성 태양광 제품과 소형풍력이 상용화되면 W급에서 kW급까지 생산량은 다양하겠지만 국민 모두가 재생에너지 전력을 생산하게 될 것이다. 자기가 필요한 전력은 자기 스스로 생산하고 남는 것은 판매하는 에너지 프로슈머가 될 것이다.

시대의 변화 방향을 명확히 인지하고 정부와 산업계, 국민 개개인이 에너지전환의 주체가 돼 새로운 세상을 개척해나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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