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사업에서 희망찾는 정유사들
‘각양각색’ 4대 정유사, 석유화학 통한 글로벌 리더 꿈꿔

[에너지신문] ‘단순히 기름만 팔아서 돈 버는 시대가 끝났다.’ 정제 마진 하락으로 인해 최근 정유사들이 본업인 정유사업 뿐만 아니라 석유화학사업 진출에 열을 올리며 사업포트폴리오 다각화에 나서고 있다.

사실 정유사는 국제유가에 맞춰 원유를 수입해 판매하기 때문에 정유사업의 이익률이 2~3%에 불과하다. 반면, 석유화학 제품의 수요가 늘어나면서 에틸렌과 파라자일렌 등의 석유화합물의 가격이 올라, 높은 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

석유화학사업이 정유사들의 복덩이인지는 정유사 실적을 보면 알 수 있다. GS칼텍스는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 중 정유사업이 지난해보다 66.0% 줄어든 2072억원이었지만, 석유화학은 64.0% 늘어난 2080억원 이익을 거둬 부족한 부분을 만회했다.

SK이노베이션도 석유사업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68.2% 줄어드는 2730억원으로 부침을 겪었지만 석유화학사업이 지난해보다 3.4% 가량 감소했지만 5049억원의 이익을 거두며 선전했다. S-OIL 역시 석유화학으로 정유 부문의 손실을 메꿨다. 특히 석유화학은 지난해보다 59.3% 증가한 1555억원의 이익을 거둬들였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정유사들의 정유 사업 매출은 여전히 크고, 2040년까지 석유의 수요는 증가한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어 그 비중은 크게 줄 것 같지 않다. 다만 정유 사업의 영업이익은 2~3%에 불과해 정유사들은 경제적인 측면에서 다른 방향을 고민했다. 상대적으로  매출 비중은 적지만 마진이 높은 화학사업이야말로 좋은 돌파구가 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핵심인 원료는 충분히 보유하고 있는 정유사가 화학 설비만 갖춘다면 충분히 경쟁력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정유사가 수익이 떨어지는 정유 부문보다 영업이익이 계속해서 늘고 있는 석유화학 부문에 시선이 쏠리는 것은 당연한 일. 이 때문에 정유사들은 조 단위의 천문학적인 자금을 석유화학 설비 투자에 과감하게 투자하며 기업 미래의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 현대케미칼 혼합자일렌 생산공장 전경.
▲ 현대케미칼 혼합자일렌 생산공장 전경.

▲ 석유화학 글로벌 강자를 꿈꾸다 ‘S-OIL’

S-OIL은 지난 6월 최첨단 복합석유화학시설(RUC/ODC) 준공식을 열고, ‘석유에서 화학으로’ 혁신적 전환을 선언했다. 사우디아람코에서 개발한 기술을 적용한 이 복합시설은 저부가가치의 잔사유를 휘발유와 프로필렌으로 전환하고, 이를 다시 처리해 고부가가치 석유화학 제품인 폴리프로필렌(연산 40만 5000톤), 산화프로필렌(연산 30만톤)을 생산한다.

잔사유 고도화시설(RUC)은 원유 정제 과정에서 나오는 찌꺼기 기름인 잔사유를 재처리해 휘발유, 프로필렌을 뽑아낸다. 신규 고도화시설 완공되면 S-OIL의 고도화 비율은 기존 22.1%에서 33.8%로 증가한다. 이는 국내 최고 수준이다. 올레핀 하류시설(ODC)은 잔사유 분해시설에서 생산된 프로필렌을 투입해서 산화프로필렌, 폴리프로필렌 같은 고부가가치 석유화학 제품을 만든다.

S-OIL은 RUC/ODC 프로젝트를 통해 벙커-C, 아스팔트 등 원유보다 값싼 가격에 판매되는 중질유 제품 비중을 종전 12%에서 4%대로 대폭 낮춘 반면 고부가가치 석유화학 제품 비중을 늘리게 됐다. 

S-OIL 관계자는 “석유화학 비중이 지난해 8%에서 13%로 확대돼 핵심사업 분야에서 사업다각화를 실현했고, 올레핀 제품이 종전보다 4배 이상 증가해 37%를 차지하게 돼 파라자일렌(46%), 벤젠(17%)과 함께 석유화학 사업에서 균형 잡힌 포트폴리오를 갖추게 됐다”고 평가했다.

한편, S-OIL은 본격적인 석유화학 중심으로 변화하기 위해 ‘석유화학 2단계 프로젝트’를 사우디아람코와 진행한다. 

2024년까지 7조원을 투자해 나프타와 부생가스를 원료로 연간 150만톤 규모의 에틸렌 및 기타 석유화학 원재료를 생산하는 스팀크래커와 폴리에틸렌(PE), 폴리프로필렌(PP) 등 고부가가치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하는 올레핀 다운스트림 시설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S-OIL은 초대형 프로젝트들을 수행하며 정유·석유화학 분야에서 다양한 신기술과 공정을 성공적으로 도입한 경험을 활용해 사우디아람코의 신기술 상용화에 협력하기로 했다.

‘효율성’ 중심 석유화학시설 구축 ‘GS칼텍스’

GS칼텍스는 정유와 석유화학, 윤활유 등 기존사업 밸류체인 전반에 걸쳐 원가절감 및 수익 확보를 위한 설비투자를?지속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단순한 규모 확장보다 ‘효율성’이 초점을 맞춘 투자를 우선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GS칼텍스는 지속성장 가능한 신사업은 △높은 미래성장성 △낮은 손익변동성 △회사 보유 장점 활용 가능성 등을 기준으로 집중 육성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GS칼텍스는 기존에 축적된 기술 및 사업 역량을 바탕으로 ‘올레핀 사업’에 진출한다.

GS칼텍스는 2조 7000억원 이상을 투자해 전남 여수 제 2공장 인근 약 43만㎡ 부지에 올레핀 생산시설(이하 MFC시설; Mixed Feed Cracker)을 건설 중이다. 2021년 상업가동을 목표로, 연간 에틸렌 70만톤, 폴리에틸렌 50만톤을 생산할 수 있는 규모로 구축하고 있다.

GS칼텍스 MFC시설은 석유화학제품의 기초 유분인 에틸렌, 프로필렌 등을 생산하는 시설로, 주로 나프타를 원료로 투입하는 석유화학사의 NCC(Naphtha Cracking Center)시설과는 달리 나프타는 물론 정유 공정에서 생산되는 LPG, 부생가스 등 다양한 유분을 원료로 투입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대표적 생산제품인 에틸렌은 중합 과정을 거쳐 폴리에틸렌으로 전환되며, 가공이나 성형 등의 과정을 거쳐 일상 생활에 다양하게 쓰이는 비닐, 용기, 일회용품 등 플라스틱 제품으로 활용된다. 따라서 전세계 올레핀 제품 중 가장 큰 규모와 견고한 수요 성장이 예상된다.

MFC시설 투자는 성장성이 높고, 다양한 다운스트림 사업으로 확장할 수 있는 올레핀 사업으로의 진출을 통해 균형 잡힌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함으로써 정유와 방향족 사업 위주인 현재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 수익변동성을 줄여 나가는 등 미래 지속성장을 추구하기 위한 장기적 성장전략에 따른 것이다.

GS칼텍스 관계자는 “MFC시설과 기존 생산설비와의 연계 운영을 통해 시너지를 창출해 타 석유화학사 대비 경쟁 우위를 가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면서 “나아가 향후 다양한 고부가가치 다운스트림 제품으로의 진출을 통해 정유뿐만 아니라 석유화학 분야에서도 명실상부한 세계적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 후세인 알 카타니 에쓰-오일 대표이사 CEO(왼쪽 하단)는 사우디아람코와 신규 석유화학부문 투자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 후세인 알 카타니 에쓰-오일 대표이사 CEO(왼쪽 하단)는 사우디아람코와 신규 석유화학부문 투자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 석유화학 체질개선 나선 ‘현대오일뱅크’

경쟁사 대비 정유의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은 현대오일뱅크는 자회사인 현대케미칼과 현대코스모를 통해 아로마틱 석유화학 공장 증설에 총 2600억원을 투자해 체질 개선에 나섰다. 

아로마틱은 혼합자일렌을 원료로 파라자일렌과 톨루엔 등을 생산하는 석유화학산업의 주요 분야로, 이 제품은 합성섬유, 건축자재, 기계부품소재, 페트병 등을 만드는데 폭 넓게 쓰인다.

우선 현대케미칼은 1000억원 규모의 설비 보완 및 증설공사를 통해 아로마틱 원료인 혼합자일렌 생산능력은 연간 120만톤에서 140만톤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코스모도 최근 1600억원 규모의 공장 증설 계획을 확정하고 상세설계에 착수했다. 내년 6월 공사가 완료되면 대표 아로마틱 제품인 파라자일렌을 현재보다 18만톤 늘어난 연간 136만톤에 생산하게 된다. 글로벌 리서치 기관에 따르면 인도와 동남아 등의 경제성장에 힘입어 아로마틱 제품수요가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파라자일렌수요는 앞으로 10년 동안 매년 4% 정도 늘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증설로 인한 연간 영업이익 개선효과는 860억원”이라며 “2022년 올레핀 석유화학공장인 HPC까지 정상 가동되면 전체 영업이익에서 석유화학분야가 차지하는 비중은 현재 25%에서 50%로 수직 상승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편, 현대오일뱅크는 롯데케미칼과 함께 2조 7000억원 규모 초대형 석유화학 신사업을 공동으로 추진한다. 이로써 현대오일뱅크는 석유 제품과 방향족 석유화학 기초 제품에 이어 올레핀 계열 석유화학 제품까지 사업을 다변화했다.

원유찌꺼기인 중질유분을 주원료로 사용하는 HPC는 납사를 사용하는 NCC(납사트래킹센터, Naphtha Cracking Center)의 단점으로 꼽혔던 고비용 구조를 획기적으로 개선한 것이 특징이다. NCC는 납사를 투입해 각종 플라스틱 소재가 되는 폴리에틸렌(PE), 폴리프로필렌(PP) 등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한다. 지난 20년 동안 석유화학 사업은 매년 4% 이상 성장해 왔고 앞으로도 세계 경제성장률 수준의 높은 성장이 예상된다.

▲ 친환경 가치를 극대화한 석유화학 ‘SK이노베이션’

SK이노베이션은 정유사중 유일하게 1970년대부터 NCC를 보유하고 있다. 이미 연간 86만톤 규모의 에틸렌 등 올레핀 생산 시설을 가동중이다. 때문에 국내 NCC신규 증설은 당분간 없어 보인다. 대신 SK이노베이션은 ‘친환경’에 초점을 맞춰 폐플라스틱·폐비닐 열분해 유화(油化)기술 고도화로 석유화학원료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7월, 제주시 제주클린에너지 본사에서 MOU를 체결하고, 열분해 유화기술을 개선 및 최적화하기로 했다. 과정에서 만들어진 정제연료유 사용처를 다변화하고, 고부가화 방안 등을 공동 연구하기로 했다. 

이성준 SK이노베이션 기술혁신연구원장은 “공정 최적화, 정제연료유 고부가화 등 다양한 측면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며 “향후 관련 업체들과 기술 협업을 강화, 친환경 사회적 가치를 창출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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