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신문] 소재부품산업은 1국 경제의 근간을 이루는 기초산업으로 최종 완제품의 성능과 품질, 가격경쟁력을 결정하는 핵심 산업이다. 제조업의 뿌리와 허리가 되는 산업인 만큼 전 세계적으로 완제품 생산능력이 평준화되는 현 상황에서 그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 소재부품장비산업의 국산화 노력은 3차 5개년 경제개발계획이 추진되는 1972년 시작됐다. 이 시점부터 1990년대까지는 수입금지와 수입선다변화를 통한 국산화 노력이 이뤄졌다. 이를 통해 우리경제의 고도성장을 견인하는 성과를 거뒀다고 할 수 있다.

정부는 2001년 ‘부품소재발전기본계획(MCT-2010)’과 ‘부품소재전문기업 등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해 제도적·정책적 지원체제를 마련했다. 목표는 2010년까지 소재부품의 세계적 공급기지로 발전해 선진 기술강국 대열에 진입한다는 것이었다.

정부의 국산화 노력은 2018년 기준 우리나라 소재부품장비산업의 대세계 무역흑자가 1300억달러를 상회하는데서 엿볼 수 있으며, 세계 소재부품장비 10대 강국에 진입했다는 점이 그 성과를 대변하고 있다. 특히 우리 경제의 성장패턴이 조립가공 완제품 중심에서 소재부품장비 등 중간재 중심으로 전환했다는 점에서 높게 평가돼야 할 것이다.

다만 이러한 경쟁력의 원천이 중기술 개발 및 범용 소재부품장비에 국한돼 있어 핵심 소재부품장비 경쟁력은 여전히 선진기술강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뒤처져 있다는 평가다.

최근 일본의 소재부품장비 관련 수출규제조치는 우리나라 소재부품장비산업이 직면한 과제의 심각성과 시급성을 일깨워준다. 다행히 최근 정부는 소재부품장비의 경쟁력 강화대책을 신속히 내놓고 있다.

대책의 핵심은 일본의존 일변도에서 탈피하고 기술강국으로 성장해 지속가능한 국익 창출에 초점을 두고 있다. 100대 품목에 대한 집중 지원체제를 구축해 수급의 안정성을 기하는 동시에 단기 및 중장기적 경쟁력 향상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점에서 정부의 확고함과 결연함이 명확히 제시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경쟁력 강화대책의 액션플랜이 어떻게 설정되고 실행되는가이다. 작금의 산업발전의 패러다임은 과거와 많이 달라졌다. 정부가 주도적으로 산업구조의 혁신 주체로서, 기술개발의 운전자로서의 역할과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첫째, 정부는 액션플랜을 수립할 때 우선적으로 산업계와 기업의 현장의 목소리를 수렴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구조적 특성상, 현장의 목소리를 수렴하고 반영할 수 있는 제도적 시스템의 열악한 점을 보완해야 한다.

둘째, 정부는 기술집약품목을 중심으로 대·중소기업간의 협력프레임을 구축해 합작생산을 전개할 수 있도록 생태계를 구축하는데 역점을 둬야 할 것이다. 협력분야는 중기술품목을 중심으로 추진하며, 점진적으로 핵심기술개발과 생산 및 공정의 혁신, 그리고 품질개선 등에 이르기까지 확대해 나간다. 합작생산부터 기술과 투자를 확대하면서, 중장기적으로 합작법인을 설립하는 단계별·유형별 협력프레임이 필요하다.

셋째, 정부는 소재부품장비의 국산화 추진과 함께 관련 핵심기술 및 관련 전문기업의 글로벌 네트워크 편입과 이를 통한 글로벌 가치사슬 구축에도 제도적·정책적 지원을 적극 전개해야 한다. 국산화를 달성하더라도 안정적인 해외 수요공급처를 찾지 못하거나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지 못할 경우, 해당 기업은 자본 잠식은 물론 제품의 원가 상승 등으로 경쟁력을 상실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소재부품장비산업의 국산화 실현과 이를 통한 우리경제의 새로운 성장 패러다임 확립을 위한 정부와 기업의 ‘유연한 사고의 전환’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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