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신문] 김신종 고려대학교 에너지환경대학원 교수는 행정고시 22회 합격 이후 산업자원부 및 환경부 등에서 오랜 기간 공직에 몸담았던 에너지 분야의 전문가다. 본지는 에너지의 기원에서부터 미래 에너지 전망에 이르기까지 김신종 교수의 해박한 지식과 날카로운 통찰력이 담겨 있는 ‘김신종의 에너지 이야기’를 연재한다./편집자주

▲ 김신종 고려대 에너지환경대학원 교수
▲ 김신종 고려대 에너지환경대학원 교수

우리나라의 신재생에너지 정책은 △1987년 전후 ‘R&D위주의 대체에너지개발’ △1997년 이후 ‘신재생에너지의 보급확대’ △2008년 이후 ‘신성장동력으로 신재생에너지 육성’ △2017년 5월 이후 ‘에너지전환정책의 일환으로 신재생에너지의 비중확대’로 시대별 구분을 할 수 있다.

1970년대에 두 차례 석유파동을 겪은 후 우리나라는 해외에서 솔라, 풍력, 바이오 등 ‘석유대체 에너지’를 연구하고 귀국한 연구자들을 중심으로 에너지기술연구소, KIST 등 정부 출연 연구소와 대학들에서 연구 개발이 진행됐다.

1987년 12월 전두환 정부는 ‘대체에너지 개발촉진법’을 제정했는데, 대체에너지 개발은 이때부터 비로소 정부의 정책 항목(agenda)에 포함, 재정지원을 받게 됐다. 1988년 6월 노태우 정부는 ‘제1차 대체에너지 기술개발 기본계획(1988~2006)’을 수립했다.

그때까지의 실용화를 위한 기초연구를 마무리하고, 대체에너지의 보급을 중심으로 1차 에너지 중 점유율 목표를 1987년 0.18%에서 2006년 2.0%로 책정하는 한편 단계별 기술국산화를 추진키로 했다.

1997년 1월 김영삼 정부는 ‘제1차 신재생에너지 기술개발 및 이용·보급 기본계획’을 수립, 그간 ‘대체에너지’로 표현하던 1차 에너지군(群)을 ‘신재생에너지’로 고쳐 부르기로 했으며 이를 다소 느슨해진 보급 확대 의지를 다잡는 계기로 삼았다.

이때 신재생에너지의 보급 목표는 종전과 같이 2006년 2.0%로 했다. 그간 점유율이 좀처럼 늘어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2003년 12월 노무현 정부는 ‘제2차 신재생에너지 기술개발 및 이용·보급 기본계획(2003~2012)’을 수립했다.

1차 에너지 대비 신재생에너지의 보급목표를 2006년 3%에서 2011년 5%로 대폭 상향조정하고 특히 신재생에너지 중 산업부문에 파급효과가 큰 4대 핵심지원 분야를 선정, ‘선택과 집중’전략을 시도했다. 4대 핵심지원 분야는 수소연료전지, 태양광, 풍력, 석탄 IGCC이며 분야별로 독립된 사업단을 구성하고 단장 책임 하에 목표 설정, 연구진 구성, 예산 집행을 할 수 있는 재량권을 부여했다.

2004년 1월에는 종전의 ‘대체에너지 개발 및 이용·보급 촉진법’을 전문 개정.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 촉진법’으로 법 명칭을 바꾸고, 지원제도를 정비했다. 지원제도에는 표준화 지원, 신재생에너지 공공의무화, 전문기업제도, 특성화대학 및 연구센터 지정, 인력양성 강화 등이 포함됐다.

2008년 이명박 정부는 ‘제3차 국가에너지 기본계획’에 1차 에너지 중 신재생에너지의 비중(보급목표)을 2030년까지 11%로 상향 조정했고 이어 2009년 ‘제3차 신재생에너지 기술개발 및 이용·보급 기본계획(2009~2030)’을 수립, 시행했는데 제3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2008)에서 결정된 신재생에너지 보급목표 11% 달성을 위한 추진전략을 담았다.

1차 에너지 대비 신재생에너지 보급목표는 중간목표까지 포함, 4.3%(2015)→6.1%(2020)→11.0%(2030)로 책정했으며, 계획기간 연도별 투자계획은 2008년도에 2조원, 2030년에 6.5조원, 누계 111.4조원(정부투자비 32조원)이 책정됐다.

2017년 6월 19일 문재인 정부는 ‘고리원전 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서 탈원전 정책을 선언하고, 곧이어 발전원별 비중을 조정하는 계획을 발표했는데 2030년까지 원전은 30%에서 18%로, 석탄은 39%에서 25%로 각각 줄이고, 그 대신 LNG와 신재생에너지 발전을 합쳐서 22%에서 57%로 대폭 늘린다는 내용이다. 이러한 기본방향은 2017년 12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과 ‘제8차 전력수급 기본계획’에 반영됐다.

문재인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정책은 과거 어느 정부와도 구별되는 획기적인 정책전환이다. 재생에너지를 신에너지보다 강조하고 ‘원전 축소의 대안’으로 제시한 것이다. 그런데 정부 예산이 여기에 쏠리는 경향과 함께 현실과 접합하는 하부 현장에서 도덕적 해이(moral hazard)가 발생,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1970년대의 두 차례 세계 석유파동, 21세기 초의 초(超)고유가, 화석에너지 과다 사용으로 극지방의 빙하까지 녹아내린 기후변화 현상에 대처하기 위해 신재생에너지는 화석에너지 이후의‘대안에너지’ 중 하나로 부상했다.

하지만 각국의 필사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신재생에너지는 현재 세계 총에너지의 10%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고, 발전효율은 20%도 채 안 되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 추세와 상황을 감안할 때 우리나라 전력시장에서 대체전력 없이 정책의지만으로 신재생에너지의 점유율을 무리하게 상향 조정하려는 시도는 아무래도 현실성이 부족하다고 하겠다.

기후 및 입지 조건은 차치하고서라도, 신재생에너지의 확대가 가능하려면 발전장치, 에너지저장, 제어시스템과 보급사업도 골고루 발달해 모두 조화를 이뤄야 하는데, 그간 보급 목표치에만 집중하다 보니 비록 시설용량이 늘어났어도 실제 발전량은 늘어나지 않았던 것이다. 대체전력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러면 다른 나라들을 보자. 미국은 셰일가스가 있고, 독일은 석탄이 있으며, 스위스와 노르웨이는 수력이 있는가 하면, 유럽이나 북미 국가들은 주변 국가들과 전력망이 연결되어 있다. 그런데 ‘에너지 섬’인 우리나라에겐 의지할 만한 무엇이 있나?

현재 진행 중인 에너지 전환정책에 대해서 아직까지 국내에서 이렇다 할 전문가 집단의 공식 검토나 공론화 절차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들었다. 국가 백년대계를 위한 에너지정책의 패러다임이 전환되고 정착되려면 주체, 내용, 절차, 형식에 있어서 아무런 하자가 없어야 한다. 그래야만 뒷날 유감도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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