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마당] 기업의 불법행위와 소비자 구제
[월요마당] 기업의 불법행위와 소비자 구제
  • 나경수 전자정보인협회 회장
  • 승인 2019.07.26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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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신문] 기업의 개인정보 유출 및 결함 있는 제품 판매 시, 담합과 대형사고 또는 지식재산권침해로 손해를 입은 개인이 소송을 통해 손해배상을 받으려면 인력, 경비 및 시간 등의 힘든 고비를 거쳐야 한다.

자본주의가 성숙기에 접어들수록 기업의 불법행위로 인한 일반 대중의 피해는 갈수록 커가고 있다. 여기에는 손해입증의 어려움이 있고, 입증이 돼 승소하더라도 배상액은 턱없이 적다. 사실상 소비자나 개인에게 피해를 감수하도록 강요당하고 있는 편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것이 오늘날 현실의 민낯이다.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법원이 손해배상액을 대폭 인상해야 하며, 피해입증 책임을 합리적 수준으로 완화할 필요가 있다. 현재 법원이 피해입증 책임을 엄격하게 요구하고 있는데, 비전문인인 개인의 권리구제를 어렵게 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피해자 개인에게 2차 피해의 발생을 입증하라는 것은 과도하게 입증책임을 요구, 부과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제조물 책임소송(PL)에서 결함을 확실하게 입증하라고 요구하는 것도 과도한 것이다. 이는 곧 피해자의 권리구제를 어렵게 하고 있다. 엄밀히 말해서 이는 PL법 원래의 취지에도 어긋난다.

미국 법원의 경우에는 피해자가 자동차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면 입증책임을 완화해서 사실상 자동차에 결함이 없다는 사실을 자동차 제조회사가 입증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미국 등 외국에서 결함으로 인정된 선례가 있고, 기술적으로도 문제점이 있음이 소명된다면 원고가 입증책임을 다했다고 보는 ‘입증책임의 완화’를 인정해야 할 것이다. 다행히 최근 PL법 개정이 이와 같이 이뤄졌다.

징벌적 배상제도 역시 과감하게 강화할 필요가 있다. 최근 공정거래법 위반, 주가 조작, 인격권 침해, 소비자 피해의 심각성, 개인정보 피해, 차별로 인한 피해 등을 효과적으로 구제할 수 있는 수단으로서 징벌적 손해배상의 수위의 강도를 현행보다 높일 필요성이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

국내 주요 카드사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사태로 인한 불안감이나 울분이 사그라지기도 전에 KT에서 1200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KT는 2004년과 2012년에도 개인정보를 해킹당한 전력이 있다. 강력한 제재 없이 기업 스스로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자발적인 노력을 할 것을 기대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이와 함께 아미쿠스 브리프(Amicus Brief: 법정의견서) 제도 도입을 우리나라에서도 적극 추진해야 한다. 이 제도는 사회적·경제적 사건에 관해 이해관계를 갖는 개인·기관·단체 등이 법원에 허가를 얻거나 법원의 요청에 따라 의견서를 제출하도록 하는 것이다.

개인이나 중소기업 등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이 제도의 활용은 관련사건에 관한 관심과 이해관계를 가진 시민단체 등의 참여를 유도함으로써 소송당사자로서 열세에 있는 개인이나 중소기업을 지원할 수 있다.

이 제도의 도입은 각계각층의 폭넓은 의견을 수렴할 수 있게 함으로써 과격한 시위문화가 사라지고 성숙한 자본주의가 착오 없이 뿌리내리도록 하는데 도움이 돼왔다. 기업의 범죄행위에 대해 형사처벌 대신에 거액의 벌금과 준법감시시스템 정비를 요구할 수 있는 미국식 불기소협약(NPA)과 기소연기협약(DPA) 역시 우리도 검토해 볼만하다.

기업의 행위로 인해 개인이 입은 손해에 대한 합당한 보상과 함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새로운 제도의 도입과 그동안의 고질적인 비합리적 관행의 타파가 시급하다.

개인이 소송으로 배상을 받기에는 힘든 고비가 많고 넘어야 할 산도 많은 것이 현실이다. 법원은 배상액수를 현실에 맞게 높이고 또한 소비자의 입증책임도 대폭 완화해야 한다. 징벌적 배상제도를 양성화해 하루가 달리 급속히 변해가고 있는 시대에 맞게 손질해야 한다.

장시간을 요하고 비용과 노력이 소모되는 구태의연한 법원판결보다는 당사자간 상식의 토대에 의한, 합의에 의한 조정제도가 조속히 뿌리내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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