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계, 토론회서 탈원전 정책 강력 성토
자유한국당 의원 대거 참석…공동대응 예고

[에너지신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의 문제점을 성토하고, 이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원자력계 전문가들은 법적 대응까지 언급하며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23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문재인 정권 망국적 에너지정책, 이대로 좋은가?’ 토론회에 참석한 원자력계 관계자 및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한목소리를 냈다.

토론회 좌장을 맡은 이덕환 서강대 교수는 “탈원전은 단순한 이념적 정책이 아니라 이승만, 박정희 정권의 잔재라는 개념이 담겨 있는 것 같다”며 “탈원전은 우리의 현실이자 미래의 문제, 발등에 떨어진 불”이라고 표현했다.

▲ 탈원전 정책을 성토하는 토론회가 진행되고 있다.
▲ 탈원전 정책을 성토하는 토론회가 진행되고 있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의 제 문제’ 발제를 통해 탈원전 정책의 여러 문제점을 지적했다.

정 교수는 3차 에기본의 근원적, 행정적, 기술적, 경제적, 법적, 환경적 문제를 조목조목 짚어나갔다. 먼저 근원적 문제로 “3차 에기본은 너무 상세한 기본계획이다. 하위계획인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다뤄야할 몫까지 결정해버린 것”이라며 “정책의 방향성도 없고 이해당사자가 아닌 NGO의 목소리가 너무 큰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국가 기본계획임에도 불구하고 세차례의 계획이 제각각이라고 강조했다. 일례로 원전 비중은 1차 에기본에서 41%, 2차에서는 29%, 3차에서는 아예 언급도 안 됐다는 것. 결국 에너지 기술이 아닌 정치적 영향으로 에너지계획의 본질이 훼손되고 있다는 게 정 교수의 주장이다.

특히 그는 기술적으로 현재처럼 탈원전과 탈석탄, 신재생에너지 보급과 수요관리를 동시에 진행할 경우 에너지 안정성이 심각하게 저해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난 10년간 수요관리 목표의 달성 여부는 검증되지 않았으며, 태양광 중심의 에너지구성은 통합적인 스마트에너지시스템 구축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 토론회에 참석한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 토론회에 참석한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경제적으로는 에너지전환에 따른 막대한 비용이 결국 최종 소비자인 국민의 비용 증가를 수반하며, 신재생에너지에 들어가는 보조금 역시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특히 신고리 5,6호기 건설재개에 국한됐던 공론화를 원전 자체를 축소하는 방향으로 이용한 것은 위법이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

정범진 교수는 “3차 에기본은 국가 에너지정책이 아니라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 계획으로 전락했다”며 “기술적, 경제적 타당성 없이 답을 정해놓은 짜맞추기 식으로 추진되는 3차 에기본은 문제가 많다”고 덧붙였다.

김기수 원자력정책연대 사무총장도 3차 에기본의 법리적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는 “에너지수요 측면에서 산업부문의 수요절감이나 구조개편 없이 행정적 규제, 특히 배출권감시, 자동차연비, 빌딩신축허가권의 방안만으로 에너지수요를 감당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재생에너지는 간헐성으로 인해 안정적 공급이 어렵고, 이를 보완할 기저발전원을 추가로 확보해야 하는 비효율과 급전설비 가동에 따른 탄소발생량 및 온실가스대량방출 문제를 도출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정부가 에너지산업에 대한 시장경제 요소를 억제하고, 인위적으로 탈원전 로드맵을 강요함으로 인해 공정한 시장거래질서가 교란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는 게 김기수 사무총장의 주장이다.

▲ 한 원전 중소기업 대표가 토론회에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 한 원전 중소기업 대표가 토론회에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그는 “3차 에기본에서는 최근 국제정세의 변화에 따른 해외 에너지원의 확보와 안정적 에너지공급의 대안이 전무하다”며 “이는 단순히 계획재량의 범위를 넘어서는 심각한 재량위반, 재량일탈로 위법인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지속가능한 에너지가 무엇인지의 여부는 민주적인 방법으로 결정돼야 하나 현재 우리나라는 에너지정책의 결정권이 대통령 1인에게 집중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진 전문가 토론에서는 온기운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 강창호 원자력정책연대 법리분과 위원장이 각자의 견해를 밝혔다.

온기운 교수는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법적 절차나 공론화 없이 진행되고 있는 ‘초법적 탈원전 결정’이라고 밝혔다. 법률 개정과 기업, 국민에 대한 손실 보상 대책 없이 결정됐으며 녹색성장기본법에 근거한 최상위 에너지계획인 2차 에기본을 무시했다는 것이다.

정부가 탈원전 정책의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에너지기본계획을 변경한 뒤 추진해야 한다는 게 온 교수의 주장이다.

경제성에 대해서도 설명을 이어갔다. 온 교수에 따르면 탈원전에 따른 경제적 손실은 엄청나다. 월성 1호기 조기폐쇄에 따른 전력판매 손실은 1조 2000억원, 신규원전 6기 백지화 매몰비용은 9955억원에 달하며 천지 1,2호기 매몰비용은 약 3430억원, 신한울 3,4호기는 최대 1조원에 이르는 매몰비용이 예상된다.

강창호 원자력정책연대 위원장은 다양한 법적 대응을 통해 탈원전 정책을 철회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 위원장은 먼저 ‘3차 에기본에 취소소송’ 카드를 꺼냈다. 3차 에기본이 국민의 에너지기본권을 제한한다고 밝힌 그는 소비자연맹, 보수단체 총연합, 지자체 등으로 구성된 국민 소송인단구성을 제안했다.

또 ‘월성 1호기 국고손실죄’에 대한 법적 대응도 언급했다. 월성 1호기 계속운전을 전제로 한 설비개선 비용 7000억원이 투입된 상황에서 지난해 한수원 이사회의 결정으로 폐로절차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한수원 또는 정부 둘 중 하나가 7000억원의 국고를 손실한 행위 주체로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원전 뿐만 아니라 대진침대 사건 등 원자력 전반에 대한 악평손해에 대한 광범위한 배상청구 소송도 제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해외 법률적 판례와 국내 사례를 참고해 근거 없는 악의적 평가에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실제적인 원전 안전과 소통을 위한 법제도 개선에 도 앞장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 토론회에 참석한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토론회에 참석한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강 위원장은 “소통 없이 ‘우는 아이 사탕주는’ 식의 발전소주변지역지원법을 현행 분배식에서 인프라 구축형식으로 개편해야 한다”며 “프랑스 원자력법제도를 모델로 한 원자력 정보공개 및 원전 투명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특히 내년 총선에 대비해 자유한국당 중앙당 상설위원회에 ‘탈원전대책위원회(가칭)’를 신설하는 등 야당 차원에서의 정치적 대응도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강 위원장은 “문재인 정부는 원자력산업과 과학을 ‘좋고 나쁨의 대상’으로 구분하고 산업과 학문에 이념의 프레임을 씌웠다” 시간이 지나면 진실과 거짓이 판명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탈원전이라는 제왕적 행정을 바로잡을 유일한 대책은 자유한국당의 제1당 복귀”라며 “이는 내년 4월 총선 승리를 위해 탈원전 반대에 실제적인 행동이 필요한 이유”라고 주장했다.

한편 토론회에는 나경원 원내대표를 비롯한 자유한국당 소속 의원들이 대거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강창호 위원장의 발언과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참석은 향후 원자력계와 자유한국당의 연계가 더욱 공고해 질 것이라는 추측을 낳고 있다. 그러나 원전 산업이 결국 정치와 결탁하게 된다는 점에서 부정적인 여론도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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