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요금체계 개편 두고 한전ㆍ산업부 '온도차'
전기요금체계 개편 두고 한전ㆍ산업부 '온도차'
  • 권준범 기자
  • 승인 2019.07.02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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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급해진 한전 "11월 개편안 마련...내년 상반기 약관개정 인가"
산업부 "절차에 따라 조치...구체적 논의는 없었다" 신중한 반응

[에너지신문] 실적 악화에 시달리는 한전이 자체적으로 전기요금체계 개편안을 마련할 계획임을 밝힌 가운데 산업부는 이와 관련해 아직까지 구체적인 협의가 없었다고 언급해 추후 개편 방향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한전은 주주들의 반발이 거세지면서 다급한 기색을 보이고 있으나 산업부는 민감한 사안인 만큼 신중한 입장이다.

한전은 지난달 28일 임시 이사회를 열고 한차례 보류했던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안을 의결했다. 대신 이사회는 이로 인해 한전이 떠안게 될 손실을 보전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데 뜻을 모으고 △필수사용량 보장공제의 폐지 또는 완화 △누진제 폐지 또는 개편 △원가 이하의 현행 전기요금체계 현실화 등의 대정부 요구 사항을 추가 의결했다.

이어 곧바로 한전은 지난 1일 자율공시를 통해 “재무여건에 부담이 되지 않는 지속가능한 요금체계 마련을 위해 필수사용량 보장공제 제도의 합리적 개선, 주택용 계절별‧시간별 요금제 도입 등이 포함된 전기요금 체계 개편 방안을 내년 상반기까지 마련할 것이며, 이와 관련해 정부에 협조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 한전 나주 본사 전경.
▲ 한전 나주 본사 전경.

한전 이사회는 누진제 1단계 이하 가구에 월 4000원을 할인해주는 필수사용공제가 저소득층에 별다른 혜택이 주어지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소득과 전기사용량은 관련이 없다는 것이다. 필수사용공제를 폐지할 경우 한전은 약 4000억원에 이르는 손실을 메울 수 있을 전망이다.

또한 현행 누진제 대신 국민들이 스스로 전기사용 패턴을 고려, 다양한 요금제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선택적 전기요금제’를 도입해야 한다는데 의견을 모았다. 이는 ‘쓴 만큼 내는’ 기본적인 시장원리를 통해 한전의 적자를 극복하자는 취지로 풀이된다.

국가적 에너지소비 효율을 제고하고 전기요금 이용자 원칙을 분명히 해 원가 이하의 전기요금 체계를 현실에 맞게 개편해야 한다는 게 한전 이사회의 주장이다. ‘콩보다 두부가 싸다’라고 한 김종갑 사장의 견해와도 일치하는 부분이다.

아울러 전기요금과 에너지복지를 분리, 저소득층을 위한 혜택을 전기요금으로 감면해주는 현행 체제를 대신해 요금체계 밖에서 별도의 대책을 마련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정부와 협의한다는 계획이다.

한전은 이같은 개편 내용이 포함된 자체 전기요금 개편(안)을 오는 11월 30일까지 마련, 정부에 약관개정 인가를 신청할 방침이다. 이후 내년 6월 30일까지는 인가를 득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개편안 마련과 약관개정 인가 목표일 사이에 약 7개월간의 공백이 있는데, 이는 내년 4월 총선에 미칠 영향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이를 근거로 일각에서는 한전 이사회와 산업부 간 물밑접촉이 있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이사회가 배임 압박 속에서 이번 누진제 개편안을 의결한 것을 두고 이미 산업부와 어느정도 구체적인 손실 보전방안을 협의한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산업부는 한전이 올 하반기 전기사용량과 소득간의 관계 등에 관한 정밀실태조사를 실시하고 취약계층에 대한 보완조치 등을 함께 강구해 전기요금 체계개편 방안을 내년 상반기 중 마련, 인가를 신청하면 관련 법령 및 절차에 따라 조치한다는 게 산업부의 설명이다.

그러나 필수사용공제 폐지, 누진제 개편, 전기요금과 에너지복지 분리 등 한전 사외이사가 별도로 제안, 의결한 전기요금체계 개편방안은 정부와 협의된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한전의 이번 전기요금 개편 추진은 늘어가고 있는 손실 폭을 줄이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다만 산업용 경부하요금에 대한 언급은 여전히 없어 불만이 극에 달한 주주들을 달래려는 임시 방책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권준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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