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안위ㆍKINS, 24일 특별조사 중간결과 발표
'무자격자 조작 미숙'에 경영상 문제도 확인
탈원전 움직임에 '찬물'...한수원 타격 불가피

[에너지신문] 지난달 발생한 한빛 1호기 보조급수펌프 작동 사건은 근무자의 잘못된 계산, 무자격자의 조작 미숙, 잘못된 관행이 동시다발로 발생한 '총체적 인재'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원자력안전위원회와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은 24일 영광방사능방재센터에서 지난달 20일부터 실시한 한빛1호기 사건 특별조사의 중간결과를 발표했다.

원안위와 KINS는 앞서 지난달 10일 오전 한국수력원자력으로부터 한빛 1호기 보조급수펌프 작동 사건을 보고받은 이후 초기 조사에서 한수원이 수동정지했어야 함에도 이를 위반한 정황을 확인하고 당일 수동정지토록 지시한 바 있다.

이후 이어진 KINS의 사건조사 과정에서 무자격자가 원자로를 운전한 정황이 확인됨에 따라 5월 20일부터 특별사법경찰을 포함하는 특별조사로 확대 실시해 왔다.

한빛 1호기 주제어실에서는 5월 9일 임계 도달 이후 제어봉제어능 시험이 수행됐는데, 14년간 수행해왔던 방법인 동적 제어봉 제어능 측정법이 실패함에 따라 다른 방법인 붕소희석법 및 제어봉 교환법으로 시험을 진행했다.

5월 10일 시험 중 2개 그룹으로 구성된 기준제어군(B)에서 그룹간 2단 위치편차가 발생함에 따라 정비부서 직원이 합류, 이를 조정했다.

이후 시험을 재수행하기 위해 제어봉을 인출하는 과정(0→66단)에서 1개 제어봉(M6)이 12단 편차를 가지고 인출됨에 따라 당시 근무자들은 이를 해결하고자 100단까지 한 번에 인출하기로 하고 이를 실행했다.

이에 따라 열출력이 18%까지 급상승하고 증기발생기 수위가 높아졌으며, 이로 인해 주급수펌프 정지신호가 발생, 보조급수펌프가 자동기동했다.

주제어실에 다양한 경보음이 울리며 운전원들은 즉시 제어봉을 삽입, 안정상태를 유지했으나 열출력이 제한치(5%)를 넘어 18%까지 급증했다. 이에 따라 운영기술지침서에 따른 즉시 원자로 수동정지 조치를 이행했어야 함에도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

특별조사단은 사건 당시 제어봉의 과도한 인출 경위, 열출력 급증에 따른 핵연료 건전성, 제어봉 구동설비의 안전성, 원안법 위반 등 미비사항에 대해 집중 조사했다.

▲ 한빛원자력본부 전경.
▲ 한빛원자력본부 전경.

제어봉의 과도한 인출 경위

당시 근무자들은 제어봉의 12단 위치편차 해소를 위해 66단에서 100단까지 제어봉을 과도하게 인출하기로 결정했는데, 이는 원자로차장의 잘못된 반응도 계산에 기초, 판단한 것으로 확인됐다.

원자로차장은 반응도를 –697pcm으로 계산했으나, 사건 조사시 계산한 값은 +390.3pcm이었던 것.

반응도는 원자로 임계에서 벗어난 정도로, -값은 미임계상태로 시간이 지남에 따라 중성자 수가 줄어 출력이 감소하며, +값은 초임계상태로 시간이 지남에 따라 중성자 수가 늘어 출력이 증가하게 된다.

핵연료 건전성 확인 결과

원자로냉각재 내 핵연료 손상시 발생하는 제논(Xe), 크립톤(Kr), 요오드(I) 등의 방사능 준위변화를 확인한 결과 핵연료 손상의 징후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는 게 원안위의 설명이다.

또 사업자 코드와 KINS 코드(美 NRC 코드와 동일)를 활용, 시뮬레이션을 통해 평가한 결과 주요평가 항목인 핵연료중심선온도와 피복재변형률 모두 충분한 여유도를 확보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아울러 원자로냉각재 비등(沸騰, Boiling)으로 연료봉 표면에 기포가 과도하게 생성돼 열제거능력이 크게 감소하는 기준값으로부터의 여유도를 평가한 값은 7.37로 허용기준값(1.23 이상)보다 여유도가 충분한 것으로 평가됐다.

제어봉 구동설비의 건전성 확인 결과

원안위에 따르면 5월 10일 실시한 제어봉 제어능 시험 초기에 발생한 제어군 B 내 두 그룹간 2단 위치편차는 제어봉 조작자의 조작 미숙에 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제어군 B는 2개 그룹으로 구성돼 있으며, 제어군 B를 1단 인출하기 위해서는 제어군 B를 2회 연속 조작해야 하나 당시 작업자는 1회만 조작한 것으로 밝혀졌다.

2단 편차를 조정한 후 제어군 B를 100단까지 인출하는 과정에서 1개 제어봉이 12단 편차로 인출되기 전 발생한 제어봉(M6) 고착은 래치잼(걸쇠 오작동) 또는 크러드(불순물)에 의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원안위는 제어봉 구동장치가 건전한지 추가적으로 확인하기 위해 향후 원자로헤드를 열고 제어봉 구동장치에 대한 육안점검도 추진할 계획이다.

원안법 위반 등 미비사항

원안위는 특별사법경찰이 관계자 진술 등을 통해 제어봉 제어능 측정시험 중에 무자격자가 원자로조종감독면허자의 지시‧감독 없이 원자로를 일부 운전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운영기술지침서에 따르면 제어봉 제어능 측정시험 중에 원자로 열출력이 5%를 초과하게 되면 즉시 수동정지를 해야 하나 당시 근무자들은 원자로 열출력이 5%를 초과한 상황에도 원자로를 즉시 정지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한수원측은 운영기술지침서 상의 열출력이 노외핵계측기 열출력이 아니라 2차측 열출력이라 주장해 왔으나, 2차측 열출력값도 5%를 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원안위 특별사법경찰은 원안법 위반 혐의자들을 대상으로 수사를 진행했으며 현재 광주지방검찰청이 수사를 지휘하고 있다.

아울러 약 13시간 동안 제어봉 시험을 진행하며 3개 근무조가 참여했으나 근무자 교대시마다 수행해야 하는 중요작업전회의는 최초 투입된 근무조만 실시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제어봉의 위치편차를 조정하기 위해서는 작업오더 발행 및 작업계획서를 신규작성하고 작업전회의를 열어야 하나 이 역시 준수하지 않는 등 한수원의 자체 절차서도 위반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밖에도 원전 기동공정(임계허용 이후 초기단계 운전)이 24시간 연속으로 수행됐는데, 교대근무가 가능한 운전원이 아닌 노심파트 직원이 25시간 연속 근무한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이번 사건은 제어봉 제어능 측정법을 14년 만에 변경, 수행함에도 반응도를 계산한 원자로차장은 기동경험이 처음이었으며, 이를 보완하는 교육훈련도 받지 않은 것을 확인했다.

원안위 관계자는 "계획된 공정기간 준수가 우선시 되는 관행, 정비 기간이 연장될 경우 발전소 평가에서 감점을 부여하는 등의 경영상의 문제도 확인됐다"며 "향후 제어봉 구동설비 건전성, 안전문화 점검 등에 대한 추가 조사와 함께 재발방지대책을 포함한 종합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원안위의 이번 발표에 따라 최근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는 탈원전 반대 움직임에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특히 정부의 에너지전환 기조에 발맞추며 '원전 마피아' 이미지를 벗어가고 있던 한수원은 또다시 신뢰도에 큰 타격을 입게 됐다.

▲ 원안위가 공개한 이번 사건의 개요 및 과정.
▲ 원안위가 공개한 이번 사건의 개요 및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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