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임춘택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원장
[인터뷰] 임춘택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원장
  • 권준범 기자
  • 승인 2019.06.12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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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산업, 보수‧진보 균형 맞춰야”

원자력, 발전분야 대신해 방사선 산업 육성 필요
수소 성패는 정부지원 아닌 민간 비즈니스에 좌우

[에너지신문] “과거 우리나라의 에너지산업은 굉장히 보수적이었다. 그러나 산업 육성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은, 보수와 진보의 양 가치가 모두 필요하다.”

지난해 6월 취임, 이제 1년의 임기를 갓 넘긴 임춘택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원장은 자신의 견해를 이같이 강조했다.

카이스트 전자공학 석‧박사 졸업 후 국방과학연구소 선임연구원, 청와대 안보실 행정관, 카이스트 부교수, 광주과학기술원(GIST) 교수 등을 역임한 그는 에너지분야 전문가이자 다양한 국정경험을 거친 정책 전문가로 친환경에너지 확대 추진의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12일 에너지 전문기자단 간담회에서 만난 임 원장은 원전과 재생에너지, 수소 및 전기차 산업 등 전통에너지에서부터 신산업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생각을 가감 없이 털어놨다.

먼저 임춘택 원장은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긍정적‧부정적인 부분이 모두 이번 정부에서 갑자기 생긴 것은 아니다”라며 “지난 정부에서 세운 정책에서도 투자 요인은 많았다. 여기에 현 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으로 더욱 탄력을 받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재생에너지 3020 정책에 따라 태양광 등의 보급이 크게 늘었으나, 이미 2016년 REC제도 정비에 따라 2017년부터 태양광이 확대되기 시작했으며, 태양광의 간헐성을 보완하는 ESS의 보급도 동시에 증가했다.

이어 임 원장은 에너지 분야에서 ‘청렴구조’를 만들어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 때 비리의 온상으로 지목됐던 원전 분야가 현 정부 집권 이후 부패구조가 정리되고 있는 반면 오히려 재생에너지 분야는 갑작스러운 보급 증가에 따라 새롭게 부패구조가 형성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그는 에너지를 비롯한 산업 육성을 위해서는 보수와 진보의 가치가 공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국방, 우주항공, 에너지 등 규모가 큰 산업들은 전통적으로 보수적 가치를 더 중시해왔다.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기간산업인 만큼 혁신이나 도전보다는 안정적인 쪽으로 사업이 추진됐다는 것이 임 원장의 설명이다.

원전, 화력발전 역시 안전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검증된 부품만을 사용하는 보수성을 띄어 왔다. 결국 안정성은 확보했으나 혁신은 가로막히는 구조인 셈이다.

임 원장은 “지금은 과거와 많이 달라졌다. 가장 보수적이었던 국방 분야도 혁신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이는 모든 산업에서 이뤄지고 있는 하나의 큰 트렌드가 되고 있다. 민간분야가 혁신으로 앞서가는 상황에서 정부주도 사업들도 혁신이 도입되는 추세”라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미국, 일본 등 전 세계가 진보적 혁신으로 전환하고 있으나 우리나라가 가장 늦다”고 지적했다.

임 원장에 따르면 방위산업, 항공우주 산업 등 기존 정부주도 사업들이 민간주도로 바뀌고 있다. 에너지 역시 추세가 같다. 중국의 경우 이전에는 정부주도로 에너지정책(원전 등)이 추진돼 왔으나 지금은 양상이 다르다.

임 원장은 원전산업에 대한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았다.

“원전 안전신화는 깨졌다고 본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중대사고 안전확보에 연구예산이 집중되기도 했다. 설계기준 이상의 사고가 발생했을 때는 안전하지 못하다고 봐야 한다.”

그는 원전에 대한 연구는 ‘사고 발생’을 전제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방, 항공 분야와 달리 원자력 분야는 그렇지 않다고 지적했다.

에기평이 주관하는 원자력 분야의 연구개발비 지원 규모는 연간 600억원에 이른다. 다만 이제는 미래원전기술 개발이 아닌 안전성 확보 및 원전 해체기술 연구에 중점을 둬야 한다는 게 임 원장의 설명이다. 전세계적으로 원전이 사양산업화 되고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원전기술 개발 보다는 기존 원전의 안전한 운영 및 폐기에 R&D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얘기다.

대신 그는 방사선 등 비발전 원자력산업 육성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우리나라 원자력 산업은 대부분 원전에 집중되고 있으며, 방사선 분야의 비중이 매우 작기 때문이다.

“전 세계적으로 비파괴검사 등 방사선 산업 분야가 성장하고 있는 추세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의 경우 방사선 전문가들이 많다. 지금부터라도 관련산업 육성이 필요하다.”

즉 원자력분야의 경우 발전산업이 축소되고 있는 반면 방사선산업은 성장세이기 때문에 충분한 비전이 있다는 것이 임 원장의 주장이다.

임춘택 원장은 에너지산업의 수출에 대해서도 그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동안 에너지산업은 내수 중심이었다. 한전이 국내에서 발생하는 안정적인 매출에 의존하다 보니 국제경쟁력이 떨어진다. 특히 발전공기업을 포함한 대기업들은 내수 지향적이었으며, 오히려 중소기업이 수출에 주력해왔다. 이런 구조는 잘못된 것이다.”

임 원장은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통해 에너지 수출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2조원에 이르는 에너지 R&D 규모는 절대 작지 않으며, 이를 20년간 에너지 분야에 집중 투입, 육성할 경우 세계적으로 경쟁력이 부각될 수 있다는 게 임 원장의 견해다.

임 원장은 수소경제의 양대 축을 수소연료전지와 수소자동차로 정의했다. 다만 이들 신산업은 정부 주도가 아닌 민간 기업이 비즈니스를 이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문가적 관점에서 SOFC는 발전분야에서 경쟁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육성해볼만 하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가스터빈과의 경쟁을 피할 수 없을 것이며, 정부 지원은 계속 되겠지만 결국 민간이 주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수소차의 경우 버스와 트럭 등 대형차량은 충분히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으나 승용차는 전기차와 경쟁하기 어렵다고 봤다. 수소차의 장점인 장거리 운행과 짧은 충전시간을 전기차가 점차 따라잡고 있기 때문이다.

“수소산업 육성을 위해서는 정부가 인프라 구축을 지원해야 한다. 하지만 수소경제의 성패는 결국 시장이 결정하게 될 것이며, 그 시장을 이끄는 것은 민간이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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