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요금 누진제 개편, 막판까지 ‘가시밭길’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 막판까지 ‘가시밭길’
  • 권준범 기자
  • 승인 2019.06.12 0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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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공청회…전문가 ‘현행 유지’ vs 여론 ‘완전 폐지’
한전 소액주주 집단 반발‧한전 “원가 포함 정보 공개”

[에너지신문] 이달 확정을 앞둔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안이 전력수요가 급증하는 하절기에 한시적으로 완화하면서 누진제를 유지하는 방안(1안)과 누진제 자체를 완전 폐지하는 방안(3안) 중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단체를 비롯한 전문가들은 1안에 손을 들어준 반면, 일반 소비자들은 대부분 3안을 요구하고 있어 막판까지 진통이 예상된다.

11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전은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과 관련, 전문가 및 일반 국민들의 의견을 청취하기 위한 공청회를 개최했다.

이날 공청회는 전기소비자, 전기업계 종사자 등 1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박종배 건국대 교수(누진제 TF 위원장)의 개편안 설명에 이어 전문가 패널토론으로 진행됐다.

▲ 공청회에서 강성진 누진제 TF 위원장이 개편안을 설명하고 있다.
▲ 공청회에서 강성진 누진제 TF 위원장이 개편안을 설명하고 있다.

이번 누진제 개편안은 총 3개의 대안이 마련됐다. 먼저 1안은 현행 누진체계를 유지하되, 전력수요가 급증하는 하절기(7~8월)에만 별도로 누진구간을 확대하는 것이다.

이는 지난해 하절기의 한시적 할인 방식을 정례화하는 안으로 할인대상은 지난해와 동일하면서 450kWh 이하 구간의 대다수 국민에게 같은 혜택이 제공되지만, 현재의 누진제를 그대로 유지한다.

2안은 현재 누진제에서 요금이 가장 높은 3단계를 폐지(하절기 한정)하는 것이다. 이는 요금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가구당 평균 할인금액이 가장 큰 반면 400kWh 이상 전력을 소비하는 가구만 혜택을 받는다.

3안은 현행 누진제를 완전 폐지하는 것으로, 약 1400만 가구의 요금 인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날 공청회 패널토론에 참석한 시민단체 측 전문가들은 1안에 무게를 뒀다.

송보경 E컨슈머 대표는 “현행 전기요금 체계는 부담할만 하다고 평가하지만, 불안한 측면이 있다”며 “불안요소 해소를 위해서는 1안이 적합하다”고 밝혔다.

이를 위한 전제조건으로는 소비자들이 알고 선택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다양한 선택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송 대표는 또한 소비자들과의 전기요금 관련 소통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박인례 녹색소비자연대 공동대표 역시 “가장 많은 가구에게 요금혜택을 주는 방안(1안)이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한다”며 “그에 따라 발생하는 한전의 적자는 매우 불편한 사안인 만큼 이에 대한 중장기적인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1인 가구 증가 등 사회구성의 변화가 급속도로 이뤄지고 있어 새로운 누진제 개편을 검토해야 할 시점”이라고 언급했다.

즉 전기를 적게 사용하는 사람은 적게 내고, 많이 사용하는 사람은 많이 내는 구조가 합당하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1안은 가장 많은 가구가 혜택을 볼 수 있는 안으로 적게 쓰는 가구나 저소득층이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 전문가 패널토론이 진행되고 있다.
▲ 전문가 패널토론이 진행되고 있다.

반면 일반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한전이 운영 중인 온라인 게시판에서는 약 90%의 참가자들이 누진제 완전폐지(3안)를 주장했다.

온라인 게시판에는 자신이 사용한 전기량만큼 전기요금을 납부하기 때문에 공평하다는 것과, 가전제품의 다양화 및 대형화로 전기 사용이 늘어나는 추세를 반영해야 한다는 의견이 주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3안의 경우 887만가구가 누진제 폐지로 인해 혜택을 받지만 1416만가구의 요금이 인상될 수밖에 없다는 게 TF의 설명이다.

아울러 이날 공청회에서는 소비자가 전기요금이 어떻게 책정되는지, 자신이 사용하는 전기량에 따른 예상 요금이 얼마나 되는지 등에 대한 정보를 알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토론에 참여한 강승진 한국산업기술대 교수는 “전기요금 고지서에 발전비용, 송전비용, 정책비용 등을 기재해 소비자가 자신이 내는 요금이 어떻게 책정되는지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현행 누진제도 하에서는 소비자가 실시간으로 전기사용량을 알기 어렵기 때문에 이를 개선해 소비자가 원하는 만큼 전기를 쓸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이에 따라 한전은 오는 14일부터 소비자가 계량기에 표시된 현재 수치를 입력하면 월 예상 전기요금을 실시간으로 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실시간 전기요금 시스템’을 운영할 예정이다. 한전은 공청회에서 이 시스템을 시연하고 사용 방법을 설명했다.

권기보 한전 영업본부장은 “소비자가 현명한 판단을 할 수 있도록 대부분의 관련 정보를 공개할 계획”이라며 “장기적으로는 소비자에게 선택권을 부여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에 공감하며 그렇게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박찬기 산업통상자원부 전력시장과장은 “공통적으로 제기되는 지적사안으로 ‘정보 부족’이라는 점을 인지하고 있다”며 “한전과 소비 행태, 인구 구조, 새로운 전력수요 등 미시 데이터를 정밀하게 분석해 영업비밀에 저촉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소비자의 선택권을 보장하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 공청회장 앞에서 한전 소액주주들이 누진제 개편을 반대하는 시위를 펼치고 있다.
▲ 공청회장 앞에서 한전 소액주주들이 누진제 개편을 반대하는 시위를 펼치고 있다.

한편 이날 공청회는 한전 소액주주들이 참석해 전기요금 인하를 강력히 반대했다.

이들은 “선거철을 앞두고 전기요금 인하가 논의되는 것은 포퓰리즘”이라며 “회사의 자율적인 판단이 아니라 정부에 입김에 의해 요금이 좌우되는 것은 주식회사의 행태에 반하는 것”이라고 누진제의 완전 철폐를 주장했다.

이들은 “현 정부 임기 내 전기요금을 인상하지 않겠다는 것은 다음 정권에 요금폭탄을 넘기겠다는 것”이라며 “한전의 부실경영의 책임을 물어 경영진을 배임 행위로 고발하겠다”고 밝혀 귀추가 주목된다.

누진제 TF는 이번 공청회와 온라인게시판의 의견들을 종합 검토한 후 권고안을 한전에 제시할 예정이다.

한전은 전기요금 공급약관 개정안을 마련하고 이사회 의결을 거쳐 정부에 인가요청 하고, 정부는 전기위원회 심의를 거쳐 이달 중 누진제 개편을 최종 완료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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