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물단지된 경유, 어떻게 활용해야 할까?
애물단지된 경유, 어떻게 활용해야 할까?
  • 신석주 기자
  • 승인 2019.05.23 14: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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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 해소 위한 경유 줄이기 방안 분석
경유 수출, 해양경유 등 활용도 여전히 풍부
원인 분석이 우선…대책 논의는 차후 문제

[에너지신문] 한때 ‘높은 연비’로 주목받았던 경유차가 최근 ‘미세먼지’ 주범의 오명을 쓰고 각종 규제 표적이 되고 있다. 경유차에 대한 배출가스 기준을 강화하는 동시에 경유차 사용을 줄이겠다는 이유로 ‘경유세 인상’ 카드도 만지작거리고 있다. ‘애물단지’, ‘천덕꾸러기’로 전락한 셈이다.

사실, 경유 입장에서는 억울하다. 2009년 이명박 정부 시절, 경유차는 휘발유보다 연비가 더 좋고 이산화탄소를 덜 배출한다는 이유로 ‘클린 디젤’이란 이름까지 붙여주며 판매가 장려됐다. 2010년 하반기부터는 유로5 이상 기준을 만족하는 경유차는 환경개선부담금까지 면제해주기도 했다. 이러한 혜택 덕분에 경유차의 관심은 폭발적이었고, 전 세계 자동차 시장에 SUV 열풍까지 불면서 경유차 판매량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하지만 올해 최악의 미세먼지 대란이 발발하면서 ‘경유차’의 인기는 눈 녹듯이 사라졌고, 눈 위에 가려졌던 문제점들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2017년 기재부, 환경부, 국토부, 산업부 합동연구 결과에 따르면 자동차 유종별 오염물질 전체 배출량은 경유차가 1126(원/리터)로, 휘발유 601(원/리터), LPG 246(원/리터)에 비해 가장 유해했다. 미세먼지 2차 생성 원인인 질소산화물 배출도 경유차(0.560g/km)로, 휘발유차 (0.020g/km)에 28배 나았다.

경유차의 배출량이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 것. 특히 국내 운행 중인 경유차 중 노후 경유차가 37%를 차지, 경유차 미세먼지 배출의 79%를 차지하고 있다. 대기환경 오염을 줄이기 위해 경유차 퇴출이 자연스럽게 대두되고 있다. 

정부도 ‘경유차 감축 로드맵’ 도입을 준비하는 등 경유차 대책에 고심하고 있고, 시민들도 동의하고 있는 분위기다. 이처럼 경유차를 비롯해 경유 사용량을 줄이는 데는 모두가 공감하고 있다. 하지만 하루아침에 경유를 안 쓸 수 없다. 정제 과정에서 필요한 부분만 뽑아낼 수 없기 때문에 생산량을 줄일 수도 없는 노릇이다. 특히 고도화 공정을 잘 갖춘 우리나라에서 경유 생산량은 계속해서 유지될 수밖에 없다.

앞으로 경유를 효과적으로 사용하면서 남은 경유를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을 강구할 때다. 본지는 애물단지가 되어버린 경유의 활용방안에 대해 고민해봤다.

▲ 친환경 시대로 전환되면서 경유 사용량 줄이기에 고심하고 있다.
▲ 친환경 시대로 전환되면서 경유 사용량 줄이기에 고심하고 있다.

▶▶▶ ‘수출 효자’ 경유, 수출 파이를 키워라 
경유 소비량이 감소하더라도 정유업계는 크게 걱정하지 않는 눈치다. 믿는 구석이 있기 때문이다. 바로 ‘수출’이다. 우리나라는 석유제품 수출국 중 세계 6위다. 기름 한방울이 나오지 않지만 뛰어난 정제능력으로 세계적인 수준의 경쟁력을 갖춘 것이다.

지난해 정유업계가 수출한 석유제품 물량만 해도 5억 3538만 배럴로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2013년 이후 5년 연속 증가추세다. 우리나라는 원유도입액 54%를 수출로 회수하고 있다. 석유제품은 수출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그중 경유는 전체 수출량이 35.9%로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국내에서 소비되지 않은 경유를 수출로 활로를 모색한다는 것. 여기에는 수출 대상국을 다변화한 것이 큰 몫을 했다.

정유업계는 올 1분기 59개국으로 수출 채널을 늘렸다. 토고와 몰타, 에콰도르 등으로 휘발유와 경유, 항공유 등을 수출했다. 아프리카와 지중해, 남미에서 모두 수출국이 늘어났다. 석유협회 관계자는 “수출국 다변화와 수출물량 증대로 어려움을 극복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 IMO2020이 시행되면 해양경유 사용량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 IMO2020이 시행되면 해양경유 사용량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 IMO2020 시행, 해양경유 소비량 증가한다
2020년 1월부터 IMO(국제해사기구)의 규제가 강화됨에 따라 모든 선박은 황함량이 0.5% 미만인 해양 연료를 사용해야 한다. 이러한 조치를 준수하기 위해 해운업계는 ‘Scrubber(배출가스 정화시스템)’를 설치해 고유황 연료유를 계속 사용하거나, 해양경유(MGO, Marine Gas Oil), 또는 0.5% 미만의 초저유황 연료유(VLSFO, Very Low Sulfur Fuel Oil)를 사용해야 한다. 아니면 LNG의 새로운 연료로 전환할 수 있다. 다양한 옵션 중 해운업계가 가장 쉽게 선택할 수 있는 방안이 바로 ‘해양경유’다.

그동안 저렴하지만 황 함량이 높은 벙커C유로 운행해왔던 해운업계가 초저유황 연료유, 배출가스 정화장치, LNG 교체 등 높은 비용을 부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 때문에 황 함량이 낮은 경유로 자연스럽게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   

관계자는 “시행 이후 초기에는 고유황 연료유, 배출가스 정화시스템 설치 등 고비용을 투자하기 보다 해양경유를 주입하는 등의 방법으로 해법을 찾아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국내 정유사들이 판매하는 해상 수송용 경우 제품은 1.0%, 0.05%으로 구분되는데, 내년부터  ‘IMO2020’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경유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때문에 정유사들은 고도화 설비, 탈황 설비 투자를 통해 고유황 연료유(벙커C유) 생산 비중을 줄이고, 경유?저유황 연료유를 높인다는 생각이다. 경유 수요가 증가하면서 복합 정제마진을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IMO2020發 경유’는 침체된 석유사업을 살릴 불씨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주목하고 있다. 

하지만 수요가 늘어나면 가격이 오르는 것은 당연한 것. IEA의 또는 2020년 경유가격의 20% 상승을 예상하고 있지만 제도의 엄격한 시행이 추진된다면 경유가격은 더 올라갈 가능성도 예측하고 있다. 해운업계는 급격한 연료비용 상승을 걱정하며 빠르게 바뀌는 해양연료 환경을 주시하고 있다.

▶▶▶ 미세먼지 원인 분석 통해 ‘경유 프레임’ 깨기 
미세먼지의 발생원인은 다양하다. 중국발 미세먼지부터, 석탄, 경유 등 다양한 원인이 존재하지만 ‘미세먼지=경유차’라는 프레임을 씌워 강하게 몰아붙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석유협회 역시 배출원인에 대한 다각적인 분석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관계자는 “미세먼지를 적절하게 대처하기 위해서는 확실한 원인 분석이 필수다. 하지만 현재 미세먼지에 대한 대책은 전후관계가 뒤바뀐 모양새다. 결론을 ‘경유’로 단정짓고 있다. 물론 경유도 미세먼지의 원인 중 하나지만 전부는 아니다. 미세먼지에 대한 체계적인 원인 분석이 선행되야 한다”고 주장했다. 
2019년 미세먼지 국민포럼에서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서울시 오염물질 농도에 대한 배출원별 기여도 중 최근까지 경유차의 미세먼지 배출기여도가 꾸준히 줄고 있다. 노후 경유차의 DPF 장착, 노후 버스의 CNG버스로 전환 등 미세먼지 배출량이 감소하고 있는 것이다. 이 기간 동안 경유차의 등록대수는 670만대에서 917만대로 약 30% 증가했다. 즉 경유가 미세먼지의 원인 중 하나지만 주범은 아니라는 의미다. 실제로 난방, 발전 등에 의함 미세먼지 배출량을 계속 증가하면서 미세먼지 2차 생성 증가 기여도를 높였다.

전문가들도 미세먼지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기에 앞서 원인에 대한 다각적인 조사를 진행한다는 데 생각을 같이 한다. 경유나 휘발유, LPG 모두 각 업계가 서로 유리한 자료를 내세우며 다투고 있다. 하지만 어느 쪽이 맞다 확정지을 만한 근거가 없다는 것이 해결해야 할 가장 시급한 문제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최근 전국 각?시도에서 미세먼지에 대한 구체적인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는 것. 대기오염측정소를 확충하고, 미세먼지 측정·분석 사업 등을 신규 발굴하는 등 미세먼지 데이터 구축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미세먼지 저감 기술을 개발하고 발전시키는 것이 정확한 근거를 제시하고, 명확한 해법을 찾을 수 있다. 미세먼지 원인을 정확히 분석한다면, ‘무차별적인 경유 줄이기’는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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