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족하지 않는 힘…가솔린 모델과 견줘도 손색없어
'스마트하지 않은' 안전장치는 업그레이드 필요할 듯

[에너지신문] LPG차를 재조명할 때가 됐다. 그동안 특수한 영역처럼 일반인에게 문을 열지 않았던 LPG차량의 빗장이 3월 26일을 기점으로 확 걷히게 됐다.

이제는 누구나 LPG차를 탈 수 있다. 그래서인지 LPG차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차량 구매에 대한 문의도 많아지고, 판매도 조금씩 증가하고 있는 추세.

하지만 일반 소비자들이 오랫동안 미지의 세계에 있던 차를 선뜻 선택하기란 쉽지 않다. 더구나 과거 LPG모델에 따라다니던 각종 루머들도 아직까지 제대로 해소되지 않았다. LPG 규제가 완화되고 한달이 흐른 지금, 완성차업체에선 LPG모델들을 속속 내놓으며 LPG시장에 불을 붙이고 있다.

우리는 그중 가장 발빠르게 시장에 뛰어든 르노삼성 SM6 LPe 모델을 직접 타보고 차량의 성능과 기능, 안전장비 등을 체크하며 경쟁력을 테스트했다.

▲ 르노삼성 SM6 2.0 LPe.
▲ 르노삼성 SM6 2.0 LPe.

부드러운 주행·민첩한 반응, 휘발유차와 흡사해   

LPG차는 여전히 ‘언덕에서 힘이 딸린다, 겨울에 시동이 안걸린다’ 등 루머에 시달리고 있다. 이 루머는 2000년대 초반 LPG모델이 지녔던 한계에서 출발했다.

당시 LPG차에는 액체상태의 연료를 기화시키는 믹서방식의 기술이 적용됐다. 믹서방식은 엔진으로 공급되는 연료량이 감소되고 정밀하게 연료를 제어할 수 없었다. 이 때문에 출력이 떨어지고, 겨울철에는 시동도 잘 안걸렸다. 또한 LPG연료가 흡기관 방향으로 역류되어 '역화'(back fire) 위험도 높았다.  

하지만 2003년 이후 완성차업체들은 이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분사노즐을 이용, 액체상태로 LPG 연료를 직접 분사하는 액상분사방식(LPi·Liquid Propane injection)을 개발했다. 휘발유 엔진의 다점분사(MPI)와 같은 방식으로 공기와 LPG가스를 혼합·분사하는 믹서(혼합기) 대신 고압 인젝터(분사기)를 이용, 엔진 흡기구에 액체상태의 LPG를 직접 뿜어 출력을 대폭 높인 것이다. 즉, 휘발유차와 비교해도 주행성능 면에서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는 의미다.
 
실제로 SM6 LPe 모델을 갖고 가파른 언덕길을 여러차례 오르내렸다. 정지상태에서 가속패달을 힘있게 밟으니 가뿐하게 치고 올라갔다. 일반 내연기관차라 해도 믿을 정도로 초반부터 힘있게 치고 나가는 모습이 꽤 인상적이었다.

SM6 2.0 LPe 모델은 2.0리터 LPG 액상분사방식 엔진과 일본 자트코(JATCO) 사에서 공급하는 엑스트로닉(Xtronic) 무단변속기(CVT)가 맞물려 최고출력 140마력, 최대토크 19.7㎏·m의 힘을 낸다. 물론 가솔린 모델인 SM6 2.0 GDe 최고출력 150마력과 비교하면 힘이 다소 부족하지만 일상 주행에서 큰 지장은 없어보인다.

▲ SM6 LPe 엔진은 액상분사방식으로 휘발유차와 비교해도 주행성능에서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
▲ SM6 LPe 엔진은 액상분사방식으로 휘발유차와 비교해도 주행성능에서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

이 모델은 기존 SM6와 거의 흡사하다. SM6의 강점인 정숙성은 그대로 보여준다. 특히 저속 주행에서 여유로운 승차감과 주행감이 인상적이었다. 가다서다를 반복하는 도심 주행에서 교통 흐름에 맞춰 부드럽게 주행하는 실력이 꽤 만족스럽다. 

다만 가속폐달을 힘껏 밟아 급하게 RPM를 끌어올리는 데는 살짝 답답함이 느껴진다. 이는 LPG 때문이라기 보다 안정감에 밸런스를 맞춘 SM6 본연의 특징이라 할 수 있다.

그래도 SM6로 스피드를 즐기고 싶다면 스포츠 모드로 전환하면 된다. 스포츠 모드에서는 르노삼성에서 공을 들인 스포츠카 엔진음과 한층 민첩해진 액셀러레이터 반응 덕분에 다이내믹한 달리기 능력을 발휘한다.

SM6는 고속 영역에서도 균형 있는 하체 밸런스를 유지해 안락한 승차감을 제공한다. 덕분에 고속 주행에서도 부담없이 차량을 컨트롤할 수 있다. 이 모델은 어떤 환경에서도 만족할만한 주행실력과 편안한 승차감 등 패밀리 세단으로써의 본분에 충실하게 해낸다.

도넛형태의 연료탱크, 트렁크 고민 해결

LPG모델의 약점은 연료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주행을 마치고 트립 컴퓨터를 통해 연비를 확인해보니 7.6km/L이 나왔다. 르노삼성이 제시한 복합연비 9.0km/L보다 낮았다. 하지만 연비를 신경 쓰지 않고 주행한 상황임을 감안하면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참고로 휘발유 모델의 복합연비는 12.0km/L다. 

안전장치는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시승차에 적용된 안전장치는 차선이탈경보시스템(LDW)과 크루즈 컨트롤, 스피드리미터, 사각지대 경보시스템(BSW) 등으로 안전한 주행을 돕는 데 부족함이 전혀 없다. 또한 이 모델은 2016년 3월 국내시장에서 출시된 점을 감안해야 한다. 하지만 최근 출시된 모델들이 자율주행에 가까운 안전장비를 담고 있다. 경쟁상대인 쏘나타나 K5를 봐도 반자율주행급 안전장비로 무장했다. 앞으로 이들과 견주기 위해서라도 안전장비의 업그레이드는 필요해 보인다.
 

▲ 연료탱크를 도넛형태로 제작해 436L의 적재공간을 확보했다.
▲ 연료탱크를 도넛형태로 제작해 436L의 적재공간을 확보했다.

과거 LPG차량은 LPG 봄베 때문에 트렁크 공간에 불만이 많았다. LPG택시를 탈 때 여행가방과 같은 큰 짐을 실으려다 트렁크가 작아 전전긍긍한 경험은 누구나 있을 것이다. SM6는 이러한 불만을 깔끔하게 해결했다. 연료탱크를 도넛 형태로 제작해 기존 스페어 타이어 위치에 트렁크 하부로 옮긴 것이다. 이로 인해 436L의 적재공간을 확보, 휘발유‧경유차와 비교해도 손색없을 정도로 넓은 공간을 자랑한다.

처음에 이 차를 그냥 SM6라고만 알고 주행한다면 ‘휘발유 모델’이라고 착각했을지도 모른다. SM6의 강점인 정숙성과 안정적인 주행감각, 스포츠 모드가 전해주는 펀-투-드라이빙 능력까지 영락없는 기존 SM6였다. LPG모델의 편견을 깨뜨리는데 적합한 모델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중형세단에서 선택 영역을 넓혔다는 점에서 충분히 매력적인 모델이라 할 수 있다.

▲국내 출시 LPG차 라인업

완성차업계

차종

현대자동차

쏘나타(4.16일 판매), 그랜저, 아반떼(출시예정)

기아자동차

K5, K7(4.16일 판매)

르노삼성

SM6, SM7(3월 26일 판매), QM6(출시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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