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신문]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단행본으로 찰스 디킨스 작가가 1859년 발표한 장편 역사소설 ‘두 도시(A Tale of Two Cities)’가 있다.

소설에서 암시하듯이 두 도시 인물들은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 고민을 갖고 있었으며 그 선택은 극한 대립, 연민, 나아가 희생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그러기에 두 도시 이야기는 애당초 해피엔딩에 쉽게 다가서지도 못할 운명을 가진 채 전개됐다. 비록 같은 플롯은 아니더라도 18세기 두 도시 이야기 무대를 21세기 동북아시아 미세먼지 공포를 둘러싸고 서울·북경 두 도시 이야기로 오마주 하면 역사소설에서 과학소설로 바뀌게 된다.

중국 정부가 작년 12월 말 처음으로 ‘서울의 미세먼지는 서울에서 발생한 것’이라면서 중국 책임론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박하고 나섰다는 언론 보도를 접하면서 미세먼지 역습과 함께 책임론 역습이 겹쳐서 혼란스럽다. 하지만 과학소설은 과학적 논거가 충분해야 그 가치가 독자들에게 착각 없이 온전히 받아들여지는 것이 이치이다.

서울과 북경 두 도시 간 미세먼지 책임론 공방(攻防)은 ‘내 탓 네 탓’의 상반된 회피성 자세에서 비롯하고 있다. 일상생활에서 배출되는 미세먼지가 사람의 건강영향 피해는 물론 사회적 비용부담 요인이 된다는 미세먼지 역습은 과학적으로 수긍이 간다. 하지만 책임론 역습은 그렇지 않다. 서울·북경 두 도시 미세먼지 현상만을 단순 비교하는 것에서 출발하는 중국 회피론은 과학소설 소재로서는 상궤에서 벗어나고 있다. 숲을 보지 못하고 나무만 바라보는 형국이다.

미세먼지 책임론 쟁점은 역사소설이 아니라 과학소설로서 조명 받아야 할 ‘팩트’이다. 그럼에도 다행스러운 것은 미세먼지 책임론 제기는 앞으로 곳곳에서 예기치 못한 암초를 만날지언정 한중 간 동북아 호흡 공동체 형성을 위한 새로운 여정의 출발점을 알리는 좋은 계기가 될 것 같다. 첫 번째 단계는 동북아시아 미세먼지 농도 기여율을 둘러싼 과학적 논리 검증과 합리적 공감대 형성이다.

한·중 정부는 ‘동북아 호흡공동체 협의’라는 명분에 묶어 정책협력 추진 시기를 놓친다면 시간끌기나 애매모호한 결론으로 마무리되는 TV 드라마 방영이라는 의구심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이처럼 서울·북경 두 도시 미세먼지 해법 찾기에서 경계할 점은 한·중 모두가 정부 ‘물꼬트기’와 자치단체 ‘전답 경작’이라는 투 트랙(two-track) 전략을 과감하게 채택해야 하며 이를 적용하지 않게 되면 실제적 성과는 요원할 뿐이다. 한중 환경 협력센터가 앞으로 간과하지 말아야 주요 지향점이다.

또한 최근의 고농도 미세먼지 우려가 예측되면 ‘비상 또는 응급’ 조치 시행에서 대안을 발굴해야 한다. 국내 단기 고농도 미세먼지 대응에서 지금의 서울 수도권을 벗어나 한반도에 걸쳐 확장형 비상저감조치 시행을 우선 검토한다. 중국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북경시, 산시·허난·산둥성 등 전 지역에 걸친 비상조치 시행을 예비적으로 선택하는 것이다. 일회성이 아니라 계절별 배출특성으로 말미암아 고농도 미세먼지가 우려되면 계절별 예비 비상 응급조치를 적극 고려하고 또한 이를 한ㆍ중 동북아 지역으로의 공간 확장을 상호 협의해야 한다.

미세먼지 특별법 시행 이후 국내적으로는 정부 자치단체 간 비상저감조치 시행, 노후 경유차 집중관리, 건강·취약계층 안전망 구축 등 미세먼지 관리 역량을 결집해 최대공약수 확보가 가능하나, 동북아 국가 간 환경협력은 아직 멀리 있다.

서울시, 경기도 등 일부 국내 자치단체 차원에서 중국 도시들과 국제포럼, 국제 심포지움 개최 등 상호 미세먼지 교류 협의가 이루어지고 있으나 결국 최종 해법은 국가 간 진솔한 환경협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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