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생, 단순 보급 확대 넘어 정책 연계 중요
ESCO사업 붕괴...예산 증액 위해 최선 다할 것

[에너지신문] “첫 직장이었던 공단에 다시 돌아왔다. 당시 함께했던 동료, 후배들과 또다시 일하게 돼 즐거우면서도, 에너지전환의 중추기관인 공단의 수장으로서 큰 책임감을 갖고 있다”

지난해 11월 취임한 김창섭 한국에너지공단 이사장은 ‘에너지관리공단’ 시절 15년을 근무했다. 이후 공단을 떠나 한국산업기술대, 가천대에서 학생들에게 전기 및 에너지를 가르치는 교수로 변신하며 국내를 대표하는 에너지전문가로 입지를 다졌다.

이후 현 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을 수행하는 에너지공단의 수장으로 다시 ‘컴백’한 그는 공단의 첫 내부출신 이사장으로서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공단 출신이지만 오랫동안 그곳을 떠나 있었기에, 다시 돌아왔을 때 부담감도 있었다는 김 이사장은 취임 이후 이것이 기우임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당시 함께 일했던 동료 및 후배들은 그 때 그대로였다. 취임 전 주위에서 조언했던 ‘조직 장악’을 위한 노력을 할 필요가 없었다. 예전과 비교해 업무의 기본은 같으나 그 깊이와 다양성은 상당히 높아졌다. 그만큼 실무역량이 늘어났고 활기찬 모습이어서 자신감이 들었다”

공단이 에너지정책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입지가 약하고, 정책적 트렌드에 대한 감각이 부족하리라 우려했으나 오히려 그 반대였다는 게 김 이사장의 설명이다.

신청사 준공식 기념사에서 울산의 일원으로서 울산과 함께 실질적이고 특화된 에너지 협업모델을 발굴, 지역사회 발전과 글로벌 혁신을 이루도록 하겠다고 강조한 김창섭 이사장은 “울산시와의 관계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며 “울산이 꾸는 꿈이 곧 에너지공단의 꿈과 맞닿아 있다”고 밝혔다. 상생해서 서로 발전할 수 있다는 울산 혁신도시의 기본적인 취지를 담은 기념사였다.

특히 김 이사장은 에너지효율 향상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에너지 소비구조 혁신을 제1의 가치로 천명함에 따라 이는 곧 공단의 가장 중요한 임무가 됐다.

“정부가 정책을 확정지으면 그 다음은 어떻게 집행하는지가 관건이다. 에너지효율화는 무엇을 하는지도 중요하지만 어떤 전략을 짜는지가 더욱 중요하다. 따라서 공단이 갖고 있는 규제수단이 무엇인지, 몇 가지인지 파악해야 한다. 이를 공단 내부에서 정확히 인식하고 있어야 하며, 여러 가지 집행수단 중 선별해서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

정책 집행을 통해 자연스럽게 에너지시장의 전환을 이뤄가는 것이 공단의 역량이며, 산업부가 계획을 수립하면 공단이 이를 잘 집행하기 위해 만전의 준비를 기하고 있고 의지도 갖고 있다는 게 김 이사장의 설명이다.

에너지공단은 집행기관이기 때문에 산업부와 매우 긴밀히 협조하는 것이 중요한데, 다행히 산업부와 김 이사장의 인식은 잘 맞아떨어지고 있다. 김 이사장은 ‘재생에너지 3020’이 단순히 보급을 늘리는 것에 그치지 않고 산업 전반의 다양한 정책들과 연계, 추진된다고 밝혔다.

김 이사장은 “현재 신재생에너지 보급의 강력한 수단은 보조금인데, 이것만으로 3020 목표달성이 가능할지 우려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따라서 신재생 보급사업을 영농형태양광 및 복지정책과 연동해 지역단위에서 성장하는 모델이 되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재생에너지원별 생태계가 다르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원별 접근 방향에 차별화를 둬야 한다”며 “이를 잘 분배하는 것이 재생에너지 3020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시대의 흐름은 신재생, 뒤처지면 ‘갈라파고스’ 될 것”

그는 ‘에너지 분권화’에 대한 견해도 언급했다. 아직은 분권화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나, 장기적으로 봤을 때 분권화는 확정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향후 기초지자체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질 것이며, 이에 따른 책임과 권한이 분명히 정립돼야 한다는 게 김 이사장의 생각이다.

“산업부와 기초지자체, 그리고 지역 내 시민사회단체와의 협력을 어떻게 조율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공단의 실무적 역할이 중요하다. 이는 권한의 문제가 아니라 역량의 문제로, 의욕만 가지고 되는 것은 아니다. 이제는 이런 부분에 대해 공식적으로 논의가 진행돼야 한다. 공단은 소통과 실무적 지원을 통해 주도적으로 움직이려 한다”

김 이사장은 현재 가장 심각한 부분으로 에너지효율화, 즉 ESCO 사업의 붕괴를 꼽았다.

“일본처럼 우리나라도 연료다변화가 핵심이기 때문에 효율화에 지금보다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가장 중요한 부분이 무너지는 것에 우리 사회는 그간 무심했다. 에너지공단 이사장으로서의 궁극적인 임무는 에너지절약 효율을 높여 신규발전소 건설을 필요 없게 하는 것이다. 에너지효율화 사업의 예산 증액을 위해 공단 이사장으로서 최선을 다할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김창섭 이사장은 신재생에너지 확대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정부는)2차 에너지기본계획까지도 신재생을 주력 옵션으로 보지 않았던 게 사실이나 이제는 달라졌다. 현재 전 세계가 신재생 투자를 강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가 이를 무조건 쫓아갈 필요는 없지만 대세가 신재생으로 바뀌면 전력시스템(계통) 역시 함께 변화되므로 이를 따라가지 못하면 우리는 ‘갈라파고스’가 될 것이다. 세계적 기술의 흐름에 뒤쳐져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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