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중연 동국대 기계로봇에너지과 교수

미국 흑인 배우 윌 스미스가 주연한 2004년작 영화 '아이, 로봇(I, Robot)'을 보다보면 '로봇 3원칙'을 접하게 된다. '로봇 3원칙'이란 미국의 작가 아이작 아시모프가 1942년작 단편 《Runaround》에서 처음 언급한 것으로서 1. 로봇은 인간에 해를 가하거나, 혹은 행동을 하지 않음으로써 인간에게 해가 가도록 해서는 안 된다 2. 로봇은 인간이 내리는 명령들에 복종해야만 하며, 단 이러한 명령들이 첫 번째 법칙에 위배될 때에는 예외로 한다 3. 로봇은 자신의 존재를 보호해야만 하며, 단 그러한 보호가 첫 번째와 두 번째 법칙에 위배될 때에는 예외로 한다 등을 의미한다.

2011년 현재 우리사회에 로봇의 영역이 소리없이 확장되고 있다. 미래 어느 시점에 이 '로봇 3원칙'이 심각하게 제기될지도 모른다.

단순한 청소기 개념을 넘어 홈모니터링 시스템을 갖춘 로봇청소기, 오는 2012년까지 전국 8500여개 유치원에 보급할 계획인 유아교육용 로봇 아이로비Q, 외과수술용 로봇 로보닥 등 이미 로봇산업이 도입기를 넘어서고 있다.

미래 국가핵심 신정장 동력으로 육성되는 로봇산업이 침체된 이공계 르네상스를 가져올 키워드로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폐허에서 반세기만에 'OECD의장국'이 된 우리나라가 IT융합, 로봇, 그린수송시스템, 신소재 나노 등 뉴프론티어 분야에서 강국으로 성장해야 한다는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어쩌면 시대적 과제일수도 있다. 따라서 이공계 활성화를 통한 과학기술 강국으로의 저변확대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다.

2011년부터 2015년까지 정부는 '제2차 과학기술인재 육성·지원 기본계획'을 발표하고 이를 적극 추진중에 있다. 핵심은 이공계 분야 활성화와 고급인재 육성이다.

정부는 녹색·친환경, 신소재·로봇, SW, 교육·컨텐츠 분야를 유망직종군으로 정의하고 관련분야를 집중 육성키로 했다.

여기서 주목할 분야가 로봇이다.

20세기 후반 제조업 현장에 투입되기 시작한 로봇은 산업용 로봇이 주류를 이뤄왔으나 최근에는 로봇 산업의 선진기술을 보유한 미국, 일본 등을 중심으로 인간생활과 밀접한 서비스 로봇의 개발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소비자의 기대수준에 비해 로봇의 가격 경쟁력이나 기능적 완성도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일반적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로봇 개발이 중·단기적 성과 위주로 진행되다 보니 기능적 완성도를 뒷받침할 수 있는 원천 기술 확보가 미흡해 시장 성장이 미국, 일본, 독일 등 관련분야 선진국에 비해 더딘 실정이다.

이들 선진국에 비해 우리나라의 기술수준은 △제조생산, 적용기술 90% △설계, 지능화기술 부문 80% △모터 구동부 70% 정도다.

전문 서비스용 로봇의 경우 최고기술 보유국 대비 평균 80% 정도에 이르고 있다. 정부는 이를 오는 2015년까지 선진국과 거의 대등한 수준으로 육성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앞서가는 분야가 나오기 시작했다. 소비자 욕구에 맞춘 새로운 지능형 로봇 시장이 그것이다. 산업용 로봇과 달리 지능형 로봇은 융합의 개념이 강하다.

1차적으로 지능형 로봇은 로봇 컨텐츠를 통해 기계와 인간 사이의 상호작용을 가능케 하는 속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대중적 관심을 유발할 수 있는 뭔가 새로운 아이템이 필요하다. 디자인이 되었든, 기능적 참신함이 되었든 기발한 아이디어가 결합되어야 한다. 이것이 로봇 융합산업이다.

언어학을 전공한 인문학자와 로봇의 만남, 우수한 외과의사와 로봇의 만남, 예술가와 로봇의 만남, 교사와 로봇의 만남 등 로봇 융합산업은 이공계 영역을 현재보다 더욱 다양하고 세분화하여 넓힐 것으로 전망된다.

대학에서 인문학을 전공한 인재들이 다시 공학을 전공해 인문학과 공학을 융합하는 새로운 시스템이 필요하다. 반대로 공학전공자가 디자인, 예술 등을 부전공으로 통섭하는 교육의 다양성이 화두로 떠오를 것이다.

여기에 대한민국의 미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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