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자원개발, 어떻게 해야 하나

[에너지신문] 최근 신현돈 인하대학교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는 '해외자원개발 어떻게 해야 하나' 해설을 통해 올바른 해외석유개발 추진을 위해 경쟁력 있는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변했다.

신현돈 교수에 따르면 한국은 아직도 에너지의 95% 이상을 해외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에너지자원 빈국이다. 신 교수는 고유가시기인 지난 2014년부터 저유가시기인 2016년, 그리고 2017년까지의 에너지 수입액 규모를 예로 들며 “유가변동에 따른 수입액의 급격한 변동은 한국의 산업화가 이뤄진 1970년대 이후로 변함없이 지속적으로 한국의 국가 경제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석유는 1차 에너지 공급의 40% 이상을 차지하고 있고, 연간 10억 배럴 이상의 원유를 수입하고 있어 우리의 에너지 안보 현실은 매우 취약하다고 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신 교수는 또한 에너지자원의 5%만이 국내에서 자체 공급되고 있으며 대표적인 에너지원인 석유가스만 보더라도 국내기업이 해외자원개발 사업에서 확보한 석유가스 개발율은 14% 미만을 유지하고 있는 형편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비슷한 처지의 에너지자원 부족국가인 일본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더욱이 2004년부터 국내 대륙붕에서의 천연 가스 및 초경질유 생산으로 산유국 대열에 합류했지만 이마저도 15년간의 생산 기간을 거쳐 생산이 종료된다면 한국은 다시 비산유국의 처지가 될 것으로 생각된다고 밝혔다.

신 교수의 설명대로 우리나라 최초의 천연가스전인 동해가스전은 올해를 마지막으로 수명이 종료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따라 현재 정부는 국내 대륙붕 개발을 강화해 인근 유망 가스전 개발을 모색 중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의 산유국 지위가 사라지면 국제입찰이나 유전개발사업 참여가 제한되기 때문에 업계에서는 지위의 유지를 중요한 문제로 바라보고 있다.

최근 양수영 한국석유공사 사장 역시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안에 동해에 위치한 8광구와 6-1광구 북부지역, 6-1 동부지역 등 국내 대륙붕 신규 탐사에 나서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지역은 석유공사와 호주 우드사이드사가 2007년부터 2016년까지 정밀탐사를 실시한 결과 경제성 있는 석유ㆍ가스의 부존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는 설명이다.

신 교수는 또한 부존자원이 거의 없는 자원빈국인 한국에서는 국민의 안정적인 삶과 국가 경제 발전을 위해 모든 산업의 근간이 되는 에너지자원의 안정적인 공급과 확보가 필수적이라고 주장하고, 이를 위해 에너지 공기업을 만들어 국가적 차원에서 해외자원개발을 꾸준히 추진해 왔다고 말했다.

신 교수에 따르면 한국이 해외자원개발에 눈을 돌린 것은 중동발 2차 석유파동을 겪은 1970년대 말부터다. 당시에도 지금처럼 대부분의 석유도입을 중동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었으며, 이러한 점은 중동 정세가 불안할 때마다 국가 에너지 수급문제로 비화될 수 있는 불안점을 내포하고 있다는 것.

해외자원개발이 다양한 국가를 대상으로 이뤄지면 에너지 자원 도입선이 다변화 될 뿐만 아니라, 에너지 자원비축을 달성할 수 있고, 자연스럽게 해외 비축기지로서의 역할도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신 교수는 해외자원개발을 긍정했다.

아울러 “성공적인 해외자원개발을 위해서는 자원개발의 특성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선행돼야 하고 그 특성을 바탕으로 사업이 장기적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동해가스전 올해 수명 종료…산유국 지위 중요해

공기업의 장점인 장기적 관점에서 전략 마련 필요

▲ 동해가스전 해상플랫폼.
▲ 동해가스전 해상플랫폼.

◆ 반복되면 실수가 아니다

신 교수는 한국이 과거 MB 정부에서 10년 동안 지속되던 고유가 시기에, 에너지자원 공기업을 활용해 해외자원개발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 들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후발주자인 한국이 단기간에 자원개발율을 높이기 위해 불확실성과 위험성을 극복할 포트폴리오를 무시하고 유가 변동 위험성에 크게 노출됐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참여한 광구의 생산성도 예상보다 떨어지고, 유가가 급락하면서 지나친 차입에 의한 금융비용 등으로 자원공기업의 손실이 눈덩이처럼 급격하게 증가했다는 것.

MB 정부 당시의 무리한 해외자원개발 사례로는 하베스트 사가 있다. 현재 석유공사의 재무구조를 악화시킨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로 손꼽히는 하베스트는, 제대로 된 경제성 평가도 받지 않아 신용등급은 '투자부적격' 수준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국정감사 당시 송갑석 의원은 "지난 정부에서 시작된 첫 단추를 잘못 채운 자원외교지만 바뀐 정부에서도 과오를 답습해선 안 된다"라며 "과연 이 사업이 성공할 것인지, 성공하지 못한다면 어떻게 하면 최소한의 적자로 빠져 나올 것인지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평한 바 있다.

신 교수는 또한 이제 와서 당장 어렵게 확보한 광구를 모두 매각하고 사업을 접는 것은 더 큰 손실을 야기하므로 공기업의 장점을 살려 장기적인 관점에서 사업성을 고려한 생존 전략을 마련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라며, 어느 누구도 현재의 저유가가 수십년 간 지속될 것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에 더해 신 교수는 이론적으로는 저유가 시기에 사업에 참여하면 성공적인 사업이 될 수 있겠지만 불행스럽게도 아무도 유가를 정확하게 예측할 수 없으며 생산광구는 필연적으로 일정기간 생산 후엔 생산량이 감소하고 잔존 매장량도 줄어들게 된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탐사사업의 성공으로 추가적인 매장량을 확보하거나 생산광구 운영수익으로 추가 생산광구를 매입해 매장량과 생산량을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탐사개발생산 선순환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신 교수는 또한 해외자원개발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철저한 공공성, 전문성, 독립성이 확보돼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민간부문을 활성화하기 위한 꾸준한 지원시스템 운영 역시 필요하다고 강변했다.

 

◆ 불확실성이 큰 석유개발…그래서 더욱 기술력 필요해

신 교수는 전 세계적으로 자원개발은 북미 국가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국가에서 국영기업을 통해서 이뤄지며 특히, 한국처럼 자원개발 역사가 일천하고 자원 미보유국의 경우엔 선순환 구조가 갖춰지기 전까지는 더욱더 공기업의 역할이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자원 개발의 특징인 고위험성과 장기적인 사업 추진, 장기적인 에너지자원 산업 싸이클 등을 고려하면 일정규모 이상의 공기업이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선순환 구조를 확립하는데 훨씬 효과적이라는 설명이다.

신 교수는 또한 긴 주기의 에너지자원가격 변동성에 견딜 수 있는 선순환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서는 일정규모 이상의 대형화와 상-하류 부문 수직계열화 구조를 갖추는 것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아울러 신 교수는 실무자들 뿐만 아니라 최종결정권자의 전문성도 강조했다. 단기적인 성과에 집착하지 않고 자원개발을 추진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도와줄 수 있는 지원시스템과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

또한 장기적으로는 공기업은 국가에서 필요로 하는 일정 수준의 자원확보를 추진하고, 민간 부분의 활성화를 통해서는 추가적인 자원 확보를 고려해야 한다며, 장기적으로 사업 추진이 가능한 오너 대기업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할 필요가 있으며 더 나아가서 전력산업이나 제철산업 등 해외로부터 원료 구매에 매년 수 조원에서 수 십 조원을 소비하는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에너지 자원개발사업에 참여한다면 기업에게는 자원의 안정적 도입 뿐만 아니라 국가차원의 에너지자원 확보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신 교수는 마지막으로 “석유개발은 태생적으로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탐사성공확률이 낮은 분야이지만 그렇다고 복권처럼 운에만 맡길 수 있는 것은 아니며 더욱더 기술력이 필요한 분야이다. 해외자원개발을 제대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추진기관의 기술 력과 정부의 효율적 시스템 구축 및 정책의 일관성 등이 확보되고 유지돼야 가능 하다. 이것은 해외자원개발이 성공하기 위한 최소한의 요건이지 반드시 사업의 성공을 보장하지는 못한다는 사실도 기억하자”라며 “올바른 해외석유개발 추진을 위해서는 국가차원의 에너지 자원의 확보와 안보를 위해 공공성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며 에너지 안보측면과 경제성 및 전문성을 갖고 장기적으로 일관성 있는 정책을 효율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경쟁력 있는 체계 구축 없이는 과거의 실패는 반복될 수밖에 없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라고 끝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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