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4분기 정유업계 실적 분석 및 신사업 현황

[에너지신문] 정유업계의 지난해 4분기 실적이 부진하다.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S-OIL, 현대오일뱅크 등 정유4사가 최근의 국제유가 급락으로 재고평가 손실이 늘어나고 정제마진이 줄어드는 등 영업손실을 기록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파라자일렌(PX) 수출도 불안하다. 중국 내 업체들의 생산능력이 확대되면서 호조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 된 것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정유사들의 4분기 실적 부진은 기정사실이나 마찬가지인 것으로 보인다.

1억 2830만배럴의 분기사상 최대의 석유제품 수출을 기록한 지난해 3분기 직후라 이는 더 충격적이다. 이같은 수출실적 개선으로 석유제품은 지난해 3분기 국가 주요 13대 수출품목 순위에서 반도체, 일반기계, 석유화학을 잇는 4위를 차지해 2017년 3분기에 비해 3계단 상승한 바 있다.

정유4사의 4분기 악화가 예상되는 것은 국제유가 때문이다. 국내 정유사가 주로 수입하는 두바이유 가격은 지난해 10월 84달러까지 치솟았다가 연말 52달러까지 떨어진 바 있다.

원유를 구입해 정제한 뒤 파는 것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재고기간을 감안할 경우 원유를 비싸게 사 석유제품을 싸게 판 셈이다.

아울러 휘발유 등 석유제품의 공급과잉으로 정제마진이 떨어졌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유가를 누르면서 WTI 가격이 두바이유보다 싸진 까닭이다. 북미 정유업체를 중심으로 공급이 늘면서 이 여파가 시장 전체에 영향을 끼친 것이다.

▲ 허세홍 GS칼텍스 대표이사가 기술연구소에 방문해 연구설비를 둘러 보고 있다.
▲ 허세홍 GS칼텍스 대표이사가 기술연구소에 방문해 연구설비를 둘러 보고 있다.

◆ 정유 4사 지탱하는 비정유…신규 포트폴리오에 힘쏟아

현재 정유4사를 지탱하고 있는 것은 비정유사업으로 보인다. 현재 SK이노베이션은 '딥체인지'를 강조하면서 배터리ㆍ소재 등을 강조하는 것으로 전통 정유사 이미지의 탈피를 도모하는 등 행보를 보이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2014년 국제유가 급락으로 37년만의 적자를 입은 후, 비정유 사업을 중심으로 하는 사업재편을 진행하는 중이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10일 전략회의를 열고 비즈니스 모델 혁신의 속도를 높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딥체인지의 강한 실행을 통해 석유, 화학 등 기존 사업 경쟁력 강화와 배터리, 소재사업 등 신규사업에서 의미있는 진전을 이룬 시점에서 더 높이 도약하기 위한 목표와 과제를 제시한 것이다.

GS칼텍스 역시 최근 대표이사로 취임한 허세홍 사장이 현장경영에 시동을 걸며 사업경쟁력 강화 및 신규 포트폴리오 구축에 힘을 쏟고 있다. 특히 올레핀생산시설(MFC) 프로젝트의 성공적인 완수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허 회장은 글로벌 에너지ㆍ화학 기업으로서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 다양한 분야의 핵심기술 개발 및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주력사업인 석유제품 품질 개선과 석유화학ㆍ윤활유 신제품 개발을 비롯해 고부가 복합소재와 바이오케미칼 분야 등 기술개발을 통해 미래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것이다.

이미 GS칼텍스는 석유화학 분야에서 연간 280만톤 규모의 방향족 생산시설을 갖췄으며, 올해 착공 예정인 올레핀생산시설이 2021년 완공되면 연간 에틸렌 70만톤, 폴리에틸렌 50만톤을 생산할 수 있는 시설을 확보하게 된다.

S-OIL은 지난해 11월 4조 8000억원을 투자한 잔사유고도화시설과 올레핀다운스트림시설에 대한 상업가동을 시작했다.

S-OIL은 올해 이 두 시설의 안정적 운영과, 회사의 성장엔진으로 지속성장 기반을 강화하기 위한 석유화학 2단계 프로젝트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 프로젝트에는 스팀크래커와 올레핀 다운스트림 시설 건설 등에 약 5조원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되며 2023년 마무리할 전망이다.

현대오일뱅크는 현재 대산공장지부에 신규 올레핀 HPC 공장을 짓기로 하고 석유화학제품 수직계열화를 강화했다. 이 공장은 2021년 말까지 상업가동하는 것을 목표로 연간 폴리에틸렌 75만톤과 폴리프로필렌 40만톤을 생산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 GS칼텍스 여수공장.
▲ GS칼텍스 여수공장.

◆ 재고평가손실은 일회적 성격, 정제마진 상승할 것

이처럼 정유사들이 비정유부문에 힘을 쏟고 있지만 2019년도 정유사업의 상황이 나쁠 것이라는 예상은 섣부른 평가로 보인다.

재고평가손실은 일회적 성격의 비용이고, 올해 1분기에 진입함에 따라 정제마진이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는 까닭이다.

최근 조현렬 삼성증권 연구원은 “국제유가 급락세가 일단락 되면서 2월부터는 부정적 시차효과가 사라질 것”이라며 “정유업체의 경우 발생가능한 악재가 대부분 반영돼 주가 저점을 형성한 상태”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우호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 역시 지난 14일 보고서를 통해 "정제마진 악화에 대한 실적 우려감으로 주가가 조정 받았다"라며 "유가 급락에 따른 재고손실 충격은 일회성 요인이나 오히려 저유가에 따른 연료비용 감소와 수요촉진에 따른 정제마진 회복이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정유사들의 영업이익은 강한 회복세가 예상된다.

노 연구원은 또한 △에너지 등 연료비용 감소에 따른 이익회복 △OSP 하락 △1~3월 글로벌 정유사 정기보수 돌입 등의 요인으로 휘발유 공급량 감소에 따른 정제마진 회복을 예상했다. 아울러 하반기 IMO2020 황규제에 대비한 석유제품 Re-stocking 모멘텀까지 고려하면 정유업종 연중 강세가 예상된다는 설명이다.

노 연구원은 특히 정유사 연료비 변동의 핵심요인으로 수소가격을 제시했다. 정유사의 탈황공정을 비롯한 주요 공정의 핵심연료로 사용되는 수소는 그 가격이 유가, LPG, 나프타 가격에 연동된다는 것.

2019년 예상 유가 U$55~60/bbl을 가정하면 정유사의 연료비용 절감효과는 최대 U$2/bbl까지 가능하다는 계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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