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달성 제품 명칭 부여 ‘국가 탑러너 이니셔티브’ 추진
산업계 “추진은 찬성...의무화할 경우 중소기업 부담 우려”

[에너지신문] 에너지 다소비업종 중심의 경제성장, 저유가·차량 대형화 추세로 국내 에너지 소비가 크게 증가하고 효율 정책이 선진국 보다 미흡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에너지효율 정책을 최우선으로 하고 정책 이행 점검을 포함하는 국가 차원의 ‘에너지효율 혁신전략’을 수립한다.

올 상반기 내에 마련되는 이 전략에는 중장기 에너지효율 목표 설정 및 현재 가전에 적용되고 있는 최저효율제 기준을 건물 및 산업용 기기로 확대하는 등의 방안이 담길 예정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국가 에너지효율 혁신 전략의 연구용역을 담당하고 있는 이성인 에너지경제연구원 박사는 8일 엘타워에서 열린 ‘에너지 소비구조 혁신’ 토론회를 통해 이러한 내용의 ‘국가 에너지효율 혁신전략’ 기본 방향을 발표했다.

이 박사는 이날 “우리나라는 에너지효율 정책 중장기계획 수립, 다양한 시책 도입 등 양적 측면에서는 우수한 편이나 계획 이행력 및 시책들의 실효성과 같은 질적 측면에서 선진국 대비 많이 미흡하다”며 “에너지효율 정책을 최우선으로 하고 정책 이행 점검을 포함하는 국가 에너지효율 혁신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이성인 에너지경제연구원 박사가 국가 에너지효율 혁신전략 추진방향을 설명하고 있다.
▲ 이성인 에너지경제연구원 박사가 국가 에너지효율 혁신전략 추진방향을 설명하고 있다.

그러면서 그는 “1970년대 시작된 우리나라의 에너지효율 정책은 정체기에 접어들었다. 에너지원단위가 OECD 35개국 중 33위로 저효율 소비구조를 갖추고 있다”며 “에너지효율을 제1의 에너지자원으로 인식하고 있는 독일 등 선진국처럼 정책 혁신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이 박사는 에너지효율 최우선을 달성하기 위한 3대 원칙으로 △고효율 기기·제품 등 시장 전환 촉진 △플랫폼을 활용한 에너지사용 최적화 및 관리 역량 강화 △규제와 인센티브 조화로 에너지효율 정책의 패러다임 전환 등을 제시했다.

이와 관련, 이 박사는 먼저 부문별 선진국 수준의 효율 목표 달성과 기술 첨단화를 통한 세계 시장 주도를 위해 혁신기술 개발을 추진하고 최고 수준의 고효율 기기와 제품의 생산·소비를 목표로 제조·유통업체, 소비자단체와 공동으로 ‘기술개발→생산→유통→사용’ 선순환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 현재 최저효율기준(MEPS) 적용 대상 품목을 가전·사무기기에서 건물 및 산업용 기기·설비로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적극 활용해 에너지소비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한편 플랫폼 형태의 통합·지능형 에너지관리시스템(EMS) 보급 확대를 통해 사업장과 건물 등의 에너지사용을 최적화하는데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국가 전체 에너지시스템 효율화 및 민간의 합리적 에너지소비 행태 유도를 위해 다양한 효율지표 개발 및 인센티브 지원을 대폭 늘리고 에너지효율을 달성한 기업에 정책융자와 세제지원을 확대하는 등 규제와 인센티브의 조화를 이뤄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고효율 기기 보급을 앞당기기 위해 중장기 효율 목표를 달성한 제품에 명칭을 부여하는 ‘국가 탑러너(Top-Runner) 이니셔티브 추진 방안’도 소개됐다.

조기선 전기연구원 박사는 △2028년까지 형광등 완전 퇴출 △스마트조명 조기 보급 △산업용 기기 최저효율제 확대 △노후보일러 교체 지원 등을 제시했다.

▲ 각 분야 전문가들이 참석한 패널토론 모습.
▲ 각 분야 전문가들이 참석한 패널토론 모습.

이어진 토론회에 참석한 패널들은 발표된 주제의 목표 및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을 표하면서도 가급적 규제가 아닌 지원 측면에서 산업계의 현실을 반영해 단계적으로 정책을 추진해줄 것을 주문했다. 또 정부가 추진하는 이번 에너지 효율정책에 국민의 참여를 확대하고 다양한 의견을 적극 반영해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가전업계를 대표해 참석한 하몽렬 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 실장은 “국가 탑러너 이니셔티브 추진에는 전체적으로 공감한다”면서도 “의무화는 반대한다”고 입장을 명확히 했다. 의무화될 경우 중소기업 부담 커지는데다, 제품원가 상승으로 인해 구매가격이 높아지고 이는 결국 소비자에게 부담을 준다는 것이다.

또 하 실장은 효용성을 높이려면 제도 시행과 함께 에너지효율을 끌어올리는 기술의 발전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술개발이 없는 상황에서 제도만을 선제적으로 도입할 경우 비용부담에 비해 에너지절감 효율이 떨어진다는 주장이다.

아울러 고효율 제품 구입시 세금인하 또는 구매비용 환급 등의 인센티브를 늘려야 한다고 하 실장은 강조했다. 이미 미국, 일본, 중국 등은 고효율 제품에 대한 인센티브가 활성화돼 있으므로 우리나라도 에너지효율등급에 따라 차별화된 인센티브 혜택을 주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 실장은 “저효율제품의 시장 퇴출은 반대하지 않는다”며 “다만 EU처럼 단계적으로 시장에서 퇴출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동시에 기술지원 및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등을 통해 중소기업을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정부가 고효율제품 홍보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유신 한국광기술원 박사는 형광램프의 시장 조기퇴출과, 이를 대체할 LED조명의 보급 추세를 언급했다.

김 박사는 “LED조명의 기술향상 및 가격하락이 급속화됨에 따라 형광램프는 어차피 자연스럽게 시장에서 퇴출될 것으로 본다”며 “최저소비효율 규제를 통해 퇴출 시기를 보다 앞당기는 게 환경적 측면에서 합리적이다”라고 견해를 밝혔다.

그는 기존의 형광램프로는 구현하기 힘든 스마트조명시스템의 보급이 활성화되면 약 30%의 에너지효율 향상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LED모듈의 경우 표준이 아직 없어 소비자들이 교체하기 까다롭다는 점을 지적하고, 교체시장 활성화 위해 국가 차원에서 표준화 부분을 지원토록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형광램프의 시장퇴출과 LED모듈 표준화는 동시에 추진돼야한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이서혜 이컨슈머 실장은 일반 소비자의 관점에서 제품 및 기술개발도 필요하지만 국민들이 효율 향상에 참여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이 실장은 “여름철 피크시에 가정부문이 차지하는 기여도가 약 30%에 달한다”며 “가정에서 이용하는 냉난방기의 효율을 높이려면 결국 사용자의 참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이 실장은 교사 및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에너지교육이 장기적으로 효율 향상에 크게 도움이 될 것으로 예측했다.

▲ 산업부 관계자 및 각계 전문가들이 행사에 앞서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 산업부 관계자 및 각계 전문가들이 행사에 앞서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토론의 좌장을 맡은 김인수 가천대 교수는 김 교수는 “그동안 에너지효율정책은 제조업 중심으로만 추진해왔으며, 농업 및 수산 분야는 사각지대였다”고 밝혔다. 제조업 이외 분야에도 특화된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특히 현재 산업부 에너지효율실을 에너지효율센터로 확장 개편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해 주목받았다. 아울러 에너지효율센터가 보급 확산 제도 및 인력을 보유한 에너지공단과 유기적인 업무 관계를 구축하고, 고효율기술개발과 제품보급이 동시에 진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전문가들의 견해에 대해 이경훈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수요관리과장은 “현재 ‘국가 에너지효율 혁신전략’을 마련 중에 있다”며 “이번 토론에서 나온 각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혁신전략에 잘 반영토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주영준 산업부 에너지자원실장도 “재생에너지 확산과 더불어 정부가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에너지전환 정책에서 에너지 소비구조 혁신은 핵심”이라며 “정부는 다양한 정책 제언들에 귀 기울여 올해 상반기에 국가 에너지효율 혁신전략을 수립할 때 반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산업부는 이날 1차 토론회를 시작으로 오는 15일에는 ‘산업부문 에너지효율 혁신 및 스마트 교통인프라 추진 방안’을, 22일에는 ‘건물부문 에너지효율, 냉난방 에너지원 다양화 방안’을 주재로 연속 토론회를 열고 국가 에너지효율 혁신전략 추진방향 및 기기·산업·수송·건물 등 혁신방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저작권자 © 에너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