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도 조롱하던 수소차…시선 바뀌어
전기차와 경쟁 아닌 각자의 영역을 구축할 것

[에너지신문] 지난 십수 년간, 지구온난화에 대한 해결 방안으로서 신재생에너지 기반 발전에 대한 연구개발이 활발하게 진행됐다.

이와 더불어 2003년 테슬라가 등장한 이후, 자동차 시장의 무게중심은 지속적으로 전통적인 내연기관에서 친환경차(EV, PHEV, FCEV)로 옮겨가고 있다. 일론 머스크가 ‘fool cell’로 조롱하기도 했던 수소연료전지차를 보는 시각이 최근 들어 바뀌고 있다.

맥킨지(McKinsey) 보고서에 따르면, 2050년 전체 에너지 수요량의 18%를 수소에너지가 담당할 것이라고 한다. 특히, 수송 분야에 수소연료전지 시스템을 적용하면서, 승용차 4억 대, 트럭 1500~2000만 대, 버스 500만 대 규모로 보급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와 같은 장밋빛 전망에도, 많은 사람들이 수소연료전지차가 전기차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한다는 데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이 글에서는 수소연료전지차 현황, 수소 인프라 관련 기술 등에 대한 논의를 통해 수소연료전지차 산업에 대한 이해를 돕고자 한다.

전기차는 출력이 좋은 반면, 충전에 최대 8시간이 소요되고 주행거리가 짧다는 단점이 있다. 반면, 기존 내연기관 차량과 비슷하게 약 5분을 충전해 600㎞ 주행할 수 있는 수소연료전지차는 기존 전기차와 차별화된 시장을 구축하고 있다.

이론적으로 차량의 수소 충전용량을 늘린 만큼 주행 가능 거리를 길게 만들 수 있으며, 이에 따라 대용량 고출력 전력이 필요한 버스 및 트럭에 전기차 대비 적합성이 높다.

주요 국가의 수소차 보급 계획은 2020년과 2030년을 기준으로 발표됐는데, 해당 연도 기준으로 한국 1만, 63만, 중국 5천, 100만, 일본 4만, 80만, 독일 15만, 180만의 목표를 세우고 있다.

하지만 2017년 전 세계에서 판매된 수소연료전지차는 약 3000대로, 전기차 판매량의 4%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 수소연료전지, 다양한 분야에 적용될 수 있어

수소연료전지차의 시스템은 전통적인 차량의 내연기관(internal combustion system)과 같은 역할을 한다. 기존 내연기관이 차량 외에 선박 및 기차와 같은 운송수단에 사용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수소연료전지 시스템 역시 다양한 운송 분야에 적용될 수 있다.

유럽의 경우 트램 및 선박에 연료전지 시스템을 적용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으며, 미래 신기술로 떠오르고 있는 드론(또는 무인항공기)의 동력으로 연료전지가 적합한 특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향후 관련 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 지역적 연합 및 국제적 협력

수소 관련 산업은 크게 공급과 수요 부문으로 구분할 수 있다. 공급 부문은 수소의 생산, 운송, 저장, 보급 등과 관련된 기반 기술 및 산업을 포함하고, 수요 부문은 수소를 소비하는 제철, 첨가제, 연료전지 기반 운송수단, 발전소 등을 일컫는다.

수소 관련 산업이 확장되기 위해서는 공급과 수요 진영 중 어느 쪽이 먼저 규모를 달성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쟁은 차치하고, 포괄적인 협력을 지향해 최종 목표인 ‘수소사회(Hydrogen Society)’를 실현할 수 있다. ‘수소사회’에 대한 개념은 2010년 전후부터 논의되기 시작했으며, 일본 정부는 2014년 국가에너지기본계획에 수소사회 추진 로드맵을 발표했다.

각 국가별로 공급과 수요 진영의 연합이 결성되고 있는데, 한국의 수소융합얼라이언스, 독일의 H2 Mobility, 그리고 일본의 수소충전소연합이 그 예이다.

2017년 스위스 다보스포럼에서는, 글로벌 완성차 업체 및 에너지 기업 등 13개 업체가 ‘수소위원회(Hydrogen Council)’를 결성하고 공식회원사로 참여할 것을 결정했다.

수소위원회는 파리기후변화협약(2015년)에 대한 지지를 기반으로 수소사회 실현을 촉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세계기후행동회의(GCAS)와 연계 개최한 제3차 수소위원회총회(2018년 9월)에서는 50개 이상의 글로벌 주요 기업 CEO가 참석해 수송 분야 수소를 탈탄소화하려는 구상을 제시했다.

▲ 수소가스 생산유통기업 (주)덕양의 수소타운 전경.
▲ 수소가스 생산유통기업 (주)덕양의 수소타운 전경.

◆ 수소 인프라 구축, 유기적으로 연계해 성장할 것

수소는 생산 방식에 따라, 개질 수소, 부생 수소, 그리고 수전해(electrolysis) 수소로 분류할 수 있다. 탄소와 수소로 구성된 천연가스를 개질(reformation)해 수소를 생산하는 개질 수소는 기존 천연가스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으며 제조 단가가 매우 저렴하지만,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매우 많다는 특징이 있다.

개질 수소를 생산하면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탄소 포집 및 활용(Carbon Cap-ture and Utilization) 기술 적용을 통해, 친환경성을 높이는 방안을 고려해볼 수 있다. 부생 수소는 석유화학 또는 제철 플랜트에서 공정 중 부산물(byproduct)로 발생하는 수소를 활용하는 기술인데, 공정에 따라 부생 수소를 재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외부 공급 탄력성이 떨어지며, 지역적 제한으로 추가적인 운송비가 발생할 수 있는 점이 특징이다.

경제성은 높은 편이지만, 전체 수소 생산량 중에 차지하는 비율이 높지 않다. 수전해 수소는 물을 전기분해해 수소를 생산하는 방식으로, 이산화탄소 배출이 전혀 없다는 특징이 있다. 하지만 수소를 생산하기 위해 전기 공급이 필요하며, 에너지변환에 따른 손실을 고려할 때 경제성이 매우 낮다는 문제점을 극복해야 한다.

하지만 간헐성(inter-mittency)을 띠는 신재생에너지의 전력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방안으로 수전해 기술의 도입이 긍정적으로 논의되고 있다.

국가별 에너지 생산량 및 소비량이 다르지만, 에너지는 다른 재화와 다르게 수출입이 자유롭지 못하다. 전통적인 에너지원인 화석연료에 대한 거래는 꾸준히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탄소 배출 저감을 위해 화석연료 의존성을 낮추고 있는 큰 흐름에서 에너지를 운송할 수 있는 적절한 방법이 필요한 상황이다.

에너지 저장 매개체(mediator)로서 수소가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는데, 에너지변환에 따른 손실이 발생하지만, 대규모 에너지저장장치(energy storage system - ESS)보다 경제적이고 운송이 가능하다는 특징이 있다.

수소를 운송하거나 저장할 때에 다양한 기술을 적용할 수 있는데, 극저온 기술을 통한 액화수소 저장, 수소화합물 형성 반응을 이용한 금속산화물 저장, 압축 방식을 적용한 고압 수소탱크 저장, 수소를 포함하는 물질의 가역적 화학반응을 이용한 액화 유기물 저장 방식 등이 있다.

일반적으로 연료전지차에 고압 수소탱크 저장 방식을, 대규모/장거리 운송에는 극저온 액화 저장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연료전지 관련 기술개발과 더불어, 효율적인 수소 저장 기술에 대한 연구개발이 지속적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관련 사업은 수소 생산시설과 유기적으로 연계해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2018년 9월 기준으로 267개의 수소충전소가 실제 운영되고있다. 일본 101, 독일 48, 한국 13개 등으로, ‘수소사회’ 실현을 주요 목표로 삼고 있는 일본이 수소충전소 인프라 구축에 가장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신재생에너지 비율이 매우 높은 독일 역시 글로벌 수소충전소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상기 주요 국가들은 2020년과 2030년을 목표로 보급 계획을 발표했는데, 각 연도별로 한국은 100개, 520개, 중국은 100개, 1,000개, 일본은 160개, 900개, 그리고 독일은 100개 1000개로 설정했다. 한국에서는 현대차를 비롯한 국내외 13개사가 1350억 원을 투자해, 수소충전소 인프라 확대를 목적으로 하는 SPC, ‘하이넷(HyNet)’을 출범하기로 합의했다.

◆ 중국의 적극적 행보 주목해야

보호무역주의 강화 흐름이 4차산업혁명으로 전환하는 시기와 맞물려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이 쉽지 않은 환경에 직면해 있다. 그럼에도 수소연료전지차에 대한 관심은 식지 않고, 미래 산업의 한 축을 담당하려는 움직임이 보이고 있다.

수소연료전지차는 전기차와 경쟁 구도가 아닌, 상품성과 경제성 평가를 기반으로 각자의 영역을 구축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본적으로 차량의 성능과 내구성을 향상시키기 위한 연구개발이 지속되고, 이에 따라 관련 기술 수준이 높아질 것이지만, 이보다 대량생산 체제에 돌입함에 따라 큰 폭으로 원가가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

수소연료전지차의 가격경쟁력이 높아지면, 구매가 늘어나고 다시 가격이 낮아질 가능성이 있는 선순환구조가 발생할 것이다. 단, 운송수단의 특성상, 수소연료전지차의 보급에 앞서 운행에 필요한 수소충전소 인프라 구축이 선행돼야 한다. 본론에서 언급했듯이, 각 국가별 혹은 전 세계적으로 관련 기업들이 수소 인프라 구축 및 수소사회 실현을 위해 연합하고 있다. 그 속도와 규모가 여느 때와 다른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적극적인 행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정부 주도의 관련 산업 육성과 생태계 조성은, 전기차 시장 사례를 비추어봤을 때, 수소차 부문에서도 성공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인다. 일본, 독일, 한국, 중국, 미국 캘리포니아 등 주요 국가 위주로 수소차 시장이 형성되고, 수소 인프라 산업이 확장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방향은 정해진 것으로 보인다.

얼마나 빠르게 산업이 성장하며, 시장 참여자들이 얼마나 큰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지가 주요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

<이 기고는 한민족과학기술자네트워크(KOSEN Report)에 실린 글을 수정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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