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신문] 지난해 12월 18일 백재현 의원실 주최로 국회에서 ‘에너지와 인권포럼’ 제3차 토론회가 진행됐다. 이번 주제는 ‘에너지빈곤층과 에너지복지의 현주소’였고, 우리나라 에너지빈곤층의 현황과 시사점, 향후 개선방향 등에 대한 발표와 토론이 있었다.

에너지는 물, 식량과 함께 국민의 생존과 직결되는 필수재이고 보편적 서비스의 대상이다. 겨울의 난방과 여름의 냉방을 중심으로 에너지를 바라보는 경향이 있는데, 에너지는 냉난방을 넘어서서 인간의 생활에 근본적인 영향을 미친다.

촛불, 호롱불에서 전등으로 교체되면서 인류는 밤의 어두움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게 됐고, 더 많은 활동 시간을 확보하게 됐다. 그 시간을 활용하면서 생산이 획기적으로 증대되고, 학습과 교육시간도 늘어나게 됐다.

현대화된 삶에서 전기 없이는 전화, TV, 휴대전화 자체가 무용지물이 된다. 건강과 관련된 기기들 또한 전기 없이는 가동되지 않는다. 병원 또한 아무 일도 못하게 된다. 소통 불가, 비위생적인 도시가 되는 것이다. 그뿐인가, 수도, 하수도 서비스도 중단된다. 그야말로 재난상황이다.

이동수단인 자동차, 기차는 어떤가. 석유, 가스 또는 전기 없이는 이동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이동이 불가능하게 되면, 직장생활 등 경제적 생활 또한 불가능하게 된다. 결국 농경사회로 되돌아 갈 수밖에 없다.

이렇듯 인류, 국민 개개인의 삶에 본질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 에너지이다. 따라서 생존에 필수적인 에너지에 대한 비용을 스스로 감당할 수 없는 계층에 대한 국가의 지원은 너무 당연한 책무라고 할 수 있다. 반대로는 에너지 소외계층의 정당한 헌법상 권리 또는 인권적 측면이 강해진다.

그런데 우리 정치인이나, 자선단체들은 겨울철만 되면 연탄 날라주는 행사를 계속해오고 있다. 맞는 방법인지 고민해보자.

연탄의 산업적 측면은 뒤에 놓고 볼 때, 전기화된 현대사회에서 본질적으로 연탄은 아주 위험한 에너지이다. 태우는 과정에서 일산화탄소가 배출되기 때문에 생존을 위협한다. 불과 얼마 전, 고등학생들이 펜션에서 사망한 사고도 일산화탄소 과다 배출로 인한 산소부족이 원인이었다. 연탄가격 또한 만만치 않다. 가구당 23만 5000원이 지급된다는 것이다.

더불어 국가의 에너지 공급 정책은 친환경성과 지속가능성 또한 그 목표로 해야 한다. 연탄은 다른 어떤 에너지원들보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많기 때문에, 국가의 온실가스 배출목표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결국 지금 수준에서는 연탄의 전기화가 더 맞는 에너지 복지정책이다.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분들에게 위험한 에너지, 환경 침해적 에너지를 공급하는 것은 옳지 않다. 정의로운 복지를 위해 수단을 바꿔야 한다. 차라리 전기장판을 공급하고 전기요금을 지원해주는 것이 더 효과적이고 건강하다.

또 한 가지 지적돼야 하는 부분은 ‘에너지 빈곤층’이라는 표현이다. 빈곤층이라는 표현은 부정적이면서 계층적 구분을 명확히 하는 측면이 강하다. 저개발국은 빈곤국이라 하지 않고 개발도상국 또는 개발국가라고 하는 것처럼 빈곤이라는 단어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아야 한다. 왜냐하면, 최소한 인간다운 에너지 복지의 제공은 헌법상 국가의 의무이며, 국민의 권리이기 때문이다.

에너지법이 ‘국가, 지방자치단체 및 에너지공급자로 해금 빈곤층 등 모든 국민에게 에너지가 보편적으로 공급되도록 기여’할 의무를 규정하고 있는데, 여기서 빈곤층은 에너지 빈곤층이 아니라 소득 빈곤층을 의미한다. 하지만 이 또한 적합하지 않은 표현이다. 한편, 에너지법은 에너지복지 사업과 관련해 ‘에너지 이용 소외계층’이라는 개념을 사용하고 있다. 차라리 에너지 이용 소외계층이 더 적합해 보인다. 단어 하나의 선택도 세심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 그런 차원에서 호주는 에너지 빈곤(Poverty)이 아니라 에너지 곤란(Hardship)이라고 표현한다.

에너지 복지의 현실화를 위해서는 에너지 요금의 지원이나 에너지 자체의 공급을 넘어, 계절적 또는 일시적 이유로 에너지 요금을 납부하지 못하는 경우 이에 대한 지원제도, 에너지 복지와 관련된 정보의 제공, 에너지 효율 개선을 통한 요금 인하 등 다양한 방법을 가장 효과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유럽 등 선진국 사례를 공부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에너지 복지에 따른 또 다른 문제는 에너지 관련 시설을 직접 설치해줄 때 발생하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다. 태양광시설, 열차단 창호 등 고가의 시설이 제공될 때 해당 시설의 소유권이 임차인에게 있는가 임대인에게 있는가의 문제로부터, 부동산 가치의 증가로 인해 임료가 증가하고 결국 임차인을 임차기간 종료와 함께 오히려 쫒겨나는 문제가 현실 속에서 발생하고 있다. 이 문제에 대해서도 합리적이면서 효과적인 대응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런 노력들을 통해 소외되지 않고, 건강하며, 인간다운 에너지 복지가 제공되는 국가가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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