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 너지전환 세계적 추세지만 국가별로 차이 있어
원전산업 성장 둔화 ‘팩트’ …“축소는 오래 걸릴 것”

[에너지신문] 문재인 정부는 2017년 집권 직후부터 에너지전환 정책을 통해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중을 20%로 늘리는 내용의 ‘에너지전환’ 정책을 강력히 추진하고 있다. 에너지전환은 재생에너지를 늘리는 것 뿐만 아니라 원전과 석탄화력을 점진적으로 줄여나가는 방안도 담고 있다.

그러나 원자력 산업계와 학계의 강력한 반발을 불러오며 아직까지도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탈원전이 옳은 정책인지에 대한 설전이 끊이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가 탈원전 정책의 롤모델로 삼았던 대만의 경우 지난해 국민투표를 통해 탈원전 정책을 수정키로 하면서 그 여파는 오히려 우리나라에서 더욱 큰 이슈가 된 바 있다.

원자력 산업계와 학계는 탈원전을 추진하면서 해외에 원전을 수출하겠다는 정부의 공약이 어불성설이라는 입장이다. 실제로 가능성이 높게 점쳐졌던 사우디 원전과, 야심차게 추진해오던 영국 무어사이드 원전 수주는 현재 답보상태에 놓여 있다.

2017년 고리 1호기 퇴역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탈원전 선언을 한지 2년이 다 돼가는 지금도 논란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 전세계 원전 가동 현황은?

‘2018 세계 원전산업 동향 보고서’는 당초(2017년 기준) 가동 예정된 원자로의 수는 총 16기였으나 이중 3기만이 가동에 들어갔다고 밝히고 있다.

2018년 7월 1일 기준 전세계에서 원전을 운영하는 국가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31개국이다. 이들 국가에서 장기가동중단(LTO)를 제외하고 운영 중인 원자로의 수는 413기에 이른다. 이는 가동원전 수가 가장 많았던 2002년(438기) 대비 25기가 줄어든 수치다.

2017년 연간 원전 발전량은 2500TWh로 전년 대비 1% 증가한 숫자지만,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던 2006년과 비교하면 6% 낮은 수준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1%의 증가량은 중국의 영향이 크다.

전세계 전력생산 중 원전의 비중은 지난 5년간 거의 같은 수준(0.5% 감소)을 유지해왔다. 2017년 비중은 10.3%로 역대 최고치인 17.5%를 기록했던 1996년 이후 장기적인 하락흐름을 이어오고 있다. 전세계 상업용 에너지 소비에서 원전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4년 이래 약 4.4% 수준에서 변화가 거의 없다.

중국을 제외하고 규모가 큰 신규원전 건설이 없는 상황에서 운영중인 원자로의 가동년수는 꾸준히 늘어 지난해 중반에 평균 약 30년을 기록했다.
전체의 60% 이상인 254기가 31년 이상 운영돼 왔으며 40년 이상 운영된 원자로도 81기에 이른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가동원전 수는 2017년말 대비 12기가 줄어든다. 설비 용량으로는 2GW가 축소되는 것이다.

주요 원전 운영국들의 현황을 보면 중국을 제외하고, 원전 역할의 전반적인 축소가 눈에 띈다. 프랑스는 최근 4년 연속 감소 추세가 이어지며 2017년에는 원전의 비중이 가장 높았던 2005년에 비해 7% 하락했다.

독일에서 남아 있는 8개 원자로의 발전량은 2017년 72.2TWh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10% 감소한 것이며 발전 비중 역시 역대 최고치(1997년 30.8%)의 1/3 수준(11.6%)에 그쳤다.
1998년 원전 가동률 30%대 중반을 유지하던 일본의 경우 후쿠시마 사고 이후 급격히 감소, 2017년 기준 3.6%에 머물렀다. 2018년 중반 기준 9기의 원자로가 재가동되긴 했으나 26기는 여전히 장기가동중단 상태다.

우리나라도 30년 전인 1987년(53.3%)과 비교할 때 거의 절반 수준인 27.1%를 기록했다. 원래 원전 비중이 그다지 놓지 않았던 영국은 1.1% 감소하며 19.3%의 비중을 차지했다. 다만 미국의 원전 발전량은 거의 변화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 신고리 3,4호기 원자력발전소
▲ 신고리 3,4호기 원자력발전소

◆ 원전이 ‘멸종 위기’에 직면하다?

‘2018 세계 원전산업 동향 보고서’의 주 저자인 마이클 슈나이더는 지난해 12월 한국을 방문해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탈원전론자인 그는 당시 “원자력발전은 멸종위기에 처했다”고 한마디로 단언해 주목받은 바 있다.

마이클 슈나이더는 “2017년 기준 전세계 신규 발전설비 257GW 중 원전이 차지한 비중은 1GW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원전 설비 증설이 세계 전력시장에서 아주 미미한 수준에 그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그는 “이미 재생에너지가 비용 측면에서도 더 저렴해졌기 때문에 원전은 말 그대로 ‘멸종위기’를 맞고 있다”며 “신규, 기존원전 모두 태양광이나 풍력에 비해 비싸지고 있어 오히려 기후변화 대응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대표적인 탈원전국가인 독일의 예를 들며 한국의 ‘에너지전환’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슈나이더에 따르면 독일의 경우 ‘탈원전’에는 성공했으나 ‘탈석탄’은 아직 미흡한 상황이다. 때문에 완전한 탈석탄을 위해 재생에너지에 더욱 주력하고 있다. 한국 역시 독일과 마찬가지로 재생에너지가 원전, 석탄을 충분히 대체할 수 있다는 게 그의 견해다.

무엇보다 원전의 안전성에 대해 그는 “매우 불안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원전 운영사(유틸리티 기업)의 재정이 좋지 않아서라는 게 그 이유다.

“한전의 경우 탈원전 정책 추진 이전인 2016년부터 이미 주가 폭락으로 재정적 압박이 있었다”며 “이는 곧 원전의 안전성 문제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웨스턴하우스, 아레바  등 해외 원전기업들의 파산도 언급했다. 또한 원전 수주의 “경우 손실을 볼 수밖에 없는 사업이기 때문에 해외사업 추진을 이해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당시 그의 이같은 주장은 대체로 수치적 데이터에 기반한 분석이라는 평가를 받았으나 한전의 주가 폭락과 원전 안전성의 관계, 재생에너지 발전비용이 원전의 그것보다 저렴해졌다는 주장 등 몇몇 부분에서는 객관성이 미흡했다는 반론도 제기됐다.

이와 관련, 원전산업계는 “세계적으로 중국을 제외하면 원자력이 감소됐다고 하는데, 그런 논리라면 중국을 제외하면 태양광 투자도 세계적으로 줄고 있는 것”이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재생에너지 최고 지지율 ‘중국’·가장 낮은 ‘일본’
원전과 재생에너지, 경쟁 또는 대립구조 아니야

▲ 신고리 5,6호기 건설현장
▲ 신고리 5,6호기 건설현장

◆ 에너지전환, 과연 세계적인 추세인가?

세계적으로 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는 급격히 늘고 있는 반면, 신규원전 건설은 눈에 띄게 줄고 있는 형국이다. 2017년 시작된 4기의 상업용 신규원전 건설에 따른 투자 규모는 약 4GW, 투자금액은 160억달러였다.

반면 풍력 1000억달러, 태양광 1600억달러 등 재생에너지 투자금액은 2800억달러에 이르고 있다. 특히 재생에너지 확대를 주도하고 있는 중국은 단독으로 1260억달러를 투자했는데, 이는 지난 2004년과 비교하면 40배가 늘어난 수치다.

설비용량의 경우 2017년 기준 157GW의 재생에너지가 전세계 전력망에 추가됐다. 이는 역대 가장 큰 상승폭으로, 글로벌 발전설비용량의 순 증가분에서 61%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풍력은 52GW, 태양광은 97GW가 증가했는데 이는 원자력이 3.3GW 늘어난 것과 비교된다.

‘2018 세계 원전산업 동향보고서’에 따르면 31개 원전 운영국 가운데 9개국(브라질, 중국, 독일, 인도, 일본, 멕스코, 네덜란드, 스페인, 영국)이 2017년 재생에너지로부터 얻은 전력이 원전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2017년 전 세계 태양광 발전량은 35%, 풍력은 17% 각각 늘어났다. 반면 원전은 1% 증가에 그쳤는데 이마저도 중국의 신규원전 때문이라고 보고서는 언급하고 있다.

1997년 교토 기후변화 의정서 채택 이후 정확히 20년이 지난 2017년, 전세계 풍력발전은 1100TWh, 태양광 발전량은 442TWh가 증가했다. 원전은 239TWh가 늘어났다.

재생에너지는 이같은 수치뿐만 아니라 인식 면에서도 전세계적으로 높은 지지를 보이고 있다. ‘2018 세계 원전산업 동향보고서’에 따르면 14개 주요국 국민들을 대상으로 수행된 조사에서 응답자의 82%가 재생에너지를 지지한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재생에너지에 대한 지지율이 가장 높은 국가는 중국으로, 무려 93%의 지지율을 보였다.

흥미로운 사실은 조사대상 14개국 가운데 가장 낮은 지지율(73%)을 보인 나라가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홍역을 치른 일본이라는 것이다.

일본의 경우 사고 이후 원전 가동을 전면 중단하고 재생에너지 공급 확대에 주력했으나 전력공급 부족 및 전기요금 인상과 같은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치며 결국 원전의 부분적 재가동을 승인하기도 했다.

지난해 국민투표로 탈원전 정책을 수정키로 결정한 대만의 경우도 이와 유사한 사례로 볼 수 있다. 2017년 8월에는 대정전을 겪은 대만은 국민투표를 통해 총유권자의 29.8%, 총투표자의 59.5%가 ‘탈원전 조항’ 폐기에 찬성했다. 탈원전 선언 후 전력수급 불안 문제가 부각되면서 국민들이 원전에 손을 들어준 것이다.

에너지전환이 세계적인 추세라는 부분에서는 이견의 여지가 없으나, 일각에서는 각 국가별 지리적, 경제적 여건 및 외부환경적 요인에 따라 차이가 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앞서 일본과 대만의 경우 섬나라로 외부와 고립돼 있으며, 에너지자립을 할 수 있을 만큼의 풍부한 자원을 갖추지 못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는 우리나라와 상당히 유사한 부분이다.

우리와 자주 비교되는 독일의 경우 탈원전과 재생에너지 확대를 동시에 이루고 있으나, 그 이면을 살펴보면 아직까지 전력수급의 상당부분을 석탄화력에 의존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탈원전과 탈석탄을 함께 추진하며 그 공백을 대신할 백업전원으로 LNG를 밀고 있으나 이는 재생에너지만큼 청정하지 못하며 원전, 석탄만큼 저렴하지도 않다.

특히 유사시 독일은 프랑스, 벨기에 등 국경을 맞대고 있는 여러 국가들로부터 전력을 구입할 수 있는 반면, 3면이 바다이며 유일하게 북한과 인접한 우리나라는 이러한 ‘최후의 수단’마저 없는 실정이다. 따라서 독일과의 단순 비교는 무의미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전 세계적인 추세로 원전은 증가폭이 둔화하고 있으며 재생에너지는 그 증가폭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다만 원전이 석탄화력처럼 급격히 줄어들지는 않을 전망이다.

한 전문가는 “석탄화력은 당장 체감되는 미세먼지와 이산화탄소 등 오염물질 배출 이슈에서 자유롭지 못하나, 원전의 핵심 이슈는 안전성과 사용후핵연료 처리 문제”라며 “당장 방사능 누출과 같은 중대 사고가 발생하거나 사용후핵연료가 포화상태에 이르기 전까지는 퇴출이 빠르게 진행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원전과 재생에너지를 경쟁 또는 대립 구조로 보는 것은 그릇된 시각이라는 지적이 많다. 이들은 상호 보완적인 포지션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전 세계적으로 화석연료가 급격히 쇠퇴하는 현 상황에서 탈원전을 추진하려면 재생에너지를 확대할 수 밖에 없는 구조라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일부러 대립 구도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대립 구도가 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 경주 방폐장 지하처분장 전경
▲ 경주 방폐장 지하처분장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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