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 모듈 농지, 일반 벼와 생육상태 동일해
지가 급등 우려에 규제완화 부정적 의견 제기

[에너지신문] 농작물을 제배하면서 동시에 태양광발전이 가능한 ‘영농형 태양광’이 떠오르는 재생에너지 아이템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영농형 태양광은 기존 농지 상부에 태양광 발전설비를 설치하고 하부에는 벼 등 작물을 재배하는 방식으로 식물 생육에 필요한 일조량을 투과할 수 있는 구조로 설비를 구축, 기존의 벼농사를 그대로 지으면서 태양광 발전을 통해 전기를 생산하는 형태이다.

이 사업은 재생에너지 보급의 새로운 모델 구축과 함께, 농가소득도 증대시키는 일거양득의 효과로 기대를 모은다.

우리나라에서 영농형 태양광의 첫 설치 사례는 지난 2016년 3월 농업회사법인 솔라팜이 충북 오창에 15kW급 2기를 논과 밭에 설치한 것이다. 이후 2017년 한국남동발전이 경남 고성에 100kW 규모의 영농형 태양광을 설치했는데, 이는 국내 첫 계통연계 영농형 태양광이다.

이후 한수원이 경기 가평에 73kW, 녹색에너지연구원이 전남 나주에 20kW를 각각 설치했으며 에너지공단과 남동발전이 공동으로 경남지역 6개 군 지역을 대상으로 실증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태양광발전 사업의 가장 기본적인 조건이자 보급 확대의 걸림돌이기도 한 전용 부지 대신 농사를 짓는 땅에 모듈을 설치, 농작물과 청정에너지를 동시에 생산한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는 영농형 태양광은 특히 태양광발전에 최적화된 넓은 평지가 한정된 우리나라의 지형 특성상 영농형 태양광은 반드시 확대시켜야 할 필수적인 아이템이 될 전망이다.

아직까지 몇몇 기술적 문제와 농가의 인식 전환 등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있으나 에너지전환 정책으로 태양광 보급이 급속도로 확산되는 추세에서, 충분히 미래가 기대되는 사업이다. 과연 국내에서 영농형 태양광은 성공한 사업으로 자리매김 할 수 있을까?

● 공공기관, 영농형 태양광 경쟁적 참여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영농형 태양광발전의 계통연계를 성공시킨 것은 한국남동발전이다. 남동발전은 지난 2017년 경남 고성군 하이면 덕호리 일대 약 2000평 규모 부지에 100kW급 태양광설비를 설치, 모내기 후 전력생산, 판매까지 실증을 완료했다.

이전까지 국내에서는 태양광 설치된 땅에서 작물이 생존 가능한지에 대한 기초적인 연구가 이뤄지는 수준에 머물러 있었으나 남동발전의 계통연계 성공을 통해 영농형 태양광발전으로 전기를 판매하는 단계를 실현하게 된 것. 쌀 농가의 경우 영농형태양광 발전을 통해 약 3배 이상의 순이익을 창출할 것으로 전망되며 평균경작 면적(약 5100평)을 기준으로 농가당 순이익이 최대 2400만원까지 증대할 것으로 예측된다.

국내 첫 영농형 태양광 계통연계로 자신감을 얻은 남동발전은 실증사업을 지속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국립 경상대학교 농생명과학대학과 손잡고 작물에 대한 생육연구를 진행했다. 그 결과 태양광모듈 하부에서 자란 벼와 미설치된 농지 벼의 생육상태가 동일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모듈 설치 농지의 재배면적은 비교부지대비 85.9%로 태양광설비 설치 면적을 감안하면 재배면적에서도 차이가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중소벤처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설비의 신뢰성 향상을 추진 중인 남동발전은 다양한 작물에 최적화된 태양광발전시스템 개발에도 주력하고 있다.

남동발전 관계자는 “영농형 태양광 사업이 신재생에너지 보급의 주요 난제 중 하나인 주민수용성 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는 범국가적 해결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신재생에너지 보급의 중추기관인 한국에너지공단 역시 영농형 태양광의 가능성을 높게 보고 본격적인 상용화를 위해 뛰어들었다. 지난 7월 공단은 첫 영농형태양광 첫 계통연계를 성공시킨 남동발전과 손잡고 함안, 고성, 남해, 하동, 함양, 거창의 경남지역 6개 군을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추진키로 한 것.

공단은 영농형 태양광 시범사업에 참여하는 농가에 △평균이자 1.75% △5년 거치 10년 분할상환 △시설투자비의 90% 이내를 지원하는 장기저리 정책자금 융자 및 신재생에너지 20년 고정가격(SMP+REC) 입찰시장 참여시 가점 부여 등 다양한 혜택을 지원, 자발적 참여를 유도했다. 특히 시범사업의 확대 추진을 위해 전국 시·군·구 지자체 및 농협 등 관련 유관기관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홍보도 병행하고 있다.

시범사업에 참여한 경남지역 6개 군은 남동발전이 출연한 농어촌상생협력기금 13억원을 활용, 영농형 태양광발전 설비 100kW를 각각 지원받는다. 전기판매로 발생한 수익은 마을의 공동기금으로 사용, ‘농민이 체감하는 복지사업’으로 이미지를 부각시키고 있다.

서부발전은 지난해 11월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 순천대학교, 순천 농업기술센터, NH농협 및 태양광 전문기업 파루 등 산학연 유관기관들과 영농형태양광 사업 공동추진을 선언했다.

이를 통해 서부발전은 실증운영 데이터 취득 및 사업활용, 영농형 태양광사업 확대를 위한 주요역할을 수행하고 NH농협은 농가 홍보 및 부지 발굴, 파루는 실증 설비개발 및 운영 등을 각각 담당하게 된다.

또 농업 전문기관으로 참여한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은 수확작물 미질(米質) 및 특성분석과 재배방법 개발, 순천대학교는 농가수익과 설비구간 음영분석 및 적합작물 연구, 순천 농업기술센터는 토양분석 및 농가 영농지도 개발 등 각자 세분화된 역무를 수행한다.

서부발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까지 실증사업이 진행된 순천 100kW급 실증사업을 통해 영농형태양광의 경우 고정식보다는 추적식 태양광모듈이 발전량과 수익성 측면에서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향후 영농형 태양광이 확대되면 추적식 태양광설비에 대한 수요도 함께 늘어날 전망이다.

▲ 지난해 11월 서부발전은 영농형 태양광 본격 추진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 지난해 11월 서부발전은 영농형 태양광 본격 추진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 본격적 보급 앞서 제도적 기반 갖춰야

지난해 추가경정예산안 국회 심의과정에서 에너지 및 자원사업 특별회계 내 영농형 태양광에 대한 융자 지원을 위해 200억원의 예산이 편성된 바 있다.

융자 추천 실적 현황(2018년 10월 기준)을 보면 1.1MW에 대해 약 17억원 규모의 신청 접수에 집행 실적이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영농형 태양광에 대한 제도적 지원 및 홍보 부족이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그러나 산업통상자원부는 올해 영농형 태양광 보급 확대에 지난해의 2배 수준인 400억원 규모의 금융지원 예산을 편성, 영농형 태양광 지원에 더욱 공세를 강화하고 있어 주목된다. 다만 산업부는 “정부 지원에 앞서 제도적 기반 마련이 필요하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올해 영농형 태양광 활성화를 위한 제도개선 중 대표적인 것은 농지법 개정 추진이다. 농지법에 따르면 농지 내 영농형 태양광을 위한 발전설비를 설치하기 위해서는 농지의 타용도 일시사용 허가를 받거나 농지를 전용해야 한다. 현재 영농형 태양광 발전사업을 병행하기 위한 농지의 타용도 일시사용허가 기간은 최대 8년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농림축산식품부는 농지의 타용도 일시사용허가를 태양광모듈 수명과 비슷한 20년간 허용하는 내용의 ‘농지법 시행령’을 올해 상반기 중 개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시행령이 개정되면 농지전용이 없이 영농형 태양광사업의 추진이 가능하게 돼 사업 경제성이 확보될 것으로 보인다. 보급여건이 크게 개선됨에 따라 농업인들의 자발적 참여가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김형진 녹색에너지연구원 원장은 “농촌지역 지가가 비정상적으로 급등하는 등의 부작용을 우려해 규제 완화에 부정적인 의견도 나오고 있다”며 “ 20년간 한시적으로 농지 전용 없이 타 용도 일시 전용이 허가될 경우 이러한 문제는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영농형태양광 사업자들을 대표할 단체의 필요성이 제기됨에 따라 지난해 9월 (사)한국영농형태양광협회가 산업부로부터 공식 설립허가를 받았다. 협회는 농업인의 추가소득 확보를 위해 식량과 태양광 전력을 농지에서 동시에 생산 가능한 영농형 태양광발전의 확산에 주력하게 된다.

저작권자 © 에너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