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적 에너지 규제기구’로 불공정 체계 잡아야

[에너지신문] 에너지전환이라는 큰 틀 안에서 때로는 손발을 맞춰 협력하고, 때로는 이해당사자 간 의견충돌로 몸살을 앓았던 2018년 한 해가 저물었다. 이제는 본격적으로 에너지전환의 시동을 걸게 될 2019년이 도래했다. 여야 국회의원들 간 에너지전환에 대한 관점이 사뭇 다른 가운데, 본지는 새해를 맞아 국회 에너지특별위원회 및 산업통장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들에게서 그들의 에너지 정책에 대한 생각과 비전을 들었다.

에너지전환, 국민투표도 고려할 필요 있어
동북아 슈퍼그리드, 에너지안보 강화 기대

▲ 조배숙 국회의원(민주평화당)
▲ 조배숙 국회의원(민주평화당)

▶▶▶  2018년 산업위원회 활동(에너지분야)에 대한 평가는. 또 올해 의원님께서 관심 갖고 계신 에너지 분야와, 중점 추진법안 또는 활동계획이 있다면.

= 정부의 에너지전환정책이 블랙아웃 같은 사태를 불러오지 않기 위해서는 전력계통 유연성을 강화시키는 법안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 전력계통이 불안정한 신재생에너지의 비중을 높이기 위해 전일 시장, 당일 시장, 실시간 시장을 복합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할 필요가 있으며, 전기를 많이 사용하는 수요관리기업에 최대부하의 1%에 해당하는 규모의 ESS 설치를 의무화하는 법안도 필요하다.
현재 에너지정책 논의가 탈원전과 신재생에너지에 매몰돼 있어 불안하다. 안전을 위해 원전 축소도 논의돼야 하지만 기본적으로 국가경제의 효율성, 에너지 민주화와 에너지 복지라는 차원을 먼저 바탕에 두어야 한다.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에 이런 방향이 제시됐으면 한다.
지금까지 에너지시장은 거대 공기업 중심으로 돌아가면서, 산업부 퇴직관료들이 한전 및 그 자회사의 임원으로 재취업하면서 규제의 주체와 객체의 구분도 어렵고, 막대한 한전 연구용역 자금의 수혜를 받는 교수나 전문가들이 주요 위원회의 민간위원으로 참여하면서 중요한 의사결정을 수행해왔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다양한 에너지원 또는 사업자에게 공정하고 공평한 기회가 돌아가기 보다는 석탄이나 원전과 같은 특정 에너지원이나 특정 공기업에게 유리한 시장제도와 정산규칙이 만들어져 운영됐던 온 측면이 있다.
이러한 불공정한 에너지 거버넌스 체계를 바로 잡기 위해서는 주요 의사결정의 과정과 내용이 투명하게 공개돼야 하며, 규제기관과 주요 위원회에서 이해관계자를 배제하고 이해상충을 방지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장기적으로는 산업부에서 분리된 에너지 규제기구를 만들 필요도 있다고 본다. 이러한 장단기 대책들이 제3차 에기본에 담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  현 시점에서 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에 대한 평가와, 수정 및 보완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 또 최근 대만의 탈원전정책 국민투표에 대한 견해는.

= 원전의 단계적 축소에는 찬성한다. 그러나 정부의 무조건적인 탈원전 정책에는 동의할 수 없다. 지난 2008년 제1차 에너지기본계획에는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것을 목표로 2030년까지 원전설비 비중을 41%까지 높이고, 발전량 비중은 59%로 상향시키는 계획까지 있었다. 에너지 안보를 위해서도 이런 에너지믹스는 분명히 잘못된 것이다.
그러나 현재 가동 중인 모든 원전을 수명 연장하지 않고 무조건 폐쇄하는 것은 기저 전력을 담당할 전원을 모조리 빼내는 것과 같다. 원전 축소는 먼저 효율성을 위해 에너지원단위를 착실히 개선하고, 기저 전력을 교체할 전원을 마련해 나가면서 진행돼야 한다.

▶▶▶  ‘동북아 슈퍼그리드’ 구상에 대한 견해는. 아울러 러시아 PNG도입 사업과 미국 셰일가스 도입에 대한 의견을 부탁드린다.

= 에너지는 한 나라의 산업·경제를 움직이는 원동력이다. 그렇기 때문에 에너지 안보는 매우 중요하다. 급격한 기후변화와 국민안전에 대한 불안감이 커짐에 따라 에너지 안보에 대한 우려와 걱정이 늘고 있다.
‘안전하고 지속가능한 에너지믹스’를 통한 에너지의 안정적 수급이 에너지안보를 위해 가져야 할 기본 원칙이며, 정책방향 또한 이 원칙에 부합해야 한다.
북한을 경유하는 러시아 PNG 배관망 도입은 배로 실어오는 LNG, CNG 방식보다 경제성이 뛰어나다. 하지만 경제성 이외에 남북관계, 동북아 정세 등의 복잡한 문제가 얽혀있는 사안이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 기본적으로는 에너지 협력을 통한 남북관계의 개선과 일본, 중국, 러시아 등과 동북아 전력그리드 체계를 갖춤으로써 에너지고립섬이라고 볼 수 있는 한반도의 에너지 안보가 한층 더 두터워 질 수 있다고 본다.

▶▶▶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 보급이 크게 늘고 있는 가운데 이에 따른 사회적 갈등도 증가하고 있다.

= 태양광, 풍력은 입지 조건에 따라 효율성이 크게 차이가 나는 에너지원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유럽과 달리 풍력발전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태양광 또한 대규모 태양광 단지를 조성할 부지가 부족하다. 현재 정부의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으로 전국적으로 농지와 산지가 훼손되고 있으며, 이에 따른 갈등도 심각하다. 일례로 30년 간 아무 탈 없이 수확하던 과수원 옆에 태양광 발전소가 들어서자 병충해가 들끓고 배나무꽃에 흑변이 생겨 수정이 안 되는 현상도 신고 받은 적이 있다.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갈등을 최소화하는 방법은 정부가 재생에너지로 인한 피해사례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이에 대한 보상과 재발 방지 노력을 기울이는 것밖에 없다. 그러나 현재 정부는 실태조사 조차 하지 않고 태양광 발전소와 생활터전 간의 이격거리를 없애는 등 거꾸로 가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  최근 전기요금 인상 또는 원료비 연동제에 대한 의견이 분분한데.

= 먼저 에너지 사용의 사회적 비용을 반영하는 쪽으로 개편돼야 한다. 지난해 국민 안전과 환경을 위해 필요한 경우 전력시장 우선순위와 다르게 전력생산을 할 수 있도록 전기사업법이 개정됐다. 이 법에 따라 전력거래소가 전력생산을 한다면 전기요금 또한 변화할 것이다.
에너지요금체계 또한 안전과 환경을 고려하는 방향으로 변화해야 한다. 이번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은 원가와 사회적 비용을 반영한 에너지 가격구조를 확립해가는 방향으로 논의되고 있다.
아울러 가격을 규제하면서도 에너지산업에 교차보조를 지속하는 구조를 정상적인 구조로 개편할 필요가 있다. 시장과 조세체계를 어지럽히는 규제와 보조를 줄이고, 조세체계를 바로잡는 동시에 에너지 격차를 줄이는 정책 방향이 필요하다.

▶▶▶  전기차, 수소차 등 친환경차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향후 친환경차 정책 추진에 대해 조언해 주시기 바란다.

= 미세먼지 등 환경오염으로 인한 국민건강에 대한 우려가 갈수록 커져가고 있다. 전기차, 수소차 등 친환경차로의 전환은 필수불가결한 시대적 흐름이라고 본다. 하지만 충전소 확충, 양산형 완성차 등 전기차와 수소차 상용화를 위한 인프라가 갖춰지기 까지는 여전히 많은 과제들이 남아있다.
그 과정 속에서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LPG 자동차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는 자동차 연료로서의 LPG 사용을 특정 계층 및 차종에게만 허용하고 있다. 이제는 규제를 완화, 그리고 더 나아가 폐지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 국민들의 연료선택권 보장이라는 측면에서도 반드시 필요한 정책 방향이다.

▶▶▶  민간기업의 천연가스 직수입 확대 논란이 뜨겁다. 가스시장 개방 확대에 대한 견해는.

= 연료비 절감 등을 위한 LNG 직도입 문제는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국제 가스시장에 대한 전망이 엇갈리고 있는 만큼 LNG 직도입 확대에 따른 리스크에 대한 대책이 함께 마련돼야 하고, 저장시설, 가스공급 배관망 등 인프라 확충도 수반돼야 한다.

▶▶▶  최근 해외자원개발의 문제점들이 지적됨에 따라 공기업을 비롯한 국내기업들의 해외자원개발사업이 위축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 막대한 규모의 손실을 초래한 해외자원개발사업에 대해서는 부실규모 및 부실원인에 대한 정확한 평가, 그리고 철저한 책임소재 규명이 필요하다.그러나 우리나라의 에너지 자원 수입 의존도가 97%에 이르고 있는 상황에서 무조건적인 해외자원개발 기능의 축소는 옳지 않다고 본다. 해외자원개발의 경제성 분석 능력, 탐사능력, 개발된 자원의 국내 도입 가능성 등을 면밀히 검토할 수 있는 시스템을 서둘러 구축하는 게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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