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GC 2021 개최지, 재검토 해야”

[에너지신문] 지난해 6월 25일부터 29일까지 전세계 5000명 이상의 가스업계 전문가들이 참가한 가운데 세계 가스업계 최대행사인 세계가스총회(WGC 2018)가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렸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6월 29일 WGC 2018 폐회식에서 미국으로부터 IGU 회장국으로서의 직위를 공식적으로 인계 받았다.
이로써 강주명 국제가스연맹(International Gas Union, IGU) 회장 체제가 시작된 것이다. 지난 2017년 10월 25일 일본 도쿄에서 개최된 IGU 집행이사회에서 IGU 부회장으로 정식 선임된 이후 공식적인 IGU 회장으로 본격 활동하고 있는 것.
이제 세계 가스업계의 시선은 2021년 세계가스총회(WGC)에 쏠리고 있다.
우리나라는 세 번의 도전 끝에 지난 2014년 10월 국제가스연맹 연차총회에서 2021년 개최지로 선정되는 우여곡절을 겪었고, 이후에도 IGU 회장 후보자가 여러차례 바뀌는 세계 가스산업 역사상 전무후무한 기록도 세웠다.
국내 가스업계의 열정과 희망으로 어렵게 한국 유치에 성공한 이 행사를 반드시 성공적으로 이끌어 내겠다는 강주명 국제가스연맹(IGU) 회장을 만나 국제 최대의 가스산업 기구인 국제가스연맹의 수장으로서의 각오와 어려운 점, 그리고 향후 계획 등을 들었다.

정치적 이슈화 큰 부담…대구 개최의 실효성 의문
조직위원회(NOC)도 IGU정관에 맞게 재구성 필요
아시아 프리미엄 희석해야…글로벌 LNG시장 변화

▲ 강주명 국제가스연맹(IGU) 회장
▲ 강주명 국제가스연맹(IGU) 회장

▶▶▶  지난해 6월, 2018 세계가스총회 이후 국제가스연맹의 신임 회장으로 부임하셨는데. 소감은.

= 국제가스연맹은 부회장 3년, 회장 3년, 명예회장 3년으로 운영된다. 회장만 3명 있는 조직으로 그것을 뒷받침하기 위해 사무총장, 스텝이 있다.
IGU는 약 90년된 조직이다. 가스수입자들이 만든 작은 조직이었다. 주로 가스수입자들이 공동 대응하기 위한 기관이었지만 최근 세계 시장에 기후변화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대두되면서 에너지믹스에 큰 변화가 생겼다.
우리나라에서는 탈원전, 탈석탄으로 불리며 정치적으로 쓰이지만 사실 행정가로서는 에너지변환의 시대라고 부르는게 맞다고 생각한다.
특히 재생에너지는 지역편중, 투자비, 편의성, 거대성의 한계를 갖고 있기 때문에 가스가 대안으로 떠올랐다. 이에 따라 국제가스연맹(IGU)의 위상도 커졌다.
다른 에너지 국제기구는 대부분 정부를 중심으로 한 관조직이지만 유일하게 민간기구로서 자생한 것이 국제가스연맹(IGU)이다. 다른 에너지 국제기구가 사무총장 중심의 조직이라면 국제가스연맹은 회장 중심의 조직 구조다.
한국에서 IGU회장이 맡았다는 것은 매우 큰 의미가 있다. 한국의 가스산업 위상이 엄청나게 크진 것이다.
좋은 영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좋은 시나리오와 감독, 배우가 조화를 이뤄야하는 것 처럼 국제가스연맹 회장으로서 세계 가스산업의 발전을 위해 다양한 요소들이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  170여개국의 전문가들과 함께 국제회의를 진행, 조정하는 역할을 맡고 계신다. IGU 회장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부분은?

= 국제가스연맹 회장직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국가의 주요인사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하다. 개인적으로 미국에서 오랜기간 체류했기 때문에 영어로 일상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하는데는 아무런 어려움이 없다.
지난해 6월이후 국제가스연맹 회장으로서 각국에서 열리는 국제회의에 참석하면서 세계 에너지시장의 주요한 기관장들과 인사들을 만나 많은 논의를 하고 있다. 각국마다 공통어로 사용하는 영어가 각국의 발음부터 사용방법이 다양하기 때문에 IGU회장으로서 소통하기 위해서는 세련된 영어를 익혀야 한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영어를 잘하는 것으로만 되는 것이 아니라 국제적 매너를 갖춘 소셜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하다. IGU회장으로서의 소통과 활동이 생각보다 훨씬 넓고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특히 국제가스연맹 회장직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제대로 된 조직이 구성돼야 한다.
지난해 6월 29일 회장이 되고 난 후 새로운 조직을 만들어야 했지만 이미 WGC 2021 조직위원회(NOC)가 구성돼 있고, 현재 가스공사 사장이 NOC 회장을 맡고 있다. 이는 국제가스연맹의 정관에서 요구하는 조직구성에 맞지 않다. 조직위원회는 국제가스연맹의 산하조직으로 구성돼야 하는데 현재는 국제가스연맹 사무국과 NOC가 병렬 상태다. 국제가스연맹 집행위원회와 사무국에서 왜 NOC가 조직구성에 맞지 않느냐고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조직위원회를 다시 구성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정부에 요청해 둔 상태다. 향후 NOC에 권한을 위임하더라도 현재 국제가스연맹의 정관에 위배되기 때문에 조직을 제대로 재구성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제가스연맹의 회장직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조직을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

▲ 강주명 국제가스연맹(IGU) 회장
▲ 강주명 국제가스연맹(IGU) 회장

▶▶▶  오랜기간 교수로서 활동한 후 정년퇴임하셨다. 곧바로 IGU 부회장이라는 중책을 맡은 이후 현재 회장직을 수행중이다. 임기내 이루고 싶은 것이 있다면.

= 대학교수로서 65세까지 활동했다. 이후 자연스럽게 국가에 봉사하면서 기여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기 때문에 명예직인 국제가스연맹(IGU)에서 성실히 직책을 수행키로 한 것이다. 간혹 가스공사 사장, 정치적 활동 등을 거론하는 기사나 소식을 접하기도 하지만 사실 무근이다.
2021년 세계가스총회(WGC)를 끝내면 만 69세의 나이가 된다. 이후 명예회장으로서 3년을 더 봉사하게 된다. 에너지 리더로서의 역할에 충실할 것이다.
임기내에 대한민국인으로서 한국의 가스위상을 한층 더 높이는데 기여하고 싶다. 특히 아시아 프리미엄이라는 말은 희석시키고 싶다. 또 유럽시장, 미국시장, 아시아 프리미엄시장에 대해서는 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동안의 공급자 중심시장에서 소비자 중심시장으로 바뀌어야 한다. 향후 글로벌 가스시장의 60%가 유럽에서 주요 소비처인 아시아로 옮겨 올 것이다. 특히 아시아는 파이프라인보다는 LNG시장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글로벌 시장은 파이프라인 20%, LNG 10%의 시장이지만 2040년대에는 파이프라인 20%, LNG 30%로 비중이 바뀔 것으로 전망한다. 세계 에너지시장의 믹스에서도 기후변화정책 등의 영향으로 LNG가 전세계 에너지믹스에서 1위의 점유율을 차지할 것이다.
국제가스연맹의 회장으로서 이같은 글로벌 LNG시장의 변화를 이끌고 싶다. 특히 세계 에너지시장의 변화를 이끌어 가는 에너지 국제기구의 리더로서의 위상을 갖춘 국제가스연맹이 되도록 앞장 서겟다.

▶▶▶  WGC 2021 개최지에 대한 이견이 아직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IGU 회장으로서 견해를 말씀해 달라.

= WGC 2021을 한국에서 개최하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 우리나라는 IT가 발달했고, 선박 건조, 가스발전, 도시가스, 히팅가스 등이 모두 분리돼 있는 가스시장의 종합 백화점이다. 세계 시장에 우리의 강점을 알리고 위상을 높이는 기회가 될 것이다.
그러나 개최지를 대구로 하는 것에는 여러 가지 문제가 있는 게 사실이다. 최근 IGU집행이사회에서 WGC 2021을 대구에서 개최하는 문제와 관련 부정적 의견이 도출됐다. IGU집행위원회에서 의결된 결과기 때문에 IGU 회장으로서 서명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세계가스총회(WGC) 2021은 이미 대구에서 치른바 있는 세계에너지총회(WEC)나 세계육상대회와 다르다. 이들 행사는 모두 정부나 관이 중심으로 행사를 조직한 것이다.
예를 들어 글로벌 석유메이저인 셸이 5성급 이상 호텔 80~90개의 방을 사용하고, 호텔에서 수백명을 초청해 행사기간중 별도 만찬회를 연다. 대구에서는 기본적으로 이러한 대규모 비즈니스 행사를 하기 힘들다는 게 IGU의 평가다.
대구시가 이 행사를 위해 2000억원을 투자한다고 하는데 1600억원 정도가 행사장을 증설하기 위한 땅 보상비로 들어가는 것으로 안다. 행사 이후에는 시설물을 어떻게 활용할 것이냐? 대구에서 이 행사를 하는 것은 국익차원에서도 낭비라고 생각한다.
만약 서울 코엑스로 옮겨 온다면 5000~1만명이 방문하는 이번 국제 행사를 통해 관광수입 등 국가 차원에서 큰 이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정치적으로 이슈화되는 것은 큰 부담이다.
그러나 국제가스연맹 회장으로서 대구에서 행사를 개최하는 것도 솔직히 큰 부담인 것이 사실이다. WGC 2021는 지방 행사가 아니라 국가 행사다. 대구 개최를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대구시장을 만나 이에 대해 솔직한 대화를 나눌 것이다.

▶▶▶  WGC 2021 후원금 모집 등에서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안다.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 세계가스총회(WGC 2021) 조직위원회는 총회 준비를 위한 전담 기구다.
2021년 총회 개최 전까지 국제 가스산업을 이끌어 나갈 비전과 전략을 설정하고 프로그램 준비, 대회 흥행을 위한 분위기 조성과 홍보 등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조직위는 모든 업무를 체계적으로 추진해 WGC 2021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노력할 것이다. 아직 후원금 모집이 미진하지만 크게 걱정하지는 않는다. 우리나라가 국제회의에서 후원금으로 인해 큰 문제를 일으킨 적은 없다. 
앞서 밝힌 대로 회장이 조직위원회를 구성해야 하는데 임시조직으로 이미 조직위원회가 구성돼 있다. 그러다보니 예산의 많은 부분이 인건비로 이미 들어갔거나 들어가고 있는 구조여서 문제다. 현재 SK가스와 LG, 남부발전, 포스코에너지 등 대기업들이 후원을 약속한 상태기 때문에 향후 후원금 모집이 속도를 낼 것으로 기대한다.
국제가스연맹의 위상은 매우 크다. 우리 국가의 가스산업 위상에 걸맞는 후원금이 모집될 것이다.  향후 조직이 제대로 갖춰지면 본격적인 홍보도 강화할 것이다.

▶▶▶  마지막으로 WGC 2021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업계에 당부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 2021 세계가스총회(WGC)는 분명 우리에게 도전이자 기회다. 여전히 세계가스총회(WGC)를 개최하기에는 인프라, 예산, 조직, 인력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차근차근 문제점을 해결해 갈 것이다.
우리나라는 일본, 중국에 이어 세계 3위의 LNG수입국이면서도 가스 도입계약 체결에 있어서는 도착지 제한조항, 아시아 프리미엄 등 다양한 불합리한 조건에 놓여있다. 세계 가스시장에서 한국의 위상이나 영향력은 거대 수입물량에 비해 아직 초라하다.
우리에게는 △LNG 도입시 도착지 제한조항의 개선 △LNG 가격의 아시아 프리미엄 해소 △천연가스 신규수요 창출 △해외 인프라 사업 진출 △국내 가스트레이딩 허브 구축 △국제 네트워크 확대 △시장 효율성 및 가격 경쟁력 제고 등 다양한 현안들이 있다.
앞으로 이러한 과제들을 풀어나가는데 국제가스연맹(IGU)이 기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
IGU 회장직 수행과 WGC 2021 개최는 국내 가스산업 발전에 더 없이 좋은 기회임에 분명하다. 아무리 좋은 기회라도 살리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
WGC 2021은 우리에게 분명 기회이자 도전이다.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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