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정보문화재단, '원전산업동향보고서' 저자 초청 간담회
세계적으로 원전 비중 지속 감소...비용도 신재생에 추월당해

[에너지신문] "원전은 그 비중과 역할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이제 원전의 '멸종의 위기'를 맞고 있다."

지난 9월 4일 발간된 '2018 세계원전산업동향 보고서(World Nuclear Industry Status Report, WNISR)' 총괄 주저자인 마이클 슈나이더(Mycle Schneider)는 보고서 내용을 인용, 이같이 강조했다.

한국에너지정보문화재단의 초청으로 방한한 그는 6일 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통해 원전 산업의 현실 및 향후 전망을 분석했다.

원전산업 전반에 대한 세계 동향을 종합적이고 객관적인 분석을 통해 전달하기 위해 마련된 이날 기자간담회는 에너지정보문화재단과 국회 탈핵에너지전환국회의원모임(대표의원 우원식, 연구책임의원 김성환ㆍ김해영)이 공동 주최했다. 

▲ 마이클 슈나이더가 자신이 집필한 '2018 세계원전산업동향 보고서'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 마이클 슈나이더가 자신이 집필한 '2018 세계원전산업동향 보고서'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원전 감소가 재생에너지 전환 가속화시켜

슈나이더는 원자력 정책과 관련, 독립적인 국제 컨설턴트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뜻을 같이 하는 세계 각국의 전문가들과 함께 25년간 WNISR을 발간해 왔다.

원전 산업에 대한 방대한 통계자료를 종합적으로 분석하는 WNISR은 미국 원자력 과학자회보로 부터 "원전에 대한 개인의 입장과 상관없이 세계 원전 산업 동향에 대한 '무시할 수 없고, 무시해서는 안 될' 권위 있고 중요한 정보를 제공한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전력 공급에 있어 원전의 역할은 전반적으로 감소 추세가 지속되고 있으며 미래도 불확실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한 때 중국의 공격적인 신규원전 건설로 전체 발전량은 소폭 증가했으나, 이를 제외할 경우 축소 흐름은 더욱 명확하다는 것.

WNISR 분석에 따른 최근 원전 산업 동향의 특징들을 살펴보면 발전량, 비중, 신규 가동 원자로 수 등이 모두 장기적인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세계 원자력 발전량은 1% 증가했으나, 중국의 기여(18% 증가)를 제외하면 3년 연속 감소 추세이며 원전 비중이 정점에 달했던 지난 2006년에 비해서도 감소했다.

지난 5년간 원전 비중은 대략 비슷한 수준을 유지(–0.5%)했으나, 1996년 17.5%를 정점으로 2017년 10.3%로 떨어진 상황이다.

2011~2018년 사이 신규 가동에 들어간 원자로는 총 48기에 이른다. 같은 기간 폐쇄된 42기보다 6기가 많지만, 신규 가동의 60%인 29기가 중국에 위치하고 있다. 중국에서도 2016년 12월 이후 새롭게 건설에 들어간 상업용 원자로는 없다.

마이클 슈나이더는 이같은 원전의 감소현상이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원전 발전량은 전년대비 1% 증가로 큰 변화가 없던 것에 비해 풍력 발전량은 17%, 태양광 발전은 35%가 각각 증가했다. 31개 원전 보유국 중 브라질, 중국, 독일, 인도, 일본, 멕시코, 네덜란드, 스페인, 영국의 9개국은 수력을 제외해도 원전보다 재생에너지를 통해 더 많은 전기를 생산(2017년 기준)하고 있다는 것이다.

마이클 슈나이더는 "2017년 기준 전세계 신규 발전설비 257GW 중 원전이 차지한 비중은 1GW에 불과하다"며 "이같은 사실에 비춰 볼 때 원전 설비 증설은 세계시장에서 아주 미미한 수준에 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미 재생에너지가 비용 측면에서도 더 저렴해졌기 때문에 원전은 말 그대로 '멸종위기'를 맞고 있다"며 "신규, 기존원전 모두 태양광이나 풍력에 비해 비싸지고 있어 오히려 기후변화 대응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강조했다.

▲ 질문을 경청하고 있는 마이클 슈나이더.
▲ 질문을 경청하고 있는 마이클 슈나이더.

▶마이클 슈나이더에게 듣는 원전의 현실

마이클 슈나이더는 발표 이후 별도의 질의응답 시간을 갖고 자신의 견해를 더욱 자세히 밝혔다.

그는 "미국에서는 재생에너지가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원자력뿐만 아니라 석탄과 비교해서도 경쟁력을 갖춰나가고 있어 보조금 지급이 없어도 사업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전반적으로 원자력 에너지가 전체적으로 줄어드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며, 특히 개도국에서는 원전 수명연장을 하지 않고 있어 전체적으로 원전의 증가량은 큰 변화가 없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지금의 원전은 재생에너지 확대에 장애물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원자력만큼 유연성이 떨어지는 에너지원은 없다. 독일의 경우 원자력과 석탄의 효용성이 점차 떨어지고 있는 추세다."

슈나이더는 자신이 주도해 집필한 '세계원전산업동향 보고서'의 신뢰도를 강조했다. 미국 에너지부 TF 팀에서 공식 보고서로 채용할 만큼 객관적인 부분에서 신뢰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보고서에 기재된 수치는 공식적으로 공개된 것으로, 이에 대해 원전산업계의 반론은 없었다. 다만 '원전이 멸종위기에 있다'거나 '오히려 기후변화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부분에서는 이들(원전산업계)이 동의하지 않을 수 있다."

그는 대표적인 탈원전국가인 독일의 예를 들며 한국의 '에너지전환'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언급했다.

슈나이더에 따르면 독일의 경우 '탈원전'에는 성공했으나 '탈석탄'은 아직 미흡한 상황이다. 때문에 완전한 탈석탄을 위해 재생에너지에 더욱 주력하고 있다. 한국 역시 독일과 마찬가지로 재생에너지가 원전, 석탄을 충분히 대체할 수 있다는 게 그의 견해다.

그는 다만 "한국의 기술경쟁력을 고려하면 글로벌 재생에너지산업에서 선두를 차지할 수 있는데, 아직 그런 부분이 보이지 않아 아쉽다"고 지적했다.

한국에서 재생에너지 최대 비중이 20%를 넘기 힘들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재생에너지가 20%에 한정된다는 것은 어디에서도 증명되지 않았다"며 "가짜목표나 상징적인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근거와 예측으로 충분히 이를 넘어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재생에너지의 최대 단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간헐성 문제는 기본적으로 기저에 반응하는 개념보다는 변화하는 수요에 맞춰 유연성을 갖춰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소수력이나 바이오메스의 경우 수요에 맞춰 즉각적인 변동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기존에 설치, 운영되고 있는 석탄과 원전이 새로운 혁신(재생에너지)을 만드는데 장애물이 되고 있다. 재생에너지에 기반한 에너지시스템으로 넘어가기 위해서는 이들을 배제해야 한다. 독일에서 원전, 석탄이 여전히 주력 에너지원으로 남아있었다면 지금처럼 재생에너지가 성장할 수 없었을 것이다."

'소형원자로가 활성화되면 원전산업이 다시 호황을 누릴 수 있지 않겠나'라는 질문에는 "소형원자로의 경우 새로운 기술이 아니라 기존이 이미 개발됐던 기술이며, 혁신적인 것이 아니다"라며 "경제성을 위해 크기를 키우면서 결국 소형원자로의 장점들이 사라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새로운 원자력 기술을 논하기에는 시간이 없다"며 "소형원전 상용화까지 수십년이 걸리는 만큼 결국 새로운 원전기술을 논하는 것 자체가 비효율적"이라고 선을 그었다.

원전의 안전성에 대해 그는 "매우 불안하게 생각한다"고 일축했다. 원전 운영사(유틸리티 기업)의 재정이 좋지 않아서라는게 그 이유다.

"한전의 경우 2016년부터 주가 폭락으로 재정적 압박이 있다"며 "이는 안전성 문제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웨스턴하우스, 아레바  등 해외 원전기업들의 파산도 언급했다..

마지막으로 슈나이더는 신규원전 수출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신규원전 수출시장은 없다고 본다. 현재 추진 중인 몇가지 신규원전 프로젝트의 경우 지정학적, 군사적 이슈 등에 의한 것으로, 전력공급 측면, 즉 자율경쟁시장체제에서의 원전 수출은 없다고 볼 수 있다"고 언급한 그는 "아레바가 과거 프랑스에 원전을 지을 때 30억달러 규모의  손해를 입었다. 아마 한전도 UAE 원전 수주로 앞으로 대규모 손실을 볼 것이다. 손실을 입으면서 수출하는 것은 이해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 윤기돈 에너지정보문화재단 상임이사(왼쪽부터), 마이클슈나이더, 김성환 국회의원, 윤순진 재단 이사장.
▲ 윤기돈 에너지정보문화재단 상임이사(왼쪽부터), 마이클슈나이더, 김성환 국회의원, 윤순진 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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