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ㆍ바른미래당ㆍ원자력학회 등 비판 공세 높여
정부ㆍ환경운동연합은 “대만 사례 확대 해석 경계”

대만이 ‘2025년까지 가동 중인 모든 원전을 중단시킨다’고 규정한 전기법 조항 폐지안건에 대한 국민투표 결과, 찬성 59.5%로 가결됨에 따라 우리나라의 탈원전 정책에 대한 찬반 여론이 다시 뜨거워지고 있다.
대만이 ‘2025년까지 가동 중인 모든 원전을 중단시킨다’고 규정한 전기법 조항 폐지안건에 대한 국민투표 결과, 찬성 59.5%로 가결됨에 따라 우리나라의 탈원전 정책에 대한 찬반 여론이 다시 뜨거워지고 있다.

[에너지신문] 탈원전을 추진해오던 대만이 ‘2025년까지 가동 중인 모든 원전을 중단시킨다’고 규정한 전기법 조항 폐지안건에 대한 국민투표 결과, 찬성 59.5%로 가결됨에 따라 우리나라도 탈원전에 대한 찬반 여론이 또다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대만은 지난 24일(현지시각) 실시된 국민투표에서 '2025년까지 가동중인 모든 원전을 영구 정지한다'는 내용의 전기사업법 95조1항을 폐기하기로 결정했다. 이로써 대만의 '탈원전' 정책은 시행 2년도 안돼 원점으로 돌아가게 됐다.

차이 총통은 지난 2016년 대선에서 "2025년까지 원전 없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공약하고 지난해 1월 전기사업법을 개정해 '2025년까지 모든 원전의 가동을 완전히 중단한다'는 조항을 만들었다. 이후 대만에 있던 총 6기의 원전 중 4기의 가동이 중단됐으며 대만 총 전력생산에서 원전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2년 16.1%에서 지난해 8.3%로 줄었다.

그러나 일부 원전 가동 중단과 대체에너지 생산 부족, 미숙한 전력체계 운영 등이 겹치면서 대만의 전력 수급 불안감이 갈수록 커지고 있었다.

올해 4∼8월 여유 전력이 10% 이상인 상태를 의미하는 '녹색 신호'가 켜진 날은 13일밖에 안 됐고, 수요가 공급에 육박할 때 켜지는 '황색 신호'가 연일 이어졌으며, 이보다 경계등급이 높은 '오렌지 신호'가 켜진 날도 18일이나 됐다.

지난해 8월에는 다탄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 고장으로 대만 전국 가구의 절반이 정전되기도 했다.

올해 여름에도 전력부족 사태가 계속되면서 일부 원전이 재가동되기도했다. 원전을 대체하기 위해 LNG 발전소를 대폭 증설하고 신재생에너지 생산을 늘린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환경단체의 반발 등으로 태양광 발전 설치와 LNG 터미널 증설은 난항을 겪고 있었다.

전기요금 인상 논란까지 겹치면서 대만 국민의 탈원전 정책에 대한 여론은 갈수록 악화됐다. 결국 탈원전 국민투표를 요구하는 국민청원 운동을 벌였으며, 법정 요건(28만1천745명)을 넘는 서명을 받아내 국민투표가 이뤄졌다. 국민투표 결과 원전 운영 중단 시기를 못 박은 전기사업법 조항이 폐지됨으로써 대만 정부의 탈원전 정책은 사실상 끝났다.

◆ 다시 들끓는 한국의 탈원전 찬반 여론

대만의 국민투표결과 탈원전 정책 폐기가 가결되자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곧바로 탈원전을 비판하는 논평을 내놨다.

26일 윤영석 자유한국당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전기요금 폭등, 블랙아웃 공포, 대기오염 증가를 불러온 대만 진보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대해 유권자들이 사형선고를 내린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특히 “에너지빈국이라는 점에서 또 산업구조 면에서 우리 사회의 구조는 여러 모로 대만과 유사하다. 오히려 재해에 의한 원전사고 위험은 대만이 압도적으로 높다. 게다가 우리 원전산업은 대만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국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라며 “이런 원전산업은 최근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산업기반이 허물어지고 있으며, 이제 계획 중이던 원전의 백지화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전기료 폭등으로 허리가 휜 서민들이 거리로 뛰쳐나오고, 블랙아웃으로 산업 현장이 온통 마비되고, 온 국민이 마스크 끼고 출근하는 재앙이 닥쳐야 이 위험한 폭주를 그만둘 것인가. 온 국민이 나서서 ‘탈원전 탄핵’을 외칠 날이 멀지 않았다”라며 “문재인 정부는 더 늦기 전에 국민이 원하지도, 국가의 미래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 기만적, 위선적, 퇴행적 탈원전 정책을 즉각 중지하기 바란다”고 논평했다.

같은 날 김삼화 바른미래당 수석대변인도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별 다른 에너지 자원이 없고, 제조업 중심의 경제구조라 전력소모가 많은 대만의 선택은 무턱대고 추진한 탈원전이 재앙이 될 수 있음을 증명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더구나 우리나라는 전력수급 문제에 더해 원전산업이 주요 수출품이라는 점에서 급격한 탈원전이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이 훨씬 클 수 밖에 없다”라며 “현재 원자력 산업 생태계는 탈원전 정책으로 국내 신규 원전 건설이 백지화되면서 우수한 원전 기술력이 사장되고 붕괴될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그는 “정부는 원전 수출을 통해 원전산업의 붕괴를 막을 수 있다며 계속해서 원전 수출을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으나,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선언 이후 해외원전을 수주한 사례가 전무한 실정이다”라며 “국내에서는 위험하다며 탈원전 정책을 펴고, 국제사회에는 우리의 원전 기술이 안전하고 우수하다며 홍보하는 모순의 당연한 결과다”고 비판했다.

이날까지 더불어 민주당과 정의당은 별다른 논평을 내놓지 않았다.

학회와 시민단체의 찬반여론도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한국원자력학회는 26일 입장문을 발표하고 "더 늦기 전에 우리 정부는 국민들의 의사를 물어 탈원전 정책을 철회하고 합리적인 에너지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자력학회는 "현재 우리나라가 처한 상황은 대만과 매우 유사하며 타산지석으로 삼을 시사점이 많다"라며 "대만의 집권당인 민진당이 마땅한 대안 없이 강행한 원전 정지로 인해 국민들은 만성적 전력부족에 힘들어 했고 급기야 작년 8월 대정전을 겪어야 했다"고 평가했다.

특히 "대만의 탈원전 정책 입법과 이번의 결정 번복은 법률에 바탕을 두고 국민의 대의를 묻는 적법한 과정을 거치고 있다"라며 "우리 정부는 대통령 공약과 국무회의 의결만으로 이미 결정된 신규 원전 건설 계획을 백지화하고 탈원전정책을 일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에너지정책 합리화를 추구하는 교수협의회도 이날 성명서를 내고 "우리 정부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진행된 타이완의 탈원전 이행과 폐지 과정에서 뼈아픈 교훈을 얻어야 한다"라며 "정부 차원에서 공식적이고 객관적으로 국민의 의사를 묻는 절차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와 달리 환경운동연합은 성명서를 통해 “대만의 국민투표 결과는 단지 관련 법조항 폐지만 결정된 것이지 대만 정부의 2025년 원전제로 목표가 수정된 것은 아니다”라며 “대만이 탈핵정책을 아예 포기하거나, 신규원전을 추진하게 됐다고 일부 보수언론이 확대해석하는 것을 경계한다”고 밝혔다.

또 환경운동연합은 “우리의 상황은 대만과 전혀 다르다. 우리는 핵발전소 밀집도 세계 1위로 23개의 핵발전소가 운영 중이며, 5기가 건설 중이다. 또한 한국은 대만보다 60년 가까이 늦은 2080년대나 탈핵을 완료하는 장기계획이다”라며 “대만이 탈핵 때문에 전력난을 초래했다는 것도 사실과 다르다. 작년 여름 대만의 정전 사건은 한 번에 6기의 가스발전소의 밸브가 잠기는 인적실수로 멈춰서면서 발생한 사건이다. 오히려 대용량 발전소 밀집이 전력안정성에 큰 문제가 생길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고 강조했다.

특히 환경운동연합은 “우리가 탈핵에너지전환을 선택한 이유는 단지 대만 때문이 아니다. 이미 전 세계가 핵발전소를 줄이고,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는 에너지전환 시대로 가고 있다는 점은 달라지지 않았다. 다만 이를 실행하는 속도와 가는 경로가 다를 뿐이다”라며 “우리가 이번 대만의 국민투표로부터 배워야 할 것은 원자력계와 결탁한 국민당의 구시대적인 발목잡기에도 불구하고 굳건하게 2025년 원전제로를 향해 재생에너지 확대정책을 현실화시키고 있는 민진당 정부의 강력한 의지다”고 주장했다.

한편 정부는 "대만과 우리가 추진해 왔던 정책이 같은 점도 있지만 다른 점도 많다"며 대만의 탈원전 정책 폐기로 국내 에너지전환 정책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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