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산업연구회, 세미나서 통합론 강하게 질타
9.15정전사태 원인 비정상적 낮은 전기요금 탓
전기위원회 기능-권한 확충 바람직 주장

한전과 전력거래소 계통운영 통합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전력산업연구회가 9.15 정전사태의 원인분석과 대안을 제시했다.
 
전력산업연구회(운영위원장 신중린)는 지난 13일 팔레스호텔에서 '9.15 정전사태와 전력산업 구조개선 방향'이란 주제의 조찬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주제발제를 한 손양훈(인천대)교수는 단기적인 전력공급의 확대가 어렵고 향후 3~4년간 만성적인 전력부족 현상이 예상되는 등 9·15 정전사태가 일시적인 사고가 아닌 구조적 문제라는 점을 지적했다. 특히 송전설비의 부족이나 원전 고장 등의 요인이 겹치는 경우 전국적인 정전사태가 발생하는 국가적 위기도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손교수는 "전력산업에서 올바른 가격신호를 주지 못한 것이 9.15 정전사태의 근본 원인"임을 지적하고 "정부가 전기요금을 정치적으로 결정하여 전력시장에 정확한 가격시그널을 주지 못하여 공기업 적자를 확대시키고 전력의 공급기반을 약화시킨 점은 큰 정책적 실패"라고 주장했다.

손교수는 "최근 논의되는 한전과 전력거래소의 통합은 판매부문을 보유한 한전에게 공급설비에 대한 계통운영권까지 부여하는 이해상충(conflict of interest)적 발상으로 이미 민간이 10% 이상 참여하고 있는 전력시장의 공정성을 훼손하는 발상이라고 지적하고 이러한 논의는 한전 판매부문의 분리를 전제로 할 때만 가능한 방안"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손교수는 "전기요금을 정치적 영향으로부터 지키고 지금까지 유명무실하게 유지하였던 전기위원회의 기능과 권한을 확충하고 그 독립성과 전문성을 높임으로써 전력산업에 대한 규제기능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진 토론에서 신중린(건국대)교수는 "9·15정전사태 수습 대안으로 전력거래소와 한전을 통합하자는 것은 마치 당나귀 주인과 몰이꾼이 다르기 때문에 생긴 문제라고 주장하는 셈이라며 무리하게 짐을 싣게 한 것이 보다 근본적인 문제"라고 설명했다. 신교수는 "정전사태의 본질은 적정이하의 전기요금으로 인한 전력 과소비 현상"이라고 지적하고 "이같은 적정이하의 전기요금은 절전·효율향상·사용최적화 등과 같은 전력소비 합리화 기술에 대한 투자를 크게 위축시키며 결과적으로 총체적인 전력산업의 국제경쟁력을 저하시키는 셈"이라고 주장했다.

한국경제연구원 조성봉 초빙연구위원은 "전력거래소와 같은 계통운영자를 발전사업자를 자회사로 두고 또한 판매사업을 독점적으로 운영하는 한전과 통합하는 것은 계통운영기관에 대한 국제적 기준과 상반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낮은 전기요금으로 전 한전사장이 주주들로부터 소송을 당한 것도 정부가 한전이 상장된 주식회사라는 것을 잊고 공기업이라는 이유로 지나친 가격규제를 시행하였기 때문"이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결과적으로 납세자가 전기소비자가 내야할 돈을 대신 내고 있는 상황"이라며 "자연독점적 산업의 규제에 대한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기 위하여 전기위원회와 같은 규제기관의 독립성과 전문성 그리고 권위가 더욱 강화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간발전협회의 박수훈 부회장은 송전, 계통운영 및 시장운영의 국제적 사례를 소개한 후 계통운영자가 발전과 판매부문과 같은 전력사업과는 분리되어 있음을 강조한 후 최근 국회에서 전력거래소의 계통운영기능을 한전으로 통합하는 의원입법안이 제시된 것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특히 구조개편 이후 전력거래소가 전력계통 및 발전소 제어 업무를 담당하였고 한전은 송전망 운영 및 유지만을 담당하여 전력시장에서의 계통운영 경험이 전무하며 무엇보다도 한전은 사업자로서 공정한 경쟁시장의 운영을 저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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