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품정량 판매, 유사석유 유통 근절 등 자정노력 이어져야

마트주유소 확대, 카드수수료 부담, 정품정량 주유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신.

최근 주유소업계가 가장 곤혹스러워하는 요인들이다.

반면 소비자들에게는 싼 가격에 대기업의 브랜드를 달 고 있는 마트주유소는 줄을 서서라도 꼭 이용하는 공간이 됐고 마트주유소가 들어서면 아파트 값이 올라간다며 아파트 부녀회가 사용 권장까지 하고 있는 상황이다.

▲ 용인시 수지구 롯데마트 에쓰오일 주유소.

각종 할인 혜택과 포인트 적립 등은 소비자들로 하여금 현금 대신 신용카드 사용을 유도하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이와 동시에 일부 언론에서는 주유소에서 기름을 정량보다 적게 판다는 뉴스부터 유사석유를 판매하다 적발됐다는 소식들이 끊임없이 보도되고 있다.

이에 대해 주유소업계는 주유소 업황이 악화되고 있는데다 치열한 가격경쟁이 유사석유를 유통시킬 수밖에 없는 유혹으로 다가오고 있다고 해명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주유소업계만의 외침일 뿐 소비자 입장에서는 값싼 주유소를 찾는 것이 당연한 선택이다.

지난달 14일 소비자시민모임이 운영하고 있는 석유시장감시단이 개최한 ‘주유소의 휘발유 판매유형과 소비자선택’ 세미나에서는 주유소협회 한진우 회장과 무폴주유소를 운영하고 있는 역곡주유소 조원준 실장이 참석해 이와 같은 주유소 업계의 답답한 현실을 토로했다.
하지만 현실은 여전히 ‘돈벌이 되는’ 주유소 운영인들의 배부른 소리쯤으로 치부되고 있다는 점이다.

▲주유소현실 누가 알아줄까...답답한 주유소 업계

세미나에서 주유소협회 한진우 회장은 “휘발유 가격 1717원일 경우 세금이 902원에 달해 기름가격에서 차지하는 세금의 비중이 53% 수준이고, 이중 정유사가 공급하는 원가 43%를 제외하면 주유소의 실제 유통 마진은 5% 수준에 불과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유 역시 “주유소 평균 판매가격 1514.6원 중 세금이 658.5원으로 43%를 차지하고 정유사 공급가격이 786.7원으로 52%를 차지해 이 또한 5% 수준의 마진에 불과하다”고 한 회장은 강조했다.

5%의 마진 중에서도 신용카드 수수료 1.5%가 지출되고 나면 인건비와 각종 관리 비용을 부담하는데도 빠듯하다는 입장.

최근 정유사 직영 주유소를 중심으로 확대하고 있는 셀프 주유소 도입도 쉽지만은 않은 선택이라고 한 회장은 밝혔다.

그는 “셀프주유소의 경우 주유원을 감축해 기름 값을 낮출 수 있는 최대 한계가 리터당 20~30원에 불과해 1대당 2000만원이 넘는 셀프주유기 도입에 나서기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과거처럼 정유사로부터 시설지원자금을 지원받기도 어려운 실정이기 때문에 자금력이 탄탄한 정유사 직영주유소를 제외하고는 일반 자영주유소가 셀프주유시스템으로 선뜻 전환하기도 어렵다는 주장이다.

결국 셀프주유소는 저렴한 기름을 원하는 소비자의 요구에 따라 당연한 도입될 수밖에 없는 시스템이지만 초기 시설투자비용을 감당할 수 없거나 기존 시스템의 유지조차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러한 가격경쟁 부담은 결국 소비자에게도 그 피해가 돌아갈 수 있다. 가격경쟁에 치우친 일부 주유소들이 부정 면세유나 유사석유 판매 등의 유혹에 쉽게 넘어갈 소지가 크다는 것이다.

하지만 어떤 주유소가 불법 석유를 유통시키고 정량을 속이는지 알기 힘든 소비자들에게 값싼 주유소는 문제가 있을 수 있으니 피하는 것이 좋다고 일일이 설명할 수도 없는 것이 주유소업계가 처한 딜레마다.

최근 불거진 정량 미달 주유에 대해서도 주유업계는 법적 허용치 안에서 자연 오차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정량보다 더 많이 주유하는 오차 발생 주유소의 수는 적고 반면에 오차범위의 하한치에 근접한 주유소가 더 많은 것은 어떤 이유인지 반문하고 있다.

▲무폴 주유소 경쟁력 확대, 자체 주유소 감축안 등 독자생존 전략 마련해야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롯데마트 장영태 이사는 “전국적으로 9개 정도에 머무르고 있는 대형마트 주유소는 소비자의 저렴한 기름 구매 욕구에 맞춰 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대형마트 주유소가 가격경쟁에 밀린 기존 주유업계의 반발을 사고 있지만 수많은 소비자의 선택을 받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렇다면 주유소업계의 문제점을 해결해 줄 현실적은 돌파구는 없는 것일까?

“주유소 선택에 있어 가격이 싼 주유소를 선택한다는 답변이 60%에 달했지만 서비스나 기타 부분을 선택한 소비자들도 분명 존재한다”고 밝힌 한양대학교 경제금융학부 윤원철 교수의 주장이 일부 해답이 될 수 있겠다.

가격적인 요인이 부정할 수 없는 주유소 선택의 첫번째 요인이지만 그렇지 않은 소비자들도 분명 존재하는 만큼 주유소업계의 자체 경쟁력 확보도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무차별한 가격경쟁과 이로 인한 업황악화는 어찌 보면 주유소업계가 자초한 측면이 존재한다.

거리제한 철폐 후 우후죽순처럼 주유소가 설립, 무려 1만3000여개에 달해 주유소 수가 과다하게 많다는 점은 모두가 인정하는 부분이다.

경쟁력 없는 주유소들의 자진 폐업을 유도하기 위해 주유소협회는 일본처럼 폐업지원자금 지원을 요청하고 있지만 타 업계와의 형평성 문제와 재원마련 등의 이유로 현실적인 대안이 되기 쉽지 않다. 폐업지원자금을 받아 어떤 업종으로 전환할 것인지 구체적인 계획도 미비하다.

폐업지원자금은 정부에서도 현실적인 대안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그렇다면 유사석유 유통 주유소 등 비정상적 주유소 운영인들의 시장 퇴출과 신규 주유소 진입 제한 등을 통해 자연스런 시장정리를 기대할 수밖에 없다.

이를 위해 주유소협회는 올해 각 지자체에 유사석유 유통 적발 주유소에 대한 과징금 처벌을 없애고 영업정지로 처벌 일원화를 요청하는가 하면 주유소 삼진아웃제 강화 도입에도 공을 기울이고 있다.

기름가격 안정을 위해 정부가 무폴 주유소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지원체제 구축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같은 맥락이다.

지경부에서도 무폴주유소에 대한 석유품질보증 프로그램 도입에 나서겠다고 밝힌 만틈 소비자가 더 큰 믿음을 갖고 무폴 주유소를 찾을 수 있도록 구체적인 석유품질보증 프로그램을 도입하자는 석유시장 감시단의 제안이 현실화 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 외에도 정유사 브랜드를 내건 주유소와의 차별화된 경쟁력 확보는 주유소업계가 해결해야할 과제다.

정유사의 경우 유사석유를 판매하다 적발된 계열 주유소의 상표철거 등 디브랜드를 확대해나가는 한편 수익성이 없는 직영주유소의 매각을 서두르고 있다.

주유소 매각이나 디브랜드로 큰 영향을 받지 않는 정유사와 주유소 1곳을 운영하는 개인 사업자간의 비교는 불가능 하겠지만 포화상태인 주유소업계의 자체 정화능력 강화는 필수적이다.

또한 정부가 주유소의 수익원 다변화를 위해 유외사업을 위한 각종 규제를 완화하고 있는 만큼 정유사 차원의 유외사업 확대는 물론 각 주유소별 유외사업의 개발과 차별화, 확대 또한 절실하다.

유외사업 확대는 주유소의 수익원 다변화 뿐 아니라 소비자가 주유소를 찾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해 결국에는 주유소가 기름가격 경쟁에서도 자유로워질 수 있는 무기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작권자 © 에너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