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여건 맞는 기후변화협상에 최선

온실가스감축, 비용 아닌 새로운 경제적 기회 제공

에너지안보 제고·신성장동력 확보 위해 주력해야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변화에 대한 대비가 세계 각국의 주요 과제가 된 요즘.
기후변화협상에 있어서 자국의 여건을 최대한 반영하려는 각국의 노력은 뜨겁기만 하다.
협상 결과가 참가국들의 국내 경제운용에 엄청난 변화를 불러오기 때문이다.
이러한 다자간 국제협상에서 국제기후변화 협약에 참여하면서 동시에 협상결과에 따른 국내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우리의 입장을 대변하는 이가 바로 외교부 손성환 기후변화대사다. 손 대사를 만나 향후 추진될 기후변화협상의 대책 등에 대해 들어봤다. /편집자 주

▲ 손성환 기후변화대사
△ 세계적으로 기후변화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습니다. 외교통상부 기후변화대사의 주요 역할에 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기후변화 협상은 다자협상 중에서 내용과 과정이 가장 복잡하고 정치적으로 타결하기도 어려운 협상입니다. 또한 190개가 넘는 거의 모든 유엔 회원국이 참여하고 있는 회의로서 참가국간에 합의가 없으면 결정이 이루어지지 못합니다.

협상의 과정과 합의가 어려운 이유는 지구온난화의 방지를 위해 참가국들이 국내 경제운용의 틀을 전면적으로 바꿔야하고 이를 위해 화석연료에서 재생에너지로 에너지 사용을 전환하고 생산방식과 공정을 바꾸는데 비용이 소요되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는 기후변화 협상에서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국제적 노력에 동참하면서도 국제적 규제를 위한 규범 제정 과정에서 우리의 경제적 현실 및 여건이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기후변화 협상에 대부분의 국내 경제부처 및 관련 연구소가 참여하고 있는데, 기후변화대사는 협상 현안별 각 부처의 다양한 입장과 견해를 조율하고 실제 협상과정에서 우리 입장을 최대한 반영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 그동안의 성과와 향후 추진될 우리의 협상대책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우리나라는 기후변화 협상에서 온실가스를 의무적으로 감축해야 하는 선진국(Annex I 국가)이 아니라 개도국으로 분류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1996년에 OECD에 가입했고, 개도국으로는 최초로 다른 개도국에 공적개발원조(ODA)를 공여하는 국가이며, 2010년에는 G20 정상회의를 개최한 국가입니다.

따라서 우리의 능력 및 국제적 위상에 걸맞는 역할을 수행할 것을 요구받고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2009년 2020년 온실가스 배출전망치(BAU) 대비 30%를 감축 하겠다고 대외적으로 천명한 것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국제적 기대에 선제적으로 대응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의 감축목표는 IPCC가 개도국에 권고하고 있는 온실가스 감축의 최고 수준으로 개도국 중 최초로 과감한 감축 목표를 제시하였습니다.

이와 같이 우리나라는 선발 개도국으로서 협상과정에서 선진국과 개도국간의 가교역할을 수행해 나가고자 합니다. 가장 어려운 협상 현안인 온실가스 감축 방안과 관련, 우리나라는 개도국이 자발적으로 실시하는 온실가스 감축 정책 및 조치와 선진국의 재정과 기술 지원이 연계되는 공간으로 등록소(Registry) 개념을 주장했습니다.

지난해 멕시코 칸쿤 총회에서 레지스트리 개념이 정식으로 승인을 받고 결정문에 채택됨으로써 개도국의 감축과 선진국의 지원을 모두 촉진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었습니다.

△ 기후변화협상과 녹색성장을 어떻게 연결 지어야 하는지 견해를 듣고 싶습니다.

기후변화 협상은 대기 중 온실가스 감축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화석연료가 중심이 된 각국의 에너지 정책을 재생에너지 위주로 전환해야 하며, 이를 위한 투자의 방향이 바뀌어야 합니다.

우리정부는 2008년 저탄소녹색성장을 새로운 국가정책의 비전으로 설정하였습니다. 녹색기술과 청정에너지를 바탕으로 자원사용을 최소화 하고 환경오염을 줄이는 동시에 신성장 동력 및 일자리 창출 등을 통한 지속가능한 성장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기후변화 협상에서 선진국과 개도국간의 중·장기 온실가스 감축방안에 관한 입장 차이로 인해서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습니다. 그러나 각국이 국내적으로 녹색성장을 적극 추진하여 온실가스 저감뿐만 아니라 에너지 안보 제고, 일자리 창출 등의 선순환 구조가 정착이 될 경우, 협상에서 국제적 온실가스 감축방안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볼 수 있습니다.

△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우리나라의 과제는 무엇이며 향후 어떻게 추진되는 것이 바람직한지요.

우리 정부의 녹색성장 정책은 OECD, UNEP 등 국제기구와 여러 국가들로부터 과감하면서도 미래지향적인 정책으로 많은 찬사를 받고 있습니다. 이러한 정책이 효과적으로 이행되기 위해서는 G20 차원에서도 추진되고 있는 화석연료에 대한 보조금 감축 및 부단한 에너지 효율 향상이 필요합니다.

특히 최근 발생한 정전사태에서 보듯이 전력요금의 현실화를 통해 사용 에너지에 대한 적정한 가격을 산정함으로써 에너지의 효율적 사용 및 절약을 유도하는 정책이 필요합니다.

또한 배출권거래제가 2015년부터 차질 없이 시행될 수 있도록 목표관리제 등 기초여건을 다져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배출권거래제는 온실가스를 줄여갈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시장 매카니즘으로 탄소에 가격을 부여함으로써 에너지 수요관리 및 효율 향상을 동시에 거양할 수 있는 제도입니다.

△ 내년 개최예정인 유엔 지속가능발전 정상회의에서는 지속가능한 발전에 대한 논의와 중기적인 녹색경제체제 전환을 위한 로드맵이 수립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내년 브라질 리오데자네이로에서 1992년 개최 리오 정상회의 20주년 기념하는 유엔 지속가능발전 정상회의, 일명 Rio+20 회의가 개최됩니다. 1992년 리오 정상회의에서는 유명한 리오선언 및 의제 21이 채택된 바 있습니다.

이러한 선언문은 비록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연성법의 일종으로서 국제 환경협력 논의의 기초로 활용되며 향후 논의의 원칙과 협력의 방향을 제시하는 등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한국은 Rio+20 준비위원회 공동의장국이자 녹색성장 주도국으로서 금번 논의에 적극 참여하고 우리의 녹색성장정책을 적극 홍보하는 한편 녹색성장 정책이 정치·사회적 이념의 차이와 선진국, 개도국 할 것 없이 모든 국가에게 필요한 정책이라는 것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 국제기구들의 협력과 역할 조율이 매우 중요한 과제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어떠한 방향으로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견해를 말씀해 주십시오.

UNEP은 2010년 한국의 녹색성장 정책에 대한 보고서를 통해 ‘한국의 녹색성장 정책이 다른 동아시아 국가들에게 도미노 효과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나 녹색성장 정책이 국제적으로 아직 정착되지 않았으며 일부 개도국은 녹색성장 정책이 선진국의 개도국에 대한 ODA 등 지원의 조건으로 기능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갖고 있습니다.

따라서 OECD, UNEP, World Bank 등 관련 국제기구들과 녹색성장 정책의 개념을 정립하고 국제적 추진방안에 대해 긴밀히 협력함으로써 녹색성장 정책을 국제적으로 확산시켜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 기후변화에 대비한 정부와 산업계의 협력이 중요한 과제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어떠한 방향으로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견해를 말씀해 주십시오.

기후변화 협상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국제적 규제를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갈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러나 온실가스 감축은 기업에 대해 신규 기술투자 등 경제적 비용을 부담시키지만 감축을 통한 에너지 절약과 신기술 개발의 부수적 효과가 발생할 뿐 아니라, 기업의 친환경 이미지 구축이라는 측면에서 기업이 적극 대응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특히 무역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경우 기업과 상품의 친환경 이미지는 해외시장에서의 경쟁력 제고에 크게 도움이 됩니다.

따라서 우리 정부가 실시 예정인 배출권거래제도에 적극 대응하여 온실가스 감축이 비용이 아니라 기술개발 및 신시장 창출의 새로운 경제적 기회를 제공한다는 인식으로의 전환이 요구됩니다. 정부로서도 재생에너지 산업 등 녹색산업이 새로운 신성장 동력과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수 있는 각종 지원제도와 정책을 강화해 나갈 계획입니다.

△ 마지막으로 기후변화와 관련 한국의 차세대 에너지정책 방향에 대한 견해를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우리나라는 에너지 자원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국가입니다. 특히 전량 수입하고 있는 화석연료의 경우 국제적 수요는 증가하는데 반해, 생산지역의 중장기적인 불안정성이 쉽게 해소되지 않을 전망입니다. 따라서 우리나라는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도를 과감히 줄임으로써 기후변화에 대응할 뿐 아니라 에너지 안보를 제고하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다목적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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