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의 사각지대 석유일반판매소

[에너지신문] 계량기는 우리 일상에서 단위를 측정하는 중요 수단이며 적정한 가격을 지불하는 지표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계량에 관한 법률’에 의해 정확성을 검증해 공정한 상거래 질서를 유지 시키고 있다.

그러나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사업법에 명확한 근거와 규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계량기의 미 사용으로 소비자의 피해가 끊이질 않고 있는데도 이를 제대로 관리 감독하지 않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 있다. 바로 석유제품 배달판매이다.

석대법 시행규칙 제2조에는 이동판매와 배달판매에 대한 규정이 있어, 배달판매의 방법으로 ‘계량 법 시행령 별표 7제10호’에 따른 ‘눈새김탱크’인 계량용기를 이용해 실소비자에게 판매를 하도록 하고 있다. 그럼에도 제대로 관리감독이 되지 않아 배달판매에 많은 판매업자가 법을 어기고 계량용기가 아닌 흰 통을 무분별하게 사용해 소비자 피해가 우려된다.

몇 년 전에 석유판매소가 흰 통으로 석유 판매를 하면서 양을 적게 준다는 소비자 민원이 있어 해당 지역 석유담당 공무원과 함께 해당 석유판매소를 돌아 본적이 있다.

조그만 소형트럭 안에는 30여개의 흰 통이 석유제품을 담고 있었는데 내용물의 양을 측정해보니 17리터 정도였다. 또 어떤 차에 실린 통들은 13리터로 나타났다. 아마도 17리터 통은 소비자에게 20리터, 13리터 통은 15리터라고 속여 판매하고 있었다고 추정된다.

물론 판매업자는 결코 20리터 또는 15리터라고 양을 속여 판매한 적이 없다며 발뺌했다. 그리고 우리가 보는 자리에서 즉시 통 표면에 매직으로 17리터, 13리터라고 써 넣었다.

겨울철 다른 에너지 보다 값비싼 등유를 난방연료로 쓰고 있는 소비자는 대부분 도시가스 혜택을 보지 못하는 영세서민 등 에너지 빈곤층들이다.

그들의 입장에서는 날이 추워질수록 오르는 기름 값이 큰 부담이다 보니 인근 주유소, 판매소보다 저렴하게 가격을 부르는 곳을 선정해 기름을 넣는다. 하지만 이때 그들이 알아보는 기름 값 비교 치에는 큰 오류가 있다.

21세기 첨단 시대에 살면서도 아직도 대부분 리터당 얼마냐고 묻는 것이 아니고 한통 또는 한말에 얼마인지 물어 본다. 물론 소비자에게 한통이 20리터 또는 15리터라는 인식이 이미 자리하기 때문이다.

불법유통 단속으로 가짜 휘발유 줄자 가짜 경유 늘어

17·13리터 통 이용한 양 속이기, 소비자 피해 심각

▲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임총재 석유일반판매소 협회 회장(왼쪽 두번째)는 지난 7월 석유법정용기를 제작하는 동양모던테크를 방문해 제작 관련 미팅을 진행하기도 했다.

대부분의 석유판매소는 20리터, 또는 15리터의 법에서 정한 눈새김탱크를 사용하게 돼 있다. 지역에 따라 20리터를 한통으로 기준 삼는 곳이 있고 15리터를 기준 삼는 곳이 있다. 정량을 파는 판매소는 한 통(20리터)에 2만원을 호가하는데 불법 통을 사용하는 곳은 한통(17리터)에 1만 9000원 이하를 부른다.

소비자는 별 계산없이 싸게 호가한 곳에 기름을 주문한다. 당연히 한통에 20리터라고 착각하고는 싸게 샀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얼마안가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알고는 관계 기관에 기름 양이 적다는 민원을 넣기도 한다.

이렇게 영업을 하는 석유판매업자 대부분은 불법 판매업자들이다. 주유소나 석유일반판매소에 위장 판매원으로 들어가 해당 업소로부터 석유제품을 외상으로 구매한 후 그 제품을 소비자에게 자기가 직접 판매하고 자기의 판매마진을 제외한 대금을 입금하는 형식으로 영업을 한다.

이런 행위는 주유소와 판매소가 무등록 판매원들을 고용해 카드 단말기를 지급하고 불법 영업을 하게 해 자신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영업범위를 위반하는 것이다. 무등록 판매원은 그들 판매업자들로부터 석유제품의 외상과 카드단말기 등 판매 행위와 사업자로서 각종 세금을 납입하지 않는 편익 등을 제공받고 반대급부로 비싸게 기름을 구매해 영업을 한다.

따라서 이들이 적정 마진을 남기기 위해서는 별수 없이 소비자에게 양을 속여 판매하는 식으로 마진을 보전할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에 대한 단속은 전무하다 보니 겨울철만 되면 석유제품 배달 차만 10여대 이상을 거느리는 거대 주유소, 판매소들이 생겨난다.

업계에서 풍선효과의 사례로 가짜석유의 주원료인 용제의 불법유통 차단을 위해 단속에 나서자 가짜휘발유 거래는 줄었지만 정량 미달 판매와 등유를 혼합해 만든 가짜경유의 판매가 늘어나고 있음을 지적한다.

더 나아가 석유불법 유통 거래 차단을 위해 주유소의 처벌 기준을 강화하자 주유소의 불법은 줄었지만 석유일반판매소의 불법 판매가 늘어 나고 있음을 또 지적한다.

최근의 석유관리원의 단속 현황을 보더라도 가짜석유, 정량미달 판매 등 각종 석유 불법 유통 사건들이 석유일반판매소로 쏠리고 있다. 특히 정량을 속여 판매하는 곳도 열 곳 중 한 곳에 달한다고 한다.

그러나 그 정량 판매 위반 업소는 대부분이 고정식 주유기보다 관리가 어려운 이동식 주유기의 한계로 인한 것으로 불법 통으로 배달 판매하며 양을 속이는 것에 비해서는 실제적으로 소비자 피해는 미미하다.

왜냐하면 대부분이 고의적인 계량기 조작에 의한 양속임이 아닌 이동주유기의 관리 부실로 인한 오차 범위를 약간 상회하는 위반으로 걸린 사례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통을 이용한 양속임은 보통 15% 이상임에도 단속되지 않고 있어 소비자 피해가 더 클 수 밖에 없다.

지금이라도 소비자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석대법에서 정한 배달판매의 방법 적용을 관리 감독해 모든 석유일반판매소가 법에서 정한 눈새김탱크 사용을 하도록 해야 한다. 또한 석유일반판매소의 업역(業域)을 보호해 주기 위해 주유소의 석유통 배달판매에 대한 단속도 강화돼야 한다.

소비자 보호를 위해 지면을 빌어 석유판매업자의 불법 통 소지부터 철저하게 단속돼야 할 것을 관계 당국에 주문한다. 그래서 등유 값이 싼 뒷면에는 바로 이러한 불법 통의 양속임 비밀이 있음을 올 겨울에는 소비자에게 널리 알려서 그 피해를 줄여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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