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경유 세율인상 논의, 납세자 참여 공론화 통해야
[기고] 경유 세율인상 논의, 납세자 참여 공론화 통해야
  • 김재경 에너지경제연구원 석유정책연구팀장
  • 승인 2018.09.19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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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세제개편을 바라보는 전문가의 시선

[에너지신문] 최근 미세먼지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이 폭넓게 확산되면서 ‘미세먼지 저감’은 어느 새 우리 사회의 중요한 이슈로 자리 잡았다.

2016년 6월, 정부는 ‘미세먼지 관리 특별대책’을 통해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서 수송용 연료, 특히 경유의 상대가격 및 세율 조정 검토를 천명, 2017년 상반기 4개 국책연구기관(조세연, 에경연, 환경연, 교통연)이 이를 검토하는 합동연구를 실시했다.

연구결과 심지어 경유 가격을 휘발유 가격의 120% 수준까지 인상하더라도 질소산화물은 3.5% 초미세먼지는 1.3% 저감되는데 그친다고 보고됐다.

적어도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기에는 충분하지 않은 효과로, 사회적 논란만 야기하다 2017년 6월 경유 세율 인상을 골자로 하는 수송용 연료 세재 개편 방침은 결국 철회됐다.

그러나 여전히 환경부나 환경단체는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서는 경유 세율 인상 등 수송용 연료 세제 개편 필요하다는 주장을 지속하고 있다.

특히 조세재정개혁특별위원회는 2018년 하반기 주요 의제 중 하나로 선정하기도 했다.

현재 진행형인 수송용 연료 세제 개편 논의에 앞서, 먼저 세제 개편은 ‘조세법률주의’ 즉 조세의 부과·징수는 반드시 국민의 대표로 구성된 국회에서 제정하는 법률에 의해야 한다는 우리 헌법상의 원칙부터 다시금 되새겨 보자.

조세법률주의는 경유세율 인상 등 세제개편은 국민적, 사회적 합의(공감대) 없이 일방의 주장으로는 불가하며 결국 사회적 합의가 밑바탕이 돼야 함을 의미한다.

특히 경유차 등록대수 862만대(2015년 비사업용 기준)로, 사실상 경유가 보편적인 서민 연료라는 사회적 인식이 팽배해 있는 상황에서는 경유 세율 인상의 당위성이나 폭(숫자)에 대한 논의에 앞서 사회적 합의를 어떻게 이끌어낼 수 있지, 그 방안에 대한 고민이 먼저이다.

사회적 합의 도출을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세금을 직접 납부하는 납세자 입장에서 조세 부과(부담)의 정당성울 검토해야 한다. 현재 유류세의 핵심인 교통·에너지·환경세는 특정목적 이외에는 사용할 수 없도록 규정된 목적세(earmarked tax)로서, 세수입의 80% 교통시설특별회계(국토교통부, 해양수산부) 전입되지만, 이중 43~49%만이 도로부문 전입(‘교통시설특별회계법 시행규칙’ 제2조)된다.

결국 교통·에너지·환경세 세수입의 34.4~39.2%만이 도로인프라 재원에 기여하고 있다.

교통·에너지·환경세와 같은 목적세의 존립 기본 논거는 수익자 부담 원칙에 따라 징수된 세금이 사전에 정해진 용도에 사용되고, 해당용도로부터 받는 혜택에 비례해 세금이 부과되는, 다시 말해 재원부담과 혜택 간의 균형을 통한 자원배분의 효율성 달성에 있다.

그래서 수익자부담 원칙에 따라 납세자 입장에서 정당성을 인정할 수 있는 유류세의 수준은 교통·에너지·환경세의 평균 36.8% 즉 자동차 운행을 통해 직접적인 수혜 가능 용도인 도로인프라 재원 기여분에 한정된다.물론 최근에는 이러한 수익자 부담 원칙을 넘어 유류세를 원인자 부담원칙(오염자 부담 원칙)에 따른 징벌적 과세로 인식하려는 움직임도 대두되고 있다. 여기서 원인자 부담 원칙이란 일종의 손해배상 차원에서 자동차 배출가스로 인한 대기환경오염, 기후변화, 또는 교통혼잡 등 사회적 피해의 발생원인 제공자가 사회적 피해의 복구비용(곧 사회적 외부비용) 부담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경유세율 이상, 사회적 합의 밑바탕 필요

연료 세제개편에 필요한 것은 단계적 접근

그러나 원인자 부담원칙을 적용할 경우, 정확한 손해사정, 즉 사회적 외부비용 측정의 정확성 문제 해결이 선행돼야 한다. 사실 사회적 외부비용은 개념상 직접 관찰이 불가능해 정확한 추정 자체가 불가능하다. 이로 인해 동일 항목 비용 추정치 편차 상당하며 연구자의 주관성 개입의 여지 및 영향정도가 높다는 문제점이 있다. 최근 관련 연구자들이 사회적 외부비용의 주관성 문제 해결 위한 ‘외부비용위원회’ 설치를 제안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결국 사회적 외부비용은 세율 조정 등 민감하면서도 엄밀해야 하는 결정보다는 세출구조(회계계정별 전입비율) 조정 등의 정책 의사결정의 참고자료로서 활용하는 것이 보다 바람직 할 수 있다. 이러한 견지에서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한 수송용 연료 세제개편은 될 수 있으면 논란을 최소하면서도 사회적 합의가 가능한 부분부터 단계적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단기적으로는 사회적 외부비용을 반영해 교통·에너지·환경세 세출구조(특별회계계정별 전입비율) 조정하는 작업을 우선적으로 수행할 것을 제안한다. 가령 교통시설특별회계와 환경개선특별회계의 전입비율을 현행 80% : 15%에서 사회적 비용을 반영해 조정을 검토하자.

대신 경유 세율 인상 등 실제 수송용 연료 세제개편 여부는 사회적 합의가 필수적임을 감안해 중장기적으로 납세자 참여가 보장된 공론조사 방식의 집단적 숙의과정을 위해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 할 수 있다. 이에 ‘수송용 에너지 세제개편 공론화위원회(가칭)’ 설치 검토를 제안한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미세먼지 문제 해결, 사회적 합의 도출 등을 고려할 경우 미세먼지 배출원인 자동차 주행행위에 대해 배출량에 비례해서 직접 과세가 가장 이상적일 수 있다. 현행 연료과세 방식에서 벋어나 최근 미국 Oregon, California 등이나 뉴질랜드, 독일, 오스트리아 및 스위스 등에서 도입한 주행거리세(VMT tax)로의 전환도 장기적으로 검토해 볼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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